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꽃피운 예술, 청와대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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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를 가진 화가 김채성 씨는 그림을 통해 자신을 향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며 “관객들이 그냥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와대 춘추관 첫 특별전시
‘국민 속으로 어울림 속으로’ 참여 작가 인터뷰
▶청와대 장애 예술인 특별전 에 전시되는 김채성 씨의 ‘공룡시대’
▶김채성 씨의 작품 ‘작은 우주’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있다.│김채성
“능력 있고 사랑스러운
장애인 친구 많아요”
예술계 ‘우영우’ 청년 화가 김채성 씨
“이건 공룡들이 사는 세상을 그린 작품이에요. 티렉스(티라노사우르스)가 알을 먹으려 어미 공룡에게 알을 내놓으라고 하고 어미는 안 된다고 하는 모습을 동화 일러스트처럼 표현했어요. 영화 속 공룡의 모습과 앵그리버드가 나오는 게임에서 돼지들이 새의 알을 먹으려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결말은 없어요. 그냥 재미있게 봐주세요.”
동물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스물두 살의 청년 화가 김채성 씨. 그는 8월 31일부터 청와대에서 열리고 있는 장애 예술인 특별전 에 참여하기 위해 ‘공룡시대’를 그렸다고 했다. 김 씨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전업 화가다. 자폐성 장애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편견을 단숨에 뒤집듯 그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자신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와대 전시에서 관객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싶다”고 할 만큼 성격 또한 무척 적극적이다.
김 씨를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건 그림이었다. 그는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는 물고기를 자주 화폭에 옮겨왔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자폐 증상이 심해져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 담임교사의 권유로 그림 공모전에 도전해 상을 받은 뒤로 본격적으로 화가를 꿈꿀 만큼 일취월장했다.
처음엔 장애인이 그린 그림에 대한 편견도 있었지만 묵묵히 그림에 몰두한 결과 2019년 세계 인도주의의날 기념전, 2020년 한·EU 발달장애 아티스트 한국특별전 등에 출품해 직업 화가로 자리 잡았다. 2022년 4월엔 첫 개인전도 열었다. 이어 물고기와 새, 유니콘 등 바다·하늘·땅의 동물을 망라한 그의 작품 ‘작은 우주’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 걸렸다.
그는 “배운 대로 그리기보다 생각이 난 대로 그린다. 관객들은 나의 작품에 대해 색감이 따뜻하고 선명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며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에게도 그림은 마음껏 그리면 된다고 말해준다”고 이야기했다.
김 씨는 최근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좌충우돌이 그의 삶과 크게 겹쳐 보인 까닭에서다. 고래를 좋아하는 면모까지 두 사람은 꼭 닮았다.
“장애가 있으면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성장하려는 우영우 변호사의 모습이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예전엔 비장애인과 어울릴 때면 뒤처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림을 통해 저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어요. 이제는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요.”
김 씨의 목표는 해외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작품 속에만 매몰되지 않고 늘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기를 꿈꾼다. 김 씨의 어머니 이은실 씨는 “채성이가 조금만 독특한 행동을 보이면 주변에서 금방 선입견을 갖는다”면서 “환경만 뒷받침되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친구가 주변에 정말 많다. 사회 인식이 바뀌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휠체어 없인 이동할 수 없는 지체장애 1급인 이정희 씨는 40년간 연마한 전통 궁중자수를 통해 수틀 위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이정희
“예술로 밥벌이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지원해주세요”
지체장애 딛고 ‘궁중자수’ 매진 이정희 씨
가로 496m, 세로 185m의 대형 병풍 위에 수놓아진 용맹한 용과 호랑이의 모습.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사람의 손으로 수를 놓은 전통 궁중자수 ‘청룡백호도’다. 일반 병풍은 한 폭당 길이가 35~40cm 정도지만 이 작품은 60cm에 이른다. 2000년 첫 땀을 뜬 바느질은 꼬박 4년이 지나서야 마지막 땀을 맺었다.
그사이 손과 어깨 등 몸 이곳저곳 안 아픈 데가 없었고 척추측만은 더욱 심해졌다. 40년을 바친 이정희 씨의 자수 인생의 대표작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와 더불어 ‘금사 쌍학 문관흉배’와 ‘송학’이 청와대 장애 예술인 특별전 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이 씨는 지체장애 1급을 가진 장애 예술인이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그는 휠체어 없인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렵지만 두 손만큼은 수틀 위에서 무엇보다 자유롭다.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집에만 있던 열일곱살 소녀의 삶에 날개를 달아준 전통 궁중자수는 그를 예술의 길로 이끌었다.
“처음 자수를 배우러 가서 본 여인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집에서만 지내다 바깥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하니 정말 좋았죠. 몸은 고되지만 자수를 하는 시간엔 모든 잡념이 사라져요. 자수는 제 인생 그 자체예요. 이걸 하지 않으면 죽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가 됐죠.”
40년 전 처음 자수의 세계에 입문한 이 씨는 처음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 장인 한상수 선생의 수제자로 들어가 당시엔 장애인 편의시설 하나 없던 작업환경 속에서도 비장애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처음으로 출품한 제13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휠체어가 없어 동료의 등에 업혀 작업실을 오가야 했고 실력이 있어도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따돌리는 이들도 많았다”며 영광 뒤에 숨겨진 고난의 시간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후에도 2021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장 등 60여 차례 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전통자수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7월엔 무형문화재(전라북도 지정)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전통자수에 인생을 바치며 가장 간절히 꿈꿔왔던 일이다.
그러나 파란만장한 성공담과는 달리 현실은 아직 척박하기만 하다. 여전히 하루 10시간씩 자수에만 오롯이 매달리지만 예술은 밥벌이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품 하나를 팔아 전부 실값으로 나간다”는 호소가 따른다.
이 씨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특히 연륜이 많은 장애 예술인이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이 씨는 전북 정읍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인재 양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외국인들에게 직접 전통자수를 선보이며 우리 문화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모든 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자수에 대한 관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함이다.
“이제 전통자수를 배우려는 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어요.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외국에도 이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깨가 무거워요. 청와대 전시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전통자수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청와대 장애 예술인 특별전 에서는 가로 496m, 세로 185m의 대형 병풍 자수 ‘청룡백호도’, ‘금사 쌍학 문관흉배’ 등 이정희 씨의 작품 세 점을 만날 수 있다.│이정희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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