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 잡고 강강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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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전남 진도군 운림산방에서 열린 진도문화예술제 행사에서 강강술래 공연단이 기와밟기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꼬리잡기 놀이를 한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두 편으로 나눠 앞사람 허리를 잡고 일렬로 늘어서서 맨 앞사람이 상대편 맨 뒷사람을 붙잡거나, 술래 한명이 일렬로 늘어선 줄의 맨 뒷사람을 붙잡는 게임이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곧잘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인에겐 친근한 단체놀이다.
강강술래에도 이와 유사한 놀이가 있다. 흔히 강강술래 하면 손을 잡은 일렬의 무리가 둥글게 원을 도는 형태를 생각하지만 참가자의 즉흥성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주돼 나타난다. 꼬리따기가 바로 그중 하나다. 꼬리따기는 주인집 문지기의 방해 공작에도 무사히 집안을 들어갔다가 먹을거리를 갖고 나오려는 거지들의 행동을 묘사한 놀이에서 유래됐다. 서민들이 강강술래를 하면서 동네 인심 없는 부잣집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다가 창조한 놀이인 셈이다.
설과 대보름 등 모든 명절에 행해져
국가무형문화재 제8호(1966년 지정)이자 세계무형문화유산(2009년 유네스코 등재)인 강강술래는 설과 대보름, 추석 등 모든 명절에 행해졌다. 특히 추석 때 하는 강강술래가 규모가 커서 추석 대표 행사로 자리 잡게 됐다. 밝은 달이 뜬 추석날 밤에 여성들이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가무를 즐기는 풍경은 한국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강강술래의 원형 이미지다.
강강술래는 어원도 연원도 다양하다. 강강술래라는 말도 정확한 뜻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문헌으로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어원과 관련해 지금은 강강술래로 불리지만 ‘강강수월래’라는 말도 있다.
민간에서 도는 연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적군에게 병사가 많아 보이도록 마을 부녀자들에게 남성 옷을 입혀 해안 주변을 돌게 했다는 설이다. 실제 강강술래는 진도 등 전남 남해안 일대에서 여성들의 집단놀이로 성행하기 시작했다.
둘째, 고대 농경사회에서 수확 시기에 노래와 춤을 즐긴 데서 시작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삼국지 동이전에는 옛 마한 풍습 가운데 씨를 뿌리는 5월과 추수를 하는 10월에 집단 원무를 췄다는 내용이 등장하기도 한다. 강강술래의 시작을 둘러싼 해석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둥근 달이 떠오른 밤 마을 부녀자들이 손잡고 노래와 춤으로 공동체 의식을 다졌던 집단놀이였던 점은 분명하다.
▶2018년 10월 전남 진도군에서 열린 진도문화예술제 강강술래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둥근 원을 그리며 뛰어다니고 있다.│ 진도군
몸과 마음의 건강 동시에 되찾아
문화재에 등록된 강강술래의 정체성은 노래 가사가 아니라 놀이 형식이다. 강강술래를 할 때 부르는 노래 가사는 정해진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둥그렇게 군무를 추면서 ‘오동추야 달은 밝고, 강강술래~ 임의 생각 절로 난다, 강강술래~’ 같은 라임으로 노래를 반복하는데 ‘강강술래’ 앞에 오는 내용은 말 그대로 부르는 사람 마음이다.
즉흥성이 워낙 강해서 입담이 좋은 사람은 밤을 새우면서 이어갈 수 있다. 어쩌면 오늘날 랩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선창 부분을 ‘메기는 앞소리’라고 하고, 후렴의 ‘강강술래’로 화답하는 부분을 ‘받는 뒷소리’라고 한다.
노래 빠르기는 앞소리를 하는 사람이 정한다. 속도에 따라 긴강강술래(늦은강강술래), 중강강술래, 자진강강술래(잦은강강술래)로 나뉜다. 춤 동작은 당연히 노래 빠르기에 맞춰 달라진다. 강강술래는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가사도, 박자도 쉽고 사람들만 있으면 별도 장비도 필요 없이 어디에서나 누구든 따라 할 수 있다.
서로 손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면 자칫 심심하고 지루할 수 있는 탓에 강강술래는 일상생활에서 찾은 소재를 장난스럽게 묘사한 부대 놀이를 여럿 곁들인다. 고사리 꺾는 모습을 묘사한 고사리꺾기, 청어를 엮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한 손을 풀어가는 청어엮기, 일렬의 맨 앞사람이 나사 모양으로 돌아들어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오는 덕석(멍석) 몰이, 앞사람의 허리를 감고 지은 열 위를 사람이 밟고 가는 기와밟기, 꼬리잡기와 유사한 문지기놀이 등이 있다.
단순한 놀이인 강강술래는 땀을 흘리면서 묵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고 공동체의 연대감도 높일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 유산이다. 올 가을은 강강술래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찾아보는 건 어떨까?
김정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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