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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는 마음건강 응급실 한 통의 전화가 한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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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통합운영 109일, 김상섭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상담팀장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는 하루 평균 500건 넘는 전화가 걸려온다. 심리적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을 붙잡아주는 것은 109 상담사들이다. 109 운영 책임자인 김상섭 보건복지상담센터 자살예방상담팀장은 “109는 마음건강의 응급실”이라고 말했다. 삶의 위기를 맞은 사람에게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해주고 하루를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다.
109는 2024년 1월 1일부터 운영 중이다. 이전에는 자살예방을 위해 안내되던 상담전화가 여럿 있었다. 자살예방 상담번호(1393)가 있었지만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고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청소년 상담전화(1388) 등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이를 통합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개통된 것이 109다. 정부는 2023년 10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자살 관련 상담전화번호가 8개 정도로 나뉘어서 부처별로 관리되고 있고 긴박한 순간에 바로 떠올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며 “자살 상담은 가장 간절한 순간의 구조신호이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 기억하기가 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19처럼 109라는 숫자는 자살이 ‘구조가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준다. ‘한 명(1)의 생명도 자살 없이(0) 구(9)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김 팀장은 “누구나 자살 생각이 떠오르는 등 마음의 문제를 겪는 사람이라면 109에 전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1월과 2월 두 달 사이에 109에 걸려온 전화는 3만 3000여 건, 한 달 평균 1만 6500여 건이다. 109 이전에 1393으로 운영될 때 한 달 평균 1만여 건 전화가 걸려왔던 것에 비하면 늘어난 수치다. 김 팀장은 “109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같다”며 “위기의 순간에 떠올리기 쉬운 번호라고 생각한다” 설명했다.
김 팀장은 누구보다 109를 아는 국민이 늘어나길 바란다. 절박한 순간 109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2019년 자살예방 상담번호가 일반 복지서비스 상담전화로부터 독립했을 때도 담당업무를 맡았다. 자살예방 상담번호를 오래 운영하면서 한 번의 상담이 벼랑 끝에 선 사람을 구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자살예방 상담번호라는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팀장의 말이다. 4월 18일은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가 도입된 지 109일 되는 날이다. 김 팀장에게 자살예방상담전화의 운영에 대해 들어봤다.

109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오나?
매우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온다. 자살 생각이 들고 우울한 기분에 처한 사람도 있지만 자살시도를 하다가 긴급히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응급상황인 것이다.

그럴 때 상담사들은 어떤 도움을 주나?
내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의 변화를 이끈다. 예를 들어 약물로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면 약물을 일단 변기에 쏟아버리는 행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 그보다 더 긴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들면 경찰과 소방 등에 연락한다.

109와의 상담 후에도 안정을 되찾지 못하는 내담자도 있을 텐데.
상담 중에도, 상담 후에도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사는 늘 내담자와 안전에 대한 약속을 받는다. 한 번의 상담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해소하지 못하고 안전이 약속되지 않으면 대응체계를 작동시킬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상담마다 위험성 평가를 한다. 평가를 통해서 자살사고를 계속 확인한다.

긴급상황이 아니더라도 109에 전화해도 되나?
당장 자살시도를 하지 않더라도 자살 생각이 들 때 연락을 해오는 사람이 더 많다. 109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지 않는다. 적절한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한 번의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역의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다. 주기적인 상담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필요로 할 때는 직접 센터와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내담자도 꽤 있다. 그런 경우에는 연락처라도 안내해 스스로 연락할 수 있게끔 유도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109는 응급전화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버팀목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상담전화가 걸려오면 짧게 끝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담사와 내담자 간에 라포르(친밀감)를 형성하는 데만 한참이 걸리다보니 긴 상담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시간은 꽤 길다. 상담을 하면서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안내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도움 받았다는 내담자가 많다.
최근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럴 때 물리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고민, 자살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자살 생각을 억누를 수 있다고 한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안정이 되고난 후에 문제를 찾고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이끄는 것이 109의 역할이다.

상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경우에도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훈련을 받는다. 애초에 상담사가 되기 전에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자격을 갖춘 사람이 대부분이고 채용되더라도 곧바로 상담에 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담사가 모두 몇 명이나 있나?
현재는 87명이 있다. 올해 10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상담전화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인가구가 늘어나고 비대면 소통이 일반화되면서 우울한 감정, 어려움 같은 것을 터놓을 사람과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마음에 위기가 닥쳤을 때 버팀목이 돼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날 등 특정한 패턴이 있나?
유명인의 자살사고가 알려진 날에는 뚜렷하게 상담건수가 늘어난다. 2023년 12월 말 유명 배우가 자살했을 때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언론보도의 영향인가?
자살보도는 자살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기자들이 놀라곤 한다. 언론보도가 그렇게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명인의 자살사건이나 특정 자살사건이 많이 보도되는 날에는 자살 생각을 하는 사람들,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그러나 다양한 방안이 도입되더라도 자살시도자는 있을 것이고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09는 안전망의 최전방에서 자살을 막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내담자가 감정적으로 격해 있기 때문에 안정을 찾고 안전한 상황으로 이끄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떤 고충이 있나?
위기상황에 처한 내담자가 많다 보니 간혹 상담 중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상담사는 그 상황을 그대로 듣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진다.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상담사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충분히 하려고 노력한다. 1박 2일 캠프를 개최한다거나 공예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상담팀을 운영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건강한 상담사가 건강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살예방이라는 가장 어려운 상담 분야와 24시간 교대근무라는 어려운 직업을 택한 상담사 한명 한명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더 나은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상담역량을 길러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고 마음이 쓰이는 사례들은 많지만 상담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

109 운영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상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인원을 확충해 고르고 높은 상담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올 하반기부터는 통화보다 텍스트 대화를 선호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한 상담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발표



2027년까지 자살률 30% 감소…
2년마다 정신건강검진

정부는 2023년 4월 14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자살예방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자살예방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종합계획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2021년 기준 26명이었던 자살률을 2027년까지 18.2명으로 3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재 20~70대 성인을 대상으로 10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정신건강검진을 신체건강검진과 같이 2년 주기로 단축할 예정이다. 검사질환도 우울증에서 조현병·조울증을 확대 포함시킨다. 검진 결과 자살위험이 있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전국 261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지역이 주도하는 자율적인 자살예방사업을 펼치는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전국 17개 시·도에 조성한다. 자살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미리 발견해 전문기관과 연결해주는 생명지킴이도 확대 양성한다. 실제로 경기 가평군은 꾸준히 생명지킴이를 양성한 결과 2013년 44.9명이었던 자살률이 2021년 19.4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자살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담인력을 갖춘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센터를 신설해 24시간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모니터링된 정보는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신고·심의, 삭제, 긴급구조·수사 등을 거쳐 즉각적으로 대응한다.
자살위험이 큰 자살시도자와 유족의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자살시도자와 유족의 정보를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하고 치료비와 심리상담비 등을 1인당 100만 원 한도로 지원해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하도록 돕는다. 정신건강서비스, 일시주거 등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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