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vs 라이다 자율주행의 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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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떠오른 두 개의 센서(감지기)가 있다. 바로 ‘레이더’와 ‘라이다’다. 레이더와 라이다는 한마디로 자율주행차의 ‘눈’을 담당하는 이미지 센서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자동차가 사물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센서를 적극 활용한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두 센서인 레이더와 라이다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고 자율주행차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레이더, 전파 쏴 물체 감지… 악천후에 강해
센서는 온도나 빛, 소리, 압력 등을 일정한 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자다. 자율주행차는 보통 한 대당 핵심 부품 센서가 300~400개 장착된다.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게 바로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레이더와 라이다다. 눈 역할의 센서 덕분에 어두운 밤에 교통 표지판이나 사물을 식별해 주행할 수 있다. 여기에 카메라까지 더해지면 자동차는 더욱 똑똑한 눈을 갖게 된다.
카메라는 빛을 모아주는 렌즈를 통해 주변을 인식한다. 3가지 센서 중 유일하게 색깔, 신호를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서 물체를 식별하는 원리여서 어둡거나 안개·구름이 많이 끼고 폭우 등의 악천후에서는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데 취약하다. 아직까지는 감지 거리도 짧아서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100m 내외 수준이다.
이런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레이더와 라이다다. 레이더와 라이다는 모두 거리 측정을 위한 기술이다. 하지만 물체를 감지할 때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즉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 사물을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먼저 레이더에 대해 알아보자.
레이더(RADAR)는 ‘Radio Detecting And Ranging’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무선으로 주변 물체를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말한다. 레이더는 전파(전자기파)를 발생시켜 물체에 쏜다. 그리고 다시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 시간을 측정해 거리, 방향, 고도를 알아낸다. 이를 통해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서 비행기 또는 배의 위치, 지형 정보, 구름과 같은 기상정보를 얻어낸다.
전파는 물체에 닿았을 때 흡수되는 정도가 적어 비, 안개 등 악천후에 강하다. 이 때문에 악천후에서도 작동해야 하는 전투기, 전투함 등에 레이더를 활용한다. 유기물질에 대한 투과도도 높아 플라스틱, 옷감까지 투과가 가능하다. 레이더는 본래 항공 위성과 지상을 연결하는, 우리 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원거리의 큰 물체를 찾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해상도는 낮지만 적은 에너지로도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전파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그 정도의 먼 거리까지 전파를 보낼 필요는 없다. 레이더는 전파 도달거리에 따라 단거리, 중거리, 중장거리로 나눈다. 중장거리 레이더의 경우 150~200m 이상, 단거리 레이더는 100m 이내를 감지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내부 전후방에 장착된 레이더는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유지하거나 긴급 제동, 사각지대 탐색 등에 이용된다.
하지만 감지 거리가 늘어날수록 시야각이 줄어들어 정밀성이 떨어진다는 게 흠이다. 장애물이 사람인지 차량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색깔도 인식할 수 없다. 안전이 필수인 자율주행차는 정밀도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레이더는 색깔과 물체를 뚜렷하게 인식하는 광학카메라와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라이다, 레이저(빛) 이용… 높은 정밀도가 장점
라이다(LiDAR)는 빛(Light)과 레이더(Radar)의 합성어다. 라이다도 레이더와 비슷한 원리로 정보를 인식한다. 단 전파 대신 360도로 초당 수십 바퀴를 도는 파장이 짧은 빛인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사용한다. 대상물에 1550나노미터(㎚)의 짧은 레이저를 쏘아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서 거리를 계산하고 주변 환경을 인지한다.
차량에 라이다를 장착하면 주행하는 동안 360도로 돌아 거리를 비롯해 폭·높낮이 정보까지 측정한다. 실시간으로 주위 사물을 3차원(3D)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별도 카메라의 도움 없이 차량, 도로, 건물, 사람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파장이 짧으면 직진성이 강하다. 그래서 레이저는 대상물에 맞고도 그대로 직진한다. 이 때문에 반사돼 돌아오는 동안 왜곡이 발생하지 않아 30~200m 범위 지역에서 주변을 정밀하게 인지할 수 있다. 작은 물체까지도 식별해 장애물이 무엇인지 판단한다. 물체의 입체적 이미지를 정밀하게 얻는다는 장점으로 라이다는 자율주행차 센서의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레이더와 비교했을 때 탐지 거리가 비교적 짧고 날씨 등의 기상 상황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유기물질에 대한 투과도 불가능해 가려진 물체를 감지할 수 없다. 또 계속 회전해야 하는 라이다 특성상 차량 외부에 장착해야 하는데 크기가 커서 미관상 좋지 않다. 라이다 한 대에 4000만~1억 원 하는 비싼 가격도 단점이다.
이에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라이다의 단점 보완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김창석 교수팀은 현대자동차와의 산학 연구를 통해 악천후에서도 주변 모습을 구현하는 라이다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레이저를 연속으로 컬러 변조해 발사하고 돌아오는 파형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컬러 변조는 파장이 다양한 무지개 색으로 바꿔가며 레이저를 쏘는 기술이다. 이렇게 레이저를 쏘면 한 파장에서 인식하지 못한 모습을 다른 파장의 레이저가 번갈아가며 잡아주기 때문에 악천후에서도 주변 모습을 잘 그려준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레이더와 라이다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세계 자율주행업계의 꾸준한 연구 덕분에 레이더는 정밀해지고 라이다는 소형화에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 눈의 진화를 통해 인류는 곧 스스로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세상을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 그날을 기대해보자.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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