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부모’와 ‘사람 아기’의 조건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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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운명이야!
밤코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십여 년 전, 말문이 막 트인 아이를 안고 함께 그림책을 읽다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온 경험을 한 후로 내게 그림책은 참 이상한 책이 되었다. 아이를 위한 책인데 읽어주다 보니 내가 위로받는 책, 그렇게 열심히 읽어주다 보니 이젠 내가 사랑에 빠진 책. 이런 사람이 드문 것은 아닌지 요즘은 어른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어른만을 위한 그림책보다는 어린이에게 닿아있는 이야기인데 어른의 마음으로 훅 들어오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도 그런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은 모두 조건이 없다. 서로 너무나 다른 존재인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이 조건 없이 사랑해 부부가 되고 그들은 자신들을 전혀 닮지 않은 ‘사람 아기’를 낳아 충격을 받지만 아기를 ‘그냥’ 사랑하기로 한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이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사람 아기’는 대를 이어 이 사랑을 기억하여 지금까지도 공룡을 사랑한다는 점이다. 이 공룡 부모와 사람 아기의 순환적인 사랑은 완벽히 일반적인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닮지 않았나!
가끔 나는 왜 이 아이들을 이토록 사랑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나와 유전자 절반을 똑같이 가진 아이니까, 내 배로 열 달을 품었으니까, 눈이 마주치면 한없이 환한 얼굴로 웃어주니까 사랑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건가? 하지만 나의 젊음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키워낸 이 아이가, 혼이 쏙 빠지도록 정신을 빼놓고 사고를 치는 이 아이가 때론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그래도 이 아이들을 사랑하는건 대체 왜일까?
영원히 답을 알 수 없을 것 같던 이 질문의 답을 그림책을 읽다가 찾아내다니. 아이들이 공룡을 사랑하는 이유가 먼 옛날 공룡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이 유전자(DNA)로 전해진 덕분이라는 이 이야기처럼 사실은 작은 몸을 온전히 내게 맡기고 의지하던 아기가 아무 조건 없이 엄마인 나를 사랑해줬다는 그 사실을. 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는데 실은 그때가 가장 사랑받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이 책은 이토록 유쾌하고 찡하게 알려준다.
오늘도 나는 아이와 를 읽는다. 아이에게 이 책은 늘 재밌고 웃기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는 엄마 마음 따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괜찮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 사랑은 그저 운명이라고, 그러니까 이유 없이 마음껏 사랑하라고 이 책이 가르쳐주니까.
임민정·그림책 잡지 편집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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