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걸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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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뮤직비디오│유튜브
이번엔 걸그룹이다. 지난 수 년간 우리나라의 보이그룹은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전세계 케이팝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걸그룹이 대거 약진하면서 케이팝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걸그룹은 한계가 있다는 공식을 깨고 막강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면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 변화를 주도하는 걸그룹은 4인조 그룹 블랙핑크를 선두주자로 해서 트와이스, 아이브(IVE), ITZY(있지),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에스파 등이다. 여기에 신인 걸그룹 뉴진스와 원조 걸그룹 소녀시대까지 합세했다. 이들은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음반판매에서도 보이그룹 못지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두 달여 간 각종 차트를 살펴보면 보이그룹의 노래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걸그룹의 노래들이 ‘톱 20’을 휩쓸고 있다.
아이돌그룹의 성공지표 중 하나인 음반판매도 최근 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7월에 발표한 에스파 미니앨범 2집 가 초동(앨범 발매 이후 일주일 간 판매량) 112만 6000여 장을 판매, 걸그룹 최초로 초동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이어 발매된 아이브 싱글 3집 도 초동 90만 장을 돌파했다. 블랙핑크의 정규앨범 2집 는 여성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선주문량 200만 장을 돌파하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8월 말 앨범을 발표한 트와이스 역시 선주문량 100만 장을 가볍게 넘어서면서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있지 뮤직비디오│유튜브
방탄소년단 인기 블랙핑크가 이어받아
이런 걸그룹의 강세는 글로벌 차트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얼마 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에서 메타버스 퍼포먼스 부문과 베스트 케이팝상을 수상한 블랙핑크는 정규 2집 의 선 공개곡인 ‘핑크 베놈(Pink Venom)’으로 2주 연속 미국 빌보드 주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빌보드 9월 10일 자 차트에서 ‘핑크 베놈’은 빌보드 글로벌 200과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트와이스 역시 글로벌 200 차트에서 3위에 올랐다.
블랙핑크는 정규 2집의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으로 세계 시장 석권에 나선다. 10월 15~1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전세계 150만 명을 불러모을 월드투어 공연을 시작한다. 과거 방탄소년단이 보여줬던 선풍적 인기를 블랙핑크가 이어받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런 극적인 변화의 원인은 뭘까? 그동안 국내 케이팝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걸그룹이 소녀팬들의 파워로 형성되는 보이그룹의 팬덤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게 보편적인 견해였다. 이 때문에 걸그룹은 투자에 비해 수익을 창출하기에 다소 미흡하다는 인식이 뒤따랐다. 그러다 보니 걸그룹 제작자들은 음악성보다는 비주얼을 앞세워 귀엽거나 섹시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한 이미지가 성공을 거두면 각종 쇼프로그램 출연과 행사수익이 만만치 않기에 소탐대실하는 방식으로 걸그룹을 운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식을 본격적으로 깨고 나온 그룹이 블랙핑크였다. 이들은 달달하고 섹시한 댄스음악 대신 힙합에 기반을 둔 음악으로 무장하고 시장에 나왔다. 퍼포먼스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 수만 명의 지망생 속에서 선발된 멤버들의 비주얼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여기에 더해진 건 유튜브 등 글로벌 채널을 겨냥한 뮤직비디오였다. 제작비는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획과 아이디어로 멤버들의 노래와 미모, 춤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내놓은 콘텐츠에 보이그룹을 추종해오던 여성 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그룹=여성 팬’의 공식을 깨고 ‘걸그룹=여성 팬’의 공식을 만들면서 2030 팬들이 몰려들었다. 팬덤의 형성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아이돌 산업의 특성상 불가능해 보이던 걸그룹의 팬덤이 순식간에 형성된 건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걸그룹이 더 이상 삼촌팬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가 지난 것이다.
▶아이브 뮤직비디오│유튜브
실력파 걸그룹 개성 앞세워 폭풍 성장
블랙핑크의 전략이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걸그룹의 변화가 이뤄졌다. 에스파처럼 소위 ‘부캐’(부캐릭터)를 내세운 걸그룹이 등장했으며, 불과 몇 분짜리 뮤직비디오 제작에 수억 원을 퍼붓는 일은 일상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뮤직비디오가 각종 누리소통망(SNS)을 타고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 나간다.
비주얼을 앞세운 멤버를 내세우는 전략이나 소위 특이한 춤동작, 후크송을 만들어내기 위한 홍보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대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음악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에스파는 소위 하이퍼 팝으로 미래지향적인 그룹 이미지를 만들어 갔다. (여자)아이들은 락과 펑크를 적절히 뒤섞는 전략을 택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그룹 뉴진스는 1990년대풍의 리듬&블루스(R&B)에 기반을 둔 노래로, 아이브는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노래로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뛰어난 비주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춤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걸그룹 선풍은 보이그룹이 주춤한 사이 틈새 시장에서 생긴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오랫동안 내공을 쌓아온 실력파 걸그룹들이 각자의 개성을 앞세워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에 막강한 팬덤의 지원을 받는 글로벌 걸그룹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 에세이집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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