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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시름 떨쳐내는 신명난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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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9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 산신각 성황사에서 제관과 무녀, 악사 등이 참여해 국사성황제가 거행되고 있다.

서울에서 영동의 중심 도시 강원 강릉을 가려면 대관령을 넘어야 한다.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를 나누면서 동시에 이어주는 백두대간의 큰 고개다. 한계령과 태백산에 견줘 고도가 낮고 덜 험해서 교통 수요가 많은 통로다. 대관령은 강릉에 애증의 고개다. 강릉을 굽어 보며 품어 안은 대관령이 한편으로는 험상궂은 날씨로 강릉을 가로막고 있기도 한 탓이다.
강릉은 안목해변 카페거리 등 최근 2030세대의 젊은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데 차로 강릉 여행길에 나선 사람이라면 한 번쯤 대관령의 눈과 안개로 고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 대관령은 우리나라에서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강릉시민이 차를 사면 대관령을 바라보고 안전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예부터 강릉은 대관령을 신성한 곳으로 여겼다. 중요무형문화재(제13호)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2005년)된 강릉단오제의 역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영동지역 주민은 예부터 신성한 대관령에 신이 좌정해 인간을 평온하게 다스리고 보호해준다고 믿었다.
이런 민간신앙의 토대에서 자란 강릉단오제는 신과 인간이 만나는 신성한 제례로 발달했는데 신을 잘 모셔야 인간의 바람도 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신과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가운데 인간 세상의 온갖 시름도 잊으려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2022년 5월 5일 강원도 강릉시 칠성당에서 강릉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주빚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강릉단오제위원회

가장 규모 크고 역사 깊은 향토 축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강릉단오제가 2022년 5월 30일부터 6월 6일까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8일 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강릉시는 약 50만 명이 축제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향토 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은 강릉단오제는 10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축제로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는 행사다.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강릉 단오굿 신주빚기 행사를 시작으로 5월 8일까지 한 달 동안 펼쳐진다. 강릉시 남대천변을 중심으로 제례와 단오굿, 관노가면극과 같은 지정문화재 행사는 물론이고 각종 공연과 체험행사 등이 열린다.
강릉단오제는 대관령 신당에서 산신제를 모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관령 중턱에서 선자령으로 넘어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성황사가 나타난다. 성황사는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대관령 국사성황(성황은 서낭의 옛말로 산신을 뜻함)을 모시는 곳으로 국사성황은 통일신라시대 실존 인물인 승려 범일국사(810~889)다. 성황사에서는 유교식 제례와 무당굿으로 국사성황을 대접하는 의식이 치러진다. 화려한 색상의 옷을 차려입은 무속인이 징을 치고 굿판을 벌이며 신을 맞이한다.
음력 4월 15일에는 신목 행사가 열린다. 산신제를 지낸 뒤 국사성황을 축제의 무대로 모시는 의식이다. 여기서 신목은 대관령 국사성황신의 신체를 가리키는데 강릉단오제의 신목은 단풍나무로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는 인간의 뜻을 신에게 전하는 동시에 신의 뜻을 받드는 통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신분 뛰어넘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이어 신목은 대관령 신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신을 모시고 있는 국사여성황사로 옮겨진다. 국사여성황사는 실존 인물인 정씨 여인을 모시는 곳이다. 국사성황신이 깃든 신목을 국사여성황사로 가서 합사해 제와 굿을 올리는데 두 신이 부부가 된 날로 남신과 여신의 만남을 통해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다. 동시에 강릉단오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강릉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는 칠사당에서도 울려 퍼진다. 조선시대 관청인 칠사당은 예전 호적과 세금, 재판 업무 등 7가지 공무가 이뤄졌다고 해서 칠사당이라 불렸다. 이곳에서는 음력 4월6일 신주 빚기라는 의식이 열려 단오제 행사 때 신께 올릴 술과 떡을 만들었다.
강릉단오제 기간에는 곳곳에서 춤과 음악으로 한판 흥겨운 굿이 벌어지고 신분을 뛰어넘어 이 굿판에 모두가 한데 어우러졌다. 서로 음식을 나누고 말 그대로 즐겁게 놀았다. 관아의 노비들이 무언극으로 펼친 관노가면극도 주요 공연으로 축제의 흥을 돋웠다.
강릉단오제의 대표적 풍속은 창포물에 머리 감기다. 단옷날에 창포를 삶아 그 물로 머리를 감으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머리가 풍성해지며 머릿결에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된 단오제는 송신제로 막을 내린다. 신목과 모든 기구를 태워버리는 송신제로 신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다.

김정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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