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출 1조 원 시대 나라별 맞춤 전략으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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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수산인의 날’ 은탑산업훈장 세화씨푸드 배기일 대표
2023년 김 수출액이 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산식품 수출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고의 실적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3년 김 수출액은 전년보다 22.2% 늘어난 7억 9000만 달러(약 1조 300억 원)로 집계됐다. 김 수출액은 2010년 1억 1000만 달러로 1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13년 만에 7배 이상 성장했다. 수출국도 2010년 64개국에서 2023년 124개국으로 2배가량 늘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김이 ‘수출 효자’ 역할을 한 덕에 2023년 국내 수산식품 수출액은 2년 연속 30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를 넘겼다.
이러한 실적은 ‘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뿐 아니라 김 생산자와 가공·수출기업의 기술 혁신, 신제품 개발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수출시장뿐만 아니라 중동, 남미와 같은 신규 시장을 개척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지난 4월 전남 완도군에서 열린 ‘제13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세화씨푸드 배기일 대표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배 대표는 1979년부터 김 가공사업과 해외 수출에 주력해왔으며 조미김과 김스낵을 위한 특허기술을 개발하는 등 김의 부가가치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18년간 중단된 일본 김 수출을 1995년 재개했고, 2010년부터는 한국수산무역협회(이하 무역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23년에는 ‘일본 수출 한국산 김 입찰·상담회’를 통해 1050억 원의 수출 계약을 끌어내며 2023년 김 수출 최초 1조 원 돌파에 기여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김 수출액 10억 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45년간 김 가공과 수출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배 대표를 만나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은 우리 김 산업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김 수출 1조 원 시대를 맞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세계에서 김을 대규모로 생산해 상품화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뿐이다. 처음 김을 해외에 수출할 때만 해도 우리 김은 일본,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김 원료에 이물질이 많은 데다 가공한 김엔 구멍도 많고 형태도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제품을 개발하고 품질, 위생 수준을 끌어올린 결과 현재 전 세계 김 시장 1위, 그것도 7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그 과정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78년 세화수산이란 이름으로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김을 포함해 각종 수산물을 가공해 완제품으로 내놨다. 수출도 시작했다. 1986년에 수출 1000만 달러를 달성했고 이후 1800만 달러까지 갔지만 이후 수출이 감소하고 어장이 줄면서 한계를 느꼈다. 수산자원은 한정돼 있다보니 고갈 문제에 직면했다. 반면 김은 국내 어디에서든 양식이 가능해 자원이 고갈되지 않는다. 국내 가공 산업이 발달한 것도 김 가공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김 가공에 집중했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김을 비롯해 우리 수산물 수출을 위해 무역협회에서도 많은 일을 했다.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한국 김이 해외에서 이렇게 각광받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밥을 김에 싸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해외에선 ‘밥에 싸 먹는 김’보다 스낵처럼 먹는 ‘간식용 김’이 인기다. 이 때문에 김부각, 김스낵, 김칩 등 다양한 형태의 신상품을 개발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외국인들 입맛에 맞게 겨자맛, 김치맛, 바비큐맛, 데리야키맛 등 다양한 맛을 김 제품에 가미했다. 국가별로 그 나라 입맛과 시장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한 것도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김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김은 웰빙·다이어트 식품이면서 비건 식품이기도 하고 할랄 음식이기도 하다. 건강과 미용에 좋고 누구나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김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더 늘고 있다.
김 수출이 어촌 경제에도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김은 전량이 국내 연안에서 생산되고 가공·유통 등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어촌 경제에 많은 보탬이 되는 품목으로 꼽힌다. 김 수출액이 늘수록 김 제조, 설비 등의 투자와 연구·개발, 품질 개선 등도 더불어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다.
세화씨푸드의 주력 제품은 뭔가?
1980년 조미용 김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당시만 해도 햇볕에 김을 말려 먹는 재래식 김이 전부였다. 기름과 소금을 바른 조미김 생산라인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내 조미김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에서 생산하지 않는 아이템을 연구·개발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선호하는 스낵용 김이나 기능성 김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다행히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일본, 미국과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 12종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연간 수출량은 50톤에 이른다.
특히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한 포인트가 있을까?
김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싫어하는 소비자를 위해 소금 대신 굴소스를 사용해 거부감을 없앴다. 김부각을 만들 때는 우리 쌀가루를 활용해 바삭함을 극대화했다. 스낵용 김은 와사비맛처럼 각 나라와 지역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나라별로 필요한 유기농 인증, 할랄 인증(이슬람 율법에 맞게 만들어진 음식에 부여하는 인증), 코셔 인증(유대교 율법에 맞게 만들었다는 인증) 등을 획득해 수출에 나서고 있다.
시설이나 비용 투자도 필요할 것 같다.
매년 이익금의 30%를 연구·개발비와 시장 개척,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연구 인력도 배치하고 있다. 부산 본사와 별도로 얼마 전 전남 장흥군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장흥은 무산김이 유명하다. 김에서 잡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염산이나 유기산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김이다. 유기농 김에 대한 해외 시장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 이를 잘 개발해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나갈 예정이다. 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등에도 우리 김을 수출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고 싶다.
한국수산무역협회장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1986년 설립 이후 38년째 가공수산물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립 멤버로 시작해 2010년부터는 회장직을 맡아 수산물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무역협회는 우수 수산식품 홍보·마케팅 등 수산물 수출 지원은 물론 자유무역협정(FTA) 저율관세할당(TRQ) 물량공매 등 수산물 수입권 관리업무, 우리나라 김에 대한 일본의 수입할당(IQ) 물량 수출, 부산국제수산엑스포 주관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1977년부터 18년간 중단됐던 일본 김 수출을 1995년 재개했다. 일본 수출 중단 이후 김 업계 전반에 위기가 지속됐고 무역협회는 정부에 일본 수출 재개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해왔다. 일본 김 관련 단체에 한국산 김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도 지속적으로 했다.
일본 수출 재개 이후 김 수출량이 얼마나 늘었나?
일본의 김 수확량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어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양식업 종사자 감소,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등이 요인이다. 공급이 부족해지다 보니 한국 김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한국 김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매년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일본 수출 입찰·상담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수출 효자가 된 김 산업을 더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한국 김에 대한 기대와 수요에 맞춰 좋은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양만 늘려서 저가품이 많아진다면 이미지 추락을 면치 못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김 양식부터 가공까지 위생적이고 국제화될 수 있도록 가공기계, 이물질 선별기, 품질 관리 등 장비와 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행히 2021년 12월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가 김 산업 진흥구역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부산 낙동강 하구에 있는 김 산지다. 어릴 때부터 김과 함께 자랐고 수산계 학교를 나와 평생을 김에 바쳤다. 우리 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만큼 우리 수산업이 안정화되고 세계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리고 대를 잇는 기업, 100년 기업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 달러 목표… 정부도 김 산업 육성 나서
정부가 2027년까지 김 수출을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3월 14일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김의 주산지인 전남에 1200억 원 규모의 수산식품 수출단지를 건립해 가공, 연구·개발(R&D) 및 수출을 종합 지원하는 핵심거점으로 조성한다.
수산식품 수출단지는 2025년 전남 목포에 들어설 예정이다. 수산식품 수출단지는 김 거래소 운영과 스마트 가공설비 등을 갖춰 김 원물 거래와 가공, 수출 등을 ‘원스톱’으로 이뤄지게끔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수출 확대를 위한 각종 마케팅 등 수출 기업들에 필요한 지원을 실시하고 국제 박람회나 외국 바이어 대상 간담회 지원 등을 통해 판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김 산업 진흥구역을 5곳까지 확대해 생산 단계부터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김 산업 진흥구역은 김의 생산·양식·가공·유통·수출 등과 관련된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되는 지역이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부터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요건을 갖춘 지역을 김 산업 진흥구역으로 지정해 한 곳에 50억 원(국비·지방비 포함)씩 지원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과 전남 해남군·신안군 3곳이 2023년 처음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3월 21일 전남 진도군·장흥군이 추가됐다.
앞서 정부는 2023년 9월 고품질 김 생산과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제1차 김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은 품질이 우수한 우리 김 생산과 지속가능하고 세계화된 우리 김 가치 창출, 수출금액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고품질 원료 공급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지속 성장형 산업 ▲국제적 수요 창출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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