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가을여행 성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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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해파랑길 41코스에서 만난 황금물결 속의 고깃배
강원 양양 ‘해파랑길 41코스’
가을이 홍시처럼 익어가는 10월, 강원도 양양은 가을색이 완연하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알록달록 설악의 준령이 그렇고 찬바람에 선명함을 더해가는 동해의 바다 빛깔도 그러하다. 산과 바다의 정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여행지인 양양은 송이, 도루묵 등 제철 별미를 통해서도 계절의 묘미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는 곳이다.
그 뿐인가. 양양의 만추에는 또 다른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어의 귀환 행렬이다. 절기에 맞춰 단풍이 들고 노란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듯 양양 남대천에는 올가을에도 연례행사가 이어진다. 마침 양양은 해파랑길 41코스 등 청정 동해안의 묘미에 흠뻑 젖어 들 수 있는 걷기 여행길을 품고 있어 발품이 아깝지 않을 가을 나들이 코스로 추천할만 하다.
해파랑길 41코스는 강원도 강릉시 북단 주문진해변 끝자락부터 시작된다. 주문진해변을 출발해 향호~지경~원포해변~남애항~인구항~죽도정에 이르기까지 총 12.2km, 대략 반나절(4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는 코스다.
송림과 어우러진 청정 동해의 진 풍광
주문진~남애항
주문진 출발점으로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향호둘레길을 돌아 나와 양양의 첫 동네인 현남면 지경리를 만난다. ‘산 좋고 물 맑은 양양이라네!’라는 표지석을 지나면 바로 지경해변이다. 지경공원에서 죽도정에 이르는 길은 바다와 나란히 걷는 코스다. 송림과 어우러진 청정 동해의 진 풍광이 길 따라 이어진다.
동해로 유입되는 화상천을 건너자 야영의 명소 원포해변이 나선다. 원포를 지나면 남애리다. 근동에서 경관이 빼어나기로 소문난 포구로 남애항은 삼척의 초곡항, 강릉의 심곡항과 더불어 강원도의 3대 미항으로 꼽힌다.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라지만 조업을 마친 고깃배들이 정박한 모습은 평온 그 자체로 다가온다. 물론 만선의 기쁨을 나누며 고기를 부리는 시간은 특유의 활기가 넘쳐난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활어회센터를 지나면 남애항 바다전망대, 방파제와 마주한다. 바다전망대 앞에는 1980년대 영화 촬영지 표지석이 서 있다. 영화배우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이 주연한 영화 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바다전망대에 오르면 남애항과 망망대해, 푸른 하늘을 한꺼번에 품게 된다. 전망대에서는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으레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을 읊조린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남애항의 풍광. 동해안 3대 미항으로 꼽히는 곳이다.
몸도 쉬고 마음도 쉬는 ‘동해 멍’ 즐기기
갯마을해변~죽도정
남애항 바다전망대에서 북측으로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면 ‘갯마을해변’이다. 수심도 얕아 거닐기에 적당하다.
갯마을해변이 끝나는 지점에는 휴휴암(休休庵)이 자리 잡고 있다. 사찰 관계자는 몸도 쉬고 마음도 쉬어가는 곳이라고 풀이했다.
암자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오랜 세월 파도에 닳은 여러 형상의 바위들이 볼거리다. 누워 있는 듯 한 형상의 와불바위, 거북바위, 발가락바위 등 바위마다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다. 연화법당이란 이름의 너럭바위 주변에는 먹이를 던질 때마다 황어 떼가 몰려 든다. 절집에는 16m 높이의 지혜관세음보살상도 자리하고 있다.
휴휴암을 지나면 인구해변이다. 양양의 대표적 서핑명소 중 하나다. 인구~죽변해변은 수심이 낮고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으로 파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이곳은 해안철조망이 없어 바다 조망도 수월하다.
인구항과 동산항 사이에는 섬 아닌 섬 죽도가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지만 해안으로 둥그렇게 튀어나왔을 뿐 실제 섬도 아니고 키 작은 조릿대 위로 소나무가 울창하다.
해발 53m 정상에 자리 잡은 죽도정까지 오르거나 데크를 따라 1km 남짓한 섬 둘레를 걷는 것도 괜찮다. 죽도정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인구해변, 휴휴암 등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쉼터가 있어 ‘동해 멍’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쉼터 아래 철제 난간을 따라가면 죽도암이다. 죽도암을 지나면 해파랑길 41코스 종착지 죽도해변이다. 해파랑길 42코스 죽도해변과 이어진 동산해변은 양양 서핑의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주변에 효자 윤 씨 삼형제의 전설이 얽힌 윤돌섬과 조선 중기에 축성한 구조라성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또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학동흑진주몽돌해변과 팔색조의 도래지인 학동 동백숲이 나선다.
▶포획 그물을 넘으려 애쓰는 연어
이곳만은 둘러보자
남대천 연어의 귀환 행렬
10월이 무르익을 즈음 강원도 양양 남대천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어의 귀환 행렬이다. 40여 년 전 치어방류사업을 시작한 이래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광경이다. 코로나19 극성기에도 연어 떼는 하루 수백·수천 마리씩 열을 지어 고향을 찾았다. 올해도 10월 하순이면 녀석들이 힘차게 남대천의 물살을 거스를 것이다. 수년 전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남대천에서 노닐던 치어들이 고향 하천을 출발해 동해와 멀리 중부태평양, 베링해, 오츠크해를 거쳐 만 3~4년 만에 다시 그 물줄기를 찾는 것이다.
손가락만한 치어가 한 달 남짓 살았던 고향을 떠나 수년 동안 3~4만km 망망대해를 떠돌다 되돌아온다는 것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이 같은 연어의 모천회귀 능력은 뛰어난 후각설에 마치 위성항법장치(GPS)가 내장된 것처럼 회귀를 돕는 ‘자기장 지도’(magnetic map)를 지니고 태어난 덕분이라는 것 등 분분하다. 뭐래도 대단한 능력이다.
연어의 회귀율은 0.5% 남짓 된다. 200마리 중 1마리 꼴인 셈이다. 연어가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모천으로 회귀하는 이유는 산란을 위함이다. 이후 연어는 생을 마감한다.
양양 남대천은 국내 회귀 연어의 65%가 찾을 만큼 회귀율이 높다. 이는 대대적인 치어 방류 말고도 ‘좋은 산란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남대천은 물이 맑고 바닥에 작은 자갈이 많아서 자연산란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어 방류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어 포획 작업도 벌인다. 포획은 남대천 하류에 자리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 주문진 연곡천 등지에서 귀환 시기에 맞춰 이뤄진다. 강폭을 가로 질러 두 줄로 그물을 세워 수로를 만들고 하류 쪽을 열어서 상류로 올라오는 녀석들을 가두는 방식이다.
작업은 주로 이른 아침에 이뤄진다. 어른 허벅지만한 것들은 80~100cm크기에 6~8kg씩 무게가 나간다. 양양군은 때를 맞춰 10월 28일 부터 ‘양양연어축제’를 개최한다.
미천골 휴양림
삼림욕 속, 원시의 계곡미를 맛보기에 최적의 장소다.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미천골은 태백산맥 동편의 숨겨진 비경 중 하나로 자연 생태계가 온존된 곳이다. 자연휴양림에는 물맛 좋기로 소문난 불바라기 약수도 있어 건강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구룡령으로 향하는 5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천골 휴양림에 접어들면 신라 때의 절터 선림원지가 나오고, 이곳부터 미천계곡이 본격 시작된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산골의 안개 속을 유리알 같은 계곡수가 흘러내려 비경을 연출한다. 잘 정돈된 미천골 휴양림에는 50년 이상 된 참나무, 박달나무, 피나무와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 삼림욕에도 그만이다.
휴양림에는 산책로, 등산로와 자연 관찰원 등 다양한 휴양 시설도 갖추고 있다. 계곡 중간 중간에 놓인 평상에 짐을 풀고 누워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불바라기 약수터는 휴양림 산막에서 계곡을 따라 5km 정도 더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철분이 많은 약수 탓에 주변이 온통 불그스레하다. 휴양림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엔 싱그러운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
승용차
영동고속도로 강릉 IC~동해고속도로 현남IC~주문진
대중교통
*시외버스 동서울터미널~주문진시외버스종합터미널(2시간 40~50분 소요)
주문진시외버스종합터미널~동서울터미널(3시간 소요)/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txbus.t-money.co.kr)
*해파랑길 41번 시작점(주문진해변) 주문진시외버스종합터미널에서 300번, 325, 326번 버스 이용, 주문진해수욕장 정류장 하차 후 도보(약 330m).
*택시 양양 개인콜택시조합(033-671-3113)
뭘 먹을까?
*송이
먹을거리 풍성한 가을철, 그중 최고의 미식거리를 꼽자면 송이를 빼놓을 수 없다. 송이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순부터 나기 시작해 10월 중하순 까지 약 40여 일 정도를 딸 수 있다. 가을철 국내 송이 산지의 대명사격인 강원도 양양을 찾으면 귀한 송이 맛을 볼 수 있다. 송이는 연한 육질에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솔 향이 압권이다. 양양 심마니들은 송이 먹는 법으로 이른 아침 따온 싱싱한 것을 흙만 털어내고 날것으로 먹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질감과 향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양에서는 대체로 고깃집에서 송이구이를 즐기거나 송이버섯전골, 송이돌솥밥 등으로 맛볼 수 있다.
*도루묵
늦가을부터 강원권 동해안의 별미거리로 도루묵을 빼놓을 수 없다. 값비싼 어종은 아니지만 추억의 맛을 지녔다. 갯내음 물씬 풍기는 포구 주변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것들을 소금 뿌려 굽고 얼큰하게 끓여 먹는 맛이 각별하다. 10월부터 12월까지가 제철이다. 한겨울에 들어서면 연안에서 산란을 마친 도루묵들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므로 어획량이 급감한다. 주 생산지는 고성, 속초, 양양, 강릉 주문진, 동해, 삼척 등 강원도 동해안 일원이다.
*섭국
양양의 또 다른 미식거리로는 섭국을 들 수 있다. 자연산 홍합을 강원도 양양 지방에서는 '섭'이라고 부른다. 남해안에서 건져 올린 홍합에 비해 더 쫄깃거리는 게 자연의 느낌을 더한다. 듬성듬성 섭을 썰어 넣고 부추, 미나리, 양파, 마늘, 당면, 된장 등을 풀어서 칼칼하게 끓여 낸 게 맛과 영양 모두 흡족한 보양별미가 된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관광경영학 박사)_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관광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 전국 각지의 문화관광자원 현장과 정책을 취재했다. 지금은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관광 명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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