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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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서촌·북촌 편)
황정수 지음 | 푸른역사
황정수 선생의 이 책을 읽으니, 서촌과 북촌에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깊이 깨닫게 되었다. 조선 후기 궁중미술 관청인 도화서와 가까웠던 이곳은 광통교를 중심으로 서화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이기도 했으며, 이름난 화가들이 가까이 살며 교류하던 곳이기도 했다. 선생은 서촌과 북촌에 각각 한 권씩을 할애하여, 이 두 지역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뜻깊은 곳인지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선생은 마치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 청중들에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장승업에서 안중식, 이상범, 변관식에 이르는 한국 동양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고, 고희동에서 이승만, 구본웅, 이쾌대, 이중섭에 이르는 서양화가들의 굴곡진 예술의 삶을 전해주고 있다. 나혜석에서 천경자에 이르는 여성 화가들의 고단했던 삶의 이야기도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을 수상하기 이전부터 세계 문단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인 김혜순의 신작 를 읽는 시간은 쉽지 않다. 눈을 반만 뜨고 읽어도 감정의 동요가 너무 크게 일어서.
전체 3장 중 1장 ‘지구가 죽으면’은 엄마를 잃은, 엄마의 죽음을 경험한 시인의 생체험에 대한 기록의 시들을 모았다. 눈물 없이 통증 없이, 내 엄마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페이지를 넘기기 불가능하다.
이 시집을 정독하고 나니 알 것 같다. 여성에게, 한 사람에게 ‘엄마’라는 이 “사나운 애착(Fierce Attachments)”이 왜 생의 필수조건인지를. 우리는 거기서 태어났고 그 안에서 살았다. 우리가 거기를 벗어났다고 잠시 착각하고 있을 때까지. ‘엄마’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엄마’는 우리를 결코 세상에 두고 가버리는 법이 없다.
조경란(소설가)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
20세기의 역사는 흔히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 그리고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그려진다. 그 밑에는 서구중심적 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동아시아의 20세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이 책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시작하여 1945년 원폭 투하로 끝난 태평양전쟁의 종전에 이르는 일본이 저지른 ‘50년 전쟁’이란 새로운 개념으로 20세기 동아시아 역사를 조망한다.
저자는 그런 관점에서 동아시아에서의 냉전과 한반도의 분단, 일본 경제의 성장, 한·미·일 안보체제 형성, 중국의 부상과 미·중 갈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변동 과정을 일국사, 동아시아 지역사, 세계사라는 맥락을 자유롭게 오가며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중간중간에 배치된 62개의 간략하지만 명확한 주제별 노트가 독서에 즐거움을 더한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왼손잡이 우주
대칭부터 끈이론까지, 현대 물리학으로 왼쪽/오른쪽 구별하기
최강신 지음 | 동아시아
이 책은 우주의 가장 심오한 비밀이 오른손과 왼손을 구별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할 수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왼손이고 무엇이 오른손인가? 왼손과 오른손을 구별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심지어 왼손을 오른손이라 부르고 오른손을 왼손이라고 부른다 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왼손과 오른손은 마주칠 수는 있지만 겹쳐지고 닮았지만 서로 다르다.
이 책은 왼·오른쪽으로 구별로부터 시작하여 전기와 자기, 약한 상호작용과 끈이론까지 현대 물리학을 대칭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물리학자인 저자는 물리 전공자가 아닌 학생들이 물리학에 빠지도록 만드는 경이로운 능력의 소유자이고 이 책은 그 놀라운 능력의 비밀을 슬쩍 보여준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걸어요
문도연 지음 | 이야기꽃
묵묵히 자기 속도로 걷는 사람 이야기. 걷는 사람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 길 끝에 해바라기 밭 사이, 푸른 바다가 보인다. 하지만 그 바다 또한 그에겐 끝은 아니다.
모든 길이 그렇듯 그림책은 인생에 대한 비유이자 은유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은 자신의 인생을, 누가 뭐라든 제 속도로 묵묵히 걷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은유에 기대지 않고 그냥 책장을 넘겨도 좋다. 글이 거의 없는 책인데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고요함이 좋다. 마치 내가 고요함 속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산과 들, 구름이 떠있는 하늘 아래를 걷는 것 같다. 자연의 색감이 따뜻하고 예뻐서 그림책 가득한 자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놀이, 놀이터, 놀이도시
놀이가 놀이터가 궁금한 나와 당신에게 던지는 26가지 질문
김연금 지음 | 한숲
저자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조경작업소를 운영한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보고자 노력한 놀이터 디자이너의 고민을 담은 책이다. 그렇다고 어린이의 참여를 미화하지 않았다.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달라는 요구에 어린이들은 테마파크에서나 봄직한 놀이터나 자신이 경험한 놀이터를 그리기 십상이었다.” 놀이의 조건부터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어린이가 놀기 위한 조건은 단 세 가지, 시간·공간·친구다.
어린 시절 놀이의 기억, 놀이터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 기억과 추억을 되살피면서, 오늘날 놀이터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그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갈 때 한 번은 더 돌아보고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될 것이다.
표정훈(평론가)
10대를 위한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예병일 지음 | 다른
건강한 사람도,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사람도 언젠가 죽는다. 생로병사의 순환과정에서 예외인 사람은 없다. 이 책은 인류의 끈질긴 탐구의 역사를 보여준다. ‘피를 공급할 수 있을까?’, ‘감염병을 막을 수 있을까’, ‘몸의 일부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은 난치병과 불치병에 대한 도전과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다. 꿈꾸는 사람을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청소년들은 단순히 인류의 성취와 현재의 학문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의학 분야도 다르지 않다.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의문을 품는 사람이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밝은 미래를 이끈다. 개인의 이기적 욕망보다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결정적 질문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 더 많이 읽혀야 하지 않을까. 우선 내 몸과 인류의 건강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보자.
류대성( 저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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