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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별전은 장애·비장애인 함께 소통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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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월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를 찾아 윤진석 작가의 ‘시계는 내 친구 #2’를 감상하고 있다.│대통령실

‘장애예술인 특별전’ 배은주 총감독 인터뷰
“관객의 반응이 아주 뜨거워요. 많은 분이 작품이 정말 좋다, 감동받았다고 얘기해주시더군요. 장애예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60여 점의 작품 사이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장예총) 배은주 대표가 가슴 벅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문화예술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청와대 춘추관에서다.
정부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한 뒤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8월 31일~9월 19일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를 열었다. 발달·지체·청각 등의 장애를 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50인의 서양화·한국화·문인화·서예·공예 등 작품을 전시한 이번 특별전에서 배 대표는 총감독을 맡았다. 그 역시 지체장애를 안고 있는 장애인이다.
휠체어에 앉아 60여 점의 작품을 관객에게 일일이 설명해주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립발레단 강수진 예술감독, 원로배우 김지미 선생, 이상봉 디자이너,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 등도 이곳을 찾았다”면서 “사회 저명인사를 비롯한 많은 국민의 응원으로 장애예술인이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월 12일 전시장을 찾아 60점의 작품을 감상한 뒤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문체부-장예총 손 잡고 청와대 첫 전시 기획
청와대 첫 전시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이 열리게 된 데는 배 대표의 공이 컸다. 장예총에서는 국내 최대의 장애문화예술축제 ‘에이플러스(A+) 페스티벌’을 올해까지 14년간 개최했는데 2022년 행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 대표가 청와대 특별전을 제안한 것이다.
에이플러스 페스티벌을 후원해온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무장애(배리어프리) 관람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이를 수락하고 전시를 함께 추진했다. 과거 기자회견장으로 쓰였던 청와대 춘추관은 이로써 문화예술 공간으로 완전히 변신하며 국민에게 더 활짝 문을 열었다.
특별전에는 윤 대통령의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도 작품이 걸린 김현우·김채성 작가를 비롯해 발달장애인 최초로 한국미술협회 정회원이 된 한부열 작가, 드라마 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정은혜 작가 등이 참여했다.
작품을 눈앞에서 본 관객들은 대체로 ‘놀랍다’거나 ‘비장애예술인의 작품과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관객 김성원 씨는 “장애예술인 작품인 줄 모르고 봤다 나중에 알고 크게 놀랐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전시를 보고 난 뒤 완전히 깨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고지혜 씨는 “정은혜 작가의 작품을 보러 왔다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도 빠져들었다”며 “동물을 그린 작품, 색채가 강한 작품이 많은데 그런 특징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배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에는 장애도, 그 어떤 한계도 없다는 것을 작가와 관객 모두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은 이번 전시의 취지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인 특별전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총감독을 맡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배은주 대표가 8월 31일 관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배은주

“장애예술인 인정 받으려면 정책 뒷받침 돼야”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미술 분야 활동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배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한 감사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장애예술인이 이전에 비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이들을 전문 예술인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배 대표는 “지적·발달장애인 가운데서는 재능을 타고난 경우가 꽤 있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안게 된 이들은 미술을 통한 재활치료 과정에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아직 대중에게 장애예술인이 전문 예술인으로 비춰지는 데는 아쉬움이 많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 특별전을 통해 장애예술이 폭넓게 알려지는 계기가 돼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9월 8일 ‘제1차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본계획(2022~2026)’을 내놨다. 정부가 장애예술인에 대한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 대표는 장애예술인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설 수 있으려면 이러한 관심과 정책이 지속돼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관련 복지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정책적인 뒷받침이 계속된다면 장애예술인이 전문 예술인으로 거듭나 사회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장애예술인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장애예술에 관심이 뜨거운 적이 없었기에 이번 청와대 특별전이 주는 의미는 아주 귀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문화예술을 통해 행복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윤 기자

▶미국의 청각장애 배우 트로이 코처 부부가 9월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청각장애 배우 코처
“강렬한 색채, 굉장히 인상적”
2022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미국의 청각장애 배우 트로이 코처가 지난 9월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찾았다.
코처는 영화 로 이 상을 받았는데 특히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이 수화로 그를 호명하고 트로피를 전달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3년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돼 방한한 코처는 청와대 특별전을 찾아 전시해설봉사자(도슨트)와 수어통역사의 안내를 받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 출품 작가 가운데 75세로 최고령이자 청각장애 2급인 방두영 작가 작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도시의 불안과 고독을 표현한 방 작가의 작품 ‘불안한 도시-우리들은 어디로’에 대해 코처는 “농인이 그린 작품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강렬한 색채와 사람들에게 팔이 없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라며 “농인임을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그 점을 알고 보면 작품의 세세함과 색감을 더 중점적으로 볼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처는 전시장인 청와대 춘추관이 과거 기자회견 장소였다가 국민에게 개방된 뒤 장애예술인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엔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브리핑 연단에서 사진을 찍는 등 공간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면서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에게 많은 기회와 기쁨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 전설 배우 김지미도 방문
한국 영화계의 전설로 불리는 원로 배우 김지미와 김동호 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등 특별전엔 유명 인사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8일 전시장을 찾은 두 사람은 김현우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과 드라마 에 출연하기도 한 정은혜 작가의 ‘영옥과 영희’ 등 작품 60여 점을 세심히 관람했다. 김지미 배우는 “흥미롭고 감동적인 예술 여정이었다”며 “작품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작가들의 독창적 기법과 상상력, 파격적인 구도가 놀랍고 나를 붙들었다”고 감동을 전했다.
두 사람을 현장에서 만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민국 영화의 전설인 김지미 배우가 여기를 찾아온 것은 장애예술인 특별전의 높은 대중적 인기와 평판,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호응했다.
9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9월 14일까지 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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