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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들꽃처럼 제 인생의 봄도 그렇게 될까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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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생님, 봄이 오고 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 즐거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이 생깁니다. 특히 그늘진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들을 보면 그래요. 선생님은 혹시 봄까치꽃을 아세요? 봄이 되면 벚꽃보다 먼저 피는 꽃인데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꽃이에요. 사람들은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만 기억할 뿐 봄까치꽃처럼 이름도 생소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은 피어 있는지조차 관심을 두지 않잖아요. 얼어붙은 겨울 땅을 뚫고 힘들게 세상의 빛을 본 예쁜 꽃들이 한 번 불려보지도 못하고 외롭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실은 그 이름 모를 꽃들이 꼭 제 모습 같거든요. 지금은 삶이 한겨울처럼 차고 시리지만 인내하며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 인생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따사로운 봄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봄이 왔는데도 제가 맺은 결실이 아름다운 벚꽃이 아닌 아무도 봐주지 않는 들꽃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선생님은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해주실 수 있나요? (박지연·가명, 30세)

A. 봄이 오면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이지만 저 또한 그 꽃들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지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봄까치꽃’이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고요. 지연 님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무관심하게 지나쳐온 수많은 들꽃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 번도 그 꽃들을 아름답지 않다거나 볼품없다고 평가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때에 맞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작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때가 많았습니다.
지연 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의 어원을 쫓아가보면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름’을 두 팔을 둥글게 모아 만든 둘레, 한 아름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아름다움은 한 아름 가득히 가져가고 싶을 만큼 보기에 좋고 예쁘다는 뜻이 됩니다. 두 번째는 ‘아름’의 어원을 ‘나’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때 아름다움은 가장 주관적이고 개성 넘치는 ‘나’다운 모습을 뜻하게 됩니다. 아름다움이라는 말에는 외적인 화려함뿐만 아니라 내적인 가치와 의미가 함께 포함돼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고 아름다운 꽃은?
지연 님의 두려움은 벚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공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의 삶을 버텨내고 있는 지연 님의 노력과 인내가 결국 수포가 되지는 않을지, 내가 원하고 꿈꾸는 결실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불안감의 이면에는 그동안 겪어야 했던 실패의 기억이나 실패하면 또다시 재기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임져야 할 게 많고 돌볼 사람이 많을수록 이런 마음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과거나 현재 상황과는 상관없이 지연 님의 미래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걱정과 달리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고 반대로 외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꽃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내가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고유한 가치와 기준을 잊지 않고 살고 있는지 매 순간 마음을 점검하며 성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꼭 해야 할 일들을 알게 되고 흔들림 없이 가야 할 삶의 방향을 찾게 되며 나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롯이 내면에 집중하게 될 때 외적인 아름다움은 언젠가는 오염되고 더럽혀질 수 있는 일시적인 상태일 뿐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붉게 피지는 못하지요. 대신 나다움의 꽃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피어 있기에 상대가 알아보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 가치와 의미를 알고 있는 나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있는 꽃이 되어 영원히 내 마음속을 꽃향기로 채울 수 있습니다.

나다움의 향기라면 충분히 아름답다
내면에 집중하게 될 때 우리는 상대와 나를 비교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됩니다. 상대와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때 불안은 옅어지고 자신에 대한 불평과 불만 역시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고 애써온 자신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따듯하게 안아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지연 님,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인내하고 있다면 그 마음이 피워내는 꽃은 틀림없이 나다움의 향기를 지닌 아름다운 꽃일 겁니다.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괜찮아. 이 정도도 충분해’라고 말해주세요. 그러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이 바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시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찾아보니 봄까치꽃의 꽃말이 ‘기쁜 소식’이네요. 지연 님의 간절한 마음이 피워낸 모든 꽃이 따듯한 인생의 봄을 알리는 기쁜 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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