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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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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길고양이가 많다. 주민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모색하는 서귀포시 가파도의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우희덕

반려동물을 키우기 적합한 환경에 살고 있다. 잔디 마당이 딸린 제주 시골집에 혼자 산다고 상상해보면 으레 개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웃 주민이 얼마 없어 적막하기까지 한 시골 동네. 대문도 없고 집 둘레는 낮은 돌담으로 되어 있어 사실상 사방이 트여 있는 집. 사람이 소유한 집이라기보다는 자연을 잠시 빌려 쓰는 쪽에 가깝다. 동물들의 왕래도 잦다. 때로는 집을 점유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매일 집 주변을 살피는 내가, 공포 영화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내가 심장이 멎을 뻔한 일이 있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거실에 앉아 있는 나를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는 확신이 들어 주방 쪽 창문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돌담 위에 올라선 검은 고양이가 노란색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집에 등장하는 동물은 길고양이가 대표적이다. 제주 중산간 지역에는 들개도 출몰한다고 하고, 들쥐와 뱀이 나온다고 고백하는 집주인도 있다. 참새와 멧비둘기, 까치, 꿩, 매, 그밖에 이름 모를 새들은 나를 철새 도래지로 소환하며 수시로 날아든다. 언제쯤 노루와 고라니, 멧돼지가 집 앞에 나타날지도 알 수 없다.
동물들이 무섭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왜 동물들이 사람들이 사는 집 주변에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이유야 복합적이겠지만 핵심은 무분별한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어버렸거나 쓸모없는 물건처럼 유기되어 갈 곳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결국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동물들을 쫓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둔다.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면,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적합한 환경에 살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동물을 사랑하기에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생명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내가 동물과 공존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집고양이든 길고양이든 주기적으로 밥을 준다는 것은, 동물을 길들인다는 것은, 그 행위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발생한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외롭다고, 동물이 귀엽다고 혹은 불쌍하다고 가볍게 접근할 일은 아니다.
물론 동물을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그런 마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크게는 난개발, 공장식 축산부터 줄여야 하고, 동물들을 쉽게 판매하거나 키우게 해서도 안 된다. 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적정 개체수 유지를 위해 중성화 수술 등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역설적으로 절대적인 동물의 숫자는 줄어들 수 있다. 동물과 공존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면, 그 다음은 자연이 알아서 할 것이다.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_ 장편소설 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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