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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운동화를 사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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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스네일

얼마 전 2030세대 사이에서 스니커즈 운동화로 투자를 하는 일명 ‘스니커테크’가 화제라는 기사를 봤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해 비교적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어서 젊은 세대들이 되팔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판 명품 신발을 사 모은다는 이야기였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를 넘어 이제는 신발도 투자의 대상이 되는 세상. 직장인들은 주말이면 투자 공부, 부동산 공부를 하겠다고 나서고 여기저기서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제 할 일 열심히 하며 지내던 사람들은 소위 ‘벼락 거지’가 된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 열풍에 휩쓸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제 많은 사람에게 노동은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종잣돈)를 모으는 수단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의 존엄성 따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1960년대생과 1980년대생이 같은 평수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이 모든 현상이 이상할 일도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어느 정도 저축을 해놓으면 그사이 집값은 직장인의 평균 노동 수익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치솟아 있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한들 부의 대부분은 소수 최상층에 몰리고 평범한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는 것이 없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경제적 불안이 우리의 일상적 행동과 사고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길거리 패션을 보면 복고가 유행하는 정도를 넘어 마치 1990년대, 2000년대를 복제해놓은 듯 소름 돋을 만큼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는데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에서 현재의 복고 열풍 이면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안이 너무 높아지니 다가오는 변화에 직면하기보다는 지나간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일종의 퇴행을 보인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한탕주의로 비치기도 하는 2030세대의 투자 열풍의 기저에는 이토록 형체가 분명한 불안이 실재하고 있었다. 물론 적당한 불안은 우리가 많은 것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며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잘 살아내고자 하는 바람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안감에 휩쓸려 내 인생의 방향키를 남들에게 쥐어주지는 말았으면 한다. 무작정 남의 선택을 따라간 뒤의 결과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으니 말이다. 거대한 불안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불안할수록 나만의 방향을 제대로 고민해보는 것이 아닐까.

댄싱스네일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_ 외 두 권의 에세이를 썼고 다수의 도서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매일 그리고 쓰는 자가 치유를 생활화하고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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