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메시지 어떻게 보내지?” “와이파이 버튼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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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디지털 문해교육 현장 가보니
“미안하지만 이거 어떻게 하는지 좀 알려줄 수 있어요? 나는 잘 모른다고 했더니 젊은 친구가 덜컥 화를 내네. 당장 물어볼 데가 없어서 여기로 왔어요. 어찌나 서럽던지 오는 길에 눈물이 나서 혼났네요.”
최근 주민센터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한 어르신이 주민센터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민망해 하면서 당황한 어르신을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까웠다. 요즘 식당이나 카페의 무인안내기(키오스크) 앞에서 어르신들이 사용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디지털 격차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4년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기본계획’에 따라 비문해·저학력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의 기회를 확대했다. 2023년부터 시작한 디지털 문해교육은 물론 문해교육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찾아가는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를 신규 지원한다. 디지털 사회로부터 소외된 성인들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마주한 학습자들의 이야기는 정부가 디지털 문해교육을 추진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었다. 최근 서울 마포구평생학습센터에서 진행된 ‘디지털 문해 스마트폰 기초’ 교육 현장에 다녀왔다.
“아날로그 시대엔 내가 전문가였는데”
수업을 앞둔 평일 오전 9시 40분쯤 노년의 학생이 하나둘 교실로 모였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잡은 뒤 스마트폰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강사 유미란(60) 씨가 들어와 대형 스크린을 켰다. 강사의 스마트폰 화면과 스크린이 연동돼 학생들은 스크린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우리 지난 수업에선 와이파이(Wi-Fi) 켜는 방법을 배웠죠? 와이파이가 자동으로 잡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용자가 직접 설정해야 하는 곳이 있어요. 여기는 수동으로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먼저 와이파이를 켠 뒤에 수업을 시작해볼게요.”
이날 수강생은 총 15명. 머리가 희끗한 남성이 번쩍 손을 들었다.
“와이파이 버튼이 안 보여요. 어디 있지?”
스마트폰을 내민 학생에게 유 씨가 다가가 작동 방법을 설명해줬다. 유 씨에 따르면 스마트폰 키패드를 누르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수강생이 많다고 한다. 키패드 크기가 작다보니 잘 안보인다고 하소연하는가 하면 키패드를 누르는 속도와 화면 전환 속도가 달라 헷갈려 하기도 한다. 유 씨는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게 뭐가 어려울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하나하나가 도전”이라며 “단순 작업이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익힐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 또한 수강생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화면 자동 꺼짐 시간’ 기능은 현관 전등에 빗대서 설명한다. “현관에서 운동화 신을 때 전등이 금방 꺼져서 손을 흔든 적 있죠? ‘화면 자동 꺼짐 시간’ 기능은 그런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만든 거예요.” 유 씨의 설명에 수강생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생성해 대화 상대를 초대하는 방법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한데 모아둔 폴더를 만드는 방법 ▲일정 시간 동안 무음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이 이어지자 질문도 많아졌다.
수강생들의 강의 신청 이유도 다양했다. 김 모(73) 씨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만 받을 줄 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불편할 때가 많더라. 자식들한테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수준 차이가 너무 나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며 직접 수강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날로그 시대의 나는 그 누구보다 유능한 전문가였다.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뭐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꼴등이더라. 스마트폰 교육도 이론을 공부하는 식이면 좀 쉽겠는데 감각으로 따라가야 해 매번 어렵다”며 웃었다.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해봤어…”
박 모(66) 씨는 수업 내용을 내내 수첩에 써내려간 수강생 중 하나다. 그는 “집에 가서 복습을 하려고 하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수업을 통해 배우고 싶은 것은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듣기’다. 그는 “스마트폰은 뭐 하나 잘못 누르면 돈이 빠져나간다고 누가 그래서 겁이 나서 아무것도 못해봤다”며 “남들보다 느리긴 해도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손자를 등원시키느라 뒤늦게 수업에 참석한 이 모(70) 씨 역시 메신저 활용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보일러 수리를 신청했더니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하겠느냐. 이렇게 기회가 생겼을 때 뭐라도 배워둬야 써먹을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수업은 휴식 시간 10분을 제외하고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모든 수강생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화면을 잘못 눌러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는가 하면 전화가 잘못 걸리기도 했다. 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계속 이전 화면을 붙들고 씨름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수업 진행이 느렸지만 누구도 불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강생끼리 서로 묻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유 씨는 수강생들이 난관에 부딪히는 가장 큰 이유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배움을 지속하려는 학생들의 열정을 보면 덩달아 의욕이 생긴다”며 “같은 질문을 몇 번 받아도 좋다.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근하 기자
박스기사
2024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비대면·디지털 활동 소외되지 않도록
찾아가는 교육 ‘한글햇살버스’ 운영
정부는 올해 초 교육기회를 놓친 비문해·저학력 성인을 위한 문해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2024년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은 2023년까지 누적 약 72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023년부터는 비대면·디지털 활동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정부는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 문해교육 프로그램 약 400개, 디지털 금융 및 디지털 기기·누리소통망(SNS) 활용 등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 약 185개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문해교육은 다양한 민간기업과 협력해 생활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2023년에는 하나은행, 맥도날드와 협업해 디지털 금융, 무인안내기(키오스크) 이용법 등을 지원했다.
이와 더불어 약 3개 시·도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디지털 문해교육 프로그램인 ‘한글햇살버스’ 를 시작했다. 문해교육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무인안내기 사용법, 배달·쇼핑 애플리케이션 이용법 등을 교육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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