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치킨’ 이전에 닭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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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닭국수
▶닭진미강원집
복달임 음식
하지가 지나니 곧 초복이다. 7월 16일. 복달임 음식에 대한 생각이 날 때다. 예부터 전형적 농경국가인 우리나라 선조들은 무더운 여름철 몸을 보하기 위해 보통 닭을 먹었다. 목축 국가가 아닌 터라 평소 구하기 어려운 동물성 단백질을 애써 챙겼다. 한동안 대표적 복달임 음식으로 통했다. 그중에서도 닭백숙과 삼계탕이 ‘복달임 메뉴’를 대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식 치킨’ 이전에 닭백숙이 있었다. 허약한 이들에게 더운 날 닭 국물 한 사발이면 당장 몸이 거뜬해지고 힘이 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름시름 감기 앓이를 하면 먹는 음식도 닭 국물이다. 미국 가정에서 환자에게 떠먹여 주는 것도 닭고기 수프였다. 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몸이나 영혼에 당장 에너지를 주는 것이 닭 국물이다.
과거 유럽에서도 닭은 중요했다. ‘좋은 식사의 최소 조건’이었다. 프랑스 앙리 4세는 “모든 국민이 일요일에 닭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농목축업이 그리도 발달한 프랑스마저 닭은 기본 고기에 해당했다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억 마리 이상이 도축되는, 또 인류가 가장 많이 기른 동물인 닭은 인간에게 일상에서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육식으로 여전히 맛과 건강을 주고 있다.
특유의 냄새가 싫다는 이도 있지만 닭 국물은 맛있고 든든하다. 소화도 잘된다. 요즘은 ‘K-치킨’이 인기가 높지만 원래 우리나라는 닭백숙이나 삼계탕이 전통적 메뉴를 대표한다. 에 약으로 처방되던 것이 삼계탕이다. 약병아리 한 마리가 통째 들고 수삼과 대추, 황기, 밤, 은행, 찹쌀을 따로 넣고 곤 다음 다시 한 뚝배기씩 담아 끓여낸다. 들깨를 넣어 걸죽하고 진하게 끓여내기도 한다.
삼(蔘)도 닭도 귀하던 시절 계삼탕(동의보감)이라 부르던 것을 삼계탕으로 바꿨다. 귀한 순서로 이름 붙이게 마련인데 둘 다 귀했던 터라 이름이야 상관없다. 삼이 무척 귀했던 시절엔 계삼탕, 요즘은 삼계탕이다. 약재가 들지 않으면 닭백숙 또는 닭곰탕이라 한다. 커다란 중닭을 쓰고 국물 자작한 닭백숙은 고기가 주인공이요, 닭곰탕은 닭 국물에 밥을 마는 것이니 밥이 주인공이다.
통닭 한 마리를 잡으니 닭백숙 역시 귀한 음식이었겠지만 작아도 각자 한 그릇씩 먹는 삼계탕 만은 못한 대접이다.
닭백숙에는 문어나 낙지를 넣어 해천탕으로 맛과 영양을 보강한 것도 있다. 전복 닭백숙도 같은 원리다. 바다의 귀한 것과 육지의 보양식이 만났으니 얼마나 좋을까?
형편에 따라 사정이 마뜩찮으면 닭을 반 마리만 넣어 반계탕, 국물 시원히 끓여내 닭곰탕으로 즐기면 된다. 삼계탕이나 반계탕, 닭곰탕은 어차피 같은 닭을 고은 국물, 복달임 보양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닭은 대부분의 종교적 금기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 뿐 아니라 에어프랑스, 아에로플로트 등 외국계 항공사에서도 일찌감치 기내식으로 삼계탕을 채택하고 있다.
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다는 약식동원 사상을 신봉하는 중국 일본 홍콩 등 동아시아 권은 물론이며 수입음식에 굉장히 까탈스러운 미국에도 삼계탕과 닭죽이 두루 퍼졌다. ‘K-닭’ 삼계탕(닭곰탕) 맛집을 소개한다.
전국의 복달임 음식 맛집
★닭진미강원집
1962년 개업해 근 60여 년을 서울 남대문시장 안에서 함께 해온 닭곰탕 노포다. 냄비에 육수를 붓고 잘게 찢어놓은 닭고기를 듬뿍 넣어 팔팔 끓여 낸다. 닭곰탕 한 그릇에 다리 한 쪽씩 기본으로 넣어주니 고기를 씹고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 든든한 한끼를 채울 수 있다. 중닭 이상을 써 고기에 맛이 잔뜩 들었다. 양념장에 찍어 쫄깃쫄깃 씹을수록 진한 맛이 배어난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 22-20. 8000원.
★은행나무집
문어와 전복, 닭을 넣고 끓여내는 회춘탕은 전남 강진에서만 부르는 명칭이다. 다른 곳에선 해천탕이니 해신탕이니 하는 메뉴다. ‘회춘탕’이란 이름을 쓸 때는 강진군이 육수에 쓰는 약재 등 특별 관리하는 레시피를 지켜야 한다. 한정식으로도 유명한 은행나무집은 회춘탕을 메뉴로 낸다. 토종닭을 통째 넣고 큼지막한 전복과 문어를 넣은 뒤 팔팔 끓여 낸다. 넷이 먹는 한상차림이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로4길 30. 12만 원.
★홍대 다락투
홍대 앞 거리에서 예전부터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입맛을 지켜온 집이다. 보드랍게 찢어낸 살을 깔끔한 국물에 말아내 든든한 한끼를 제공하는 곳으로 남녀노소 모두 즐겨찾는다. 반찬이라곤 마늘과 김치 밖에 없지만 한 뚝배기 안에 모든 맛이 들었다. 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국물 그리고 그 위에 얹은 이집 특유의 다진양념이 밥과 섞여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1길 4-3. 7500원.
★파주닭국수
닭 반 마리쯤을 그대로 넣은 닭칼국수다. 우릴대로 우려낸 진한 육수에 닭다리까지 그대로 든 닭고기를 푸짐하게 찢어 넣었다. 백숙 국물에 칼국수 사리가 만난 셈이다. 아삭한 숙주나물과 배추, 진한 닭국물 그리고 쫄깃한 사리만 담았다. 면발도 쫄깃해 찢은 닭살과 함께 씹는 느낌이 좋다. 매콤한 육수에 말아낸 매운닭국수도 있다. 경기 파주시 새꽃로 307. 8900원. 매운닭국수 9000원.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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