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삶도 참을 수 없이 지루해요. 사라진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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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이렇게 사는 게 재미없을까요? 일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노는 것도 예전만큼 마음이 설레거나 흥미롭지 않습니다. 저는 주로 자기계발서를 출간하는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 동안 취업낭인 생활을 하다가 어렵게 입사한 회사가 지금 이곳입니다.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지만 출판을 위해 작가를 섭외하고 책을 기획하고 출판까지 함께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조금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5년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제가 하는 일이 참을 수 없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거나 점점 기계적으로 일하며 열정을 잃어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루종일 있어야 하는 직장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니 삶 전체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에게 슬럼프가 찾아온 걸까요? 사라진 열정을 다시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최현우·가명, 36)
A. 열정이 식어가고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애쓰며 하는 일도 시간이 지나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지 걱정되고 결국에는 아무런 보람도 느끼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현우 님처럼 삶이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현실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럴 때는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열정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열정을 느끼는 상황은 대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간절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숨어 있던 열정이 뿜어져 나오는 경우입니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없어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 취업이 되지 않아 자존감이 무너지고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 전 재산을 투자해 사업을 벌였는데 폐업을 고려해야할 만큼 사업이 어려워질 때, 며칠 뒤에 중요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을 때 등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간절한 절박함이 열정을 타오르게 합니다. 배고픈 맹수가 먹이를 쫓듯 놀라운 집중력과 실천력으로 밥 먹는 시간도 잊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매일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게 합니다.
절박한 열정으로 어려운 시기를 건너온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으로 허무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목표를 이루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그동안 외면하고 돌보지 않았던 마음의 피로와 함께 상처의 고통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느껴야 하는 헛헛함도 커집니다. 이럴 때 우리는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 차갑게 식은 마음을 데워줄 두 번째 열정을 끌어내야 합니다.
두 번째 열정은 재생의 열정
두 번째 열정은 절박한 상황이 아닌 즐거운 몰입의 상황에서 만들어집니다. 절박한 열정을 폭발하는 화산에 비유한다면 두 번째 열정은 한여름 태양의 뜨거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있어야 봄에 뿌린 씨앗들이 잘 자라나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태양의 뜨거움을 저는 재생(再生)의 열정이라고 부릅니다.
재생의 열정은 별도의 보상이 필요없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재생의 열정은 글을 쓸 때 일어납니다. 글쓰기는 제 직업이자 오래된 취미이고 습관이며 방전된 마음을 충전해주는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재생의 열정은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줍니다. 허무한 마음이 들면 허무를 채워주고 무언가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해 괴로운 마음이 들 때면 마음을 비워주는 청소부 역할을 해줍니다. 물론 재생의 열정도 차갑게 식을 때가 있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미궁에 빠진 듯 정체된 느낌이 들 때, 공들여 쓴 글을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것 같거나 혹독한 비판의 칼날에 직면했을 때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멈춤은 여름에 찾아오는 장마처럼 오히려 그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충만함과 성장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밝아지고 강렬해집니다. 때로는 내 인생을 비춰주는 등대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현우 님이 요즘 느끼는 삶의 공허함은 지금까지 현우 님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성실함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오랜 방황 끝에 선택한 낯선 길에서 넘어지거나 길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 현우 님의 열정은 앞으로의 삶에 든든한 기반이 돼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부터는 내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고 나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여정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을 보듬어줄 두 번째 열정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열정이 지쳐 있는 현우 님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촉매가 될 것입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독자 여러분의 상담 신청을 받습니다. 신청은 giyultv@gmail.com으로 보내면 됩니다. 채택된 사연은 ‘신기율의 마음 상담소’ 지면을 통해 상담해드립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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