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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파일럿의 영어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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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정말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되는 것이 있다. 누군가에겐 재테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연애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엔 영어가 그렇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영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비행할 때 관제와의 소통도, 동료 파일럿들과의 대화도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 그렇다면 내가 유창하게 영어를 잘하냐? 그렇다면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천명 시인의 시 ‘사슴’의 한 구절인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처럼 나는 영어를 못해서 슬프다. 정말이지 나이 들어서 하는 어학 학습만큼 가성비 안 나오는 공부가 있을까? 굳은 머리로 영어 공부를 하려니 하루하루가 고되고 내 자신이 가련하다.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100이라면 입 밖에 나오는 영어는 10도 안되는 것 같다. 대화 중에 나 빼고 다 같이 웃을 때 억지로 따라 웃는 경험은 그만하고 싶다. 힘겹게 외운 문장은 정작 써야 할 때 떠오르지 않고 막상 얘기를 해도 한국식 억양에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때가 많다. 그나마 예전보다 나아진 게 이 정도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부터 영어를 공부할 때 듣기와 읽기에만 신경썼다. 영어는 철저하게 시험만을 위한 수단이었다. 문제은행을 돌리고 외우고 반복하다 보면 각 시험에서 요구하는 점수는 간신히 넘길 수 있었으나 그렇게 어학 학습의 황금기는 지나갔다.
피하고 도망치면 그 순간은 편하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한창 머리가 잘 돌아가는 10대와 20대에 ‘말하는 영어’ 공부를 등한시한 대가는 혹독했고 지금도 값비싸게 치르는 중이다. 어학 학습에 있어서 나이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무엇하랴. 학생 때 1시간 공부하면 충분할 것을 지금은 10시간을 투자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파일럿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머릿속에 집어넣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유용한 영어 도구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요즘에는 챗GPT와 유튜브를 이용해 영어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일방적인 공부에서 쌍방향으로 할 수 있다보니 조금은 답답함이 해소됐다. 어떤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AI를 보면서 ‘이렇게 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천천히 고지를 향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더 늦은 나이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그래도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주도 학습이잖아?’ 이렇게 긍정회로를 열심히 돌리면서 내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자기계발에 힘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면 같이 힘을 내보자.


원요환
프로N잡러 중동 파일럿. 국내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민항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가, 리포터, 콘텐츠PD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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