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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으로 세 자매 공부 근로장학금으로 생활비 해결 온 가족 걱정 덜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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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농업경제학과 4학년 전수빈 씨
“얼마 전까지 순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갓생(God生)’이 대세예요. 온라인에 ‘오늘의 갓생 일기’를 올리는 열풍이 있을 정도입니다.”
전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4학년 전수빈 씨의 말이다. 전 씨는 청년들이 이토록 생에 ‘열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지목했다. 전 씨는 “특히 학생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것은 비싼 대학 등록금”이라며 “학비 부담으로 휴학을 하는 친구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일반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국공립대 420만 원, 사립대 757만 원에 이른다.
3월 5일 경기 광명시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청년의 삶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청년 430여 명이 참석해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 신문고’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전 씨는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더 많은 학생이 생활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근로장학생 선발 인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씨는 세 자매 중 첫째로 다자녀가구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학비 걱정은 없었지만 생활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지난해 국가근로장학금을 받아 생활비를 해결했다. 근로장학금은 대학생의 교내외 근로에 대해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의 일종이다. 취업난과 고물가란 이중고를 겪는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은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장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장학생 인원 확대와 단가 인상을 약속하며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00만 명인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5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대학생이 속한 가구의 재산·소득을 연계해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2024년부터 기초·차상위 계층 자녀와 다자녀가구의 셋째 자녀 이상은 등록금 전액을, 첫째와 둘째 자녀는 지원 구간에 따라 450만 원에서 570만 원을 지원한다(Ⅰ유형). 현재 전국 대학생 약 200만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대학생들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이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국립대인 데다 실습이 없는 학과라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에요. 실습이 있는 학과는 학비가 훨씬 비싸죠. 사립대에 다니는 동생의 경우 국가장학금으로 480만 원을 지원받는데도 100만 원 정도 등록금을 더 내야 해요. 성적장학금까지 받으려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요.

국가장학금이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저는 학비가 160만 원 정도인데 다자녀 국가장학금 지원액이 최소 450만 원이라 학비는 전혀 내지 않고 있어요. 첫째 동생은 등록금이 비싸 국가장학금을 받고도 100만 원 이상 내야 해요. 하지만 셋째 자녀부터는 등록금 전액이 지원돼 둘째 동생은 걱정 없이 대학에 갈 수 있어요. 이런 혜택이 없었다면 부모님도 걱정이 컸을 거예요. 형제가 많은 집은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동생이 학비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학교, 원하는 학과에 지원할 수 있어 기뻐요. 국가장학금 덕에 가족 전체가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성적 기준(직전 학기 80/100점 이상)을 충족해야 해서 부담되겠어요.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학업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성적 기준이 있지만 학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학생을 거르는 정도예요. 주변에서 성적 기준을 못 넘어 국가장학금을 못 받을 위기에 처한 친구가 있었는데 지원이 바로 끊기진 않았어요. 한두 번 주의를 주는 등 기회를 많이 줬어요.

등록금 부담이 없는데도 교내 근로장학생을 한 이유가 뭔가요?
등록금은 안 들어도 교통비, 주거비 등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커요. 부모님께 한 달 용돈으로 40만 원을 받지만 늘 부족해요. 자취를 하고 있어서 식비도 많이 들고 취업 준비까지 하려면 항상 생활비가 모자라요. 친구들을 보면 생활비를 아끼려고 사람도 안 만나고 동아리 활동을 기피하기도 해요. 요즘 대학생 10명 중 7명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옷가게, 카페, 학원, 식당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근로장학생은 어떤 일을 하나요?
입학처에서 입학 문의 대응을 비롯해 복사나 청소같은 간단한 업무를 했어요. 강도가 높지 않아 학업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할 일을 마치면 공부를 하거나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었어요. 업무 시간도 조정할 수 있어 시간관리 하기도 편했어요. 한 달에 35시간(학교별 상이)만 채우면 언제 일하든 상관없거든요. 저는 다섯 명과 함께 일했는데 서로 시간표를 공유하면서 그때그때 일정을 조율했어요. 공강시간을 이용해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죠.

일반 아르바이트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무엇보다 임금체불에 시달리거나 무리한 상황에 놓일 걱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땐 밀린 월급을 요구했더니 원장이 되레 화를 내더군요. 결국에 받긴 했지만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카페에서 일할 때는 손님에게 막말도 듣고 막무가내 요구에도 대응해야 했죠. 더욱이 요즘은 최저시급이 올라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근로장학생의 경우 최저시급 이상을 받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학생을 배려하는 업무환경이라 늘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어요.

지원 경쟁이 치열할 것 같은데요.
1학년 때부터 계속 지원했는데 지난해 1학기에 처음으로 선발됐어요. 그만큼 인기가 높아요. 당시 12만 명을 뽑는데 60만 명이 지원했다고 들었어요. 민생토론회에서 교육부 장관이 선발 인원 확대와 근로 단가 인상을 약속했어요. 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지원횟수도 고려해 선발하면 좋겠어요. 저처럼 여러 번 지원한 사람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요.

국가장학금 지원을 9구간까지 확대(현재는 1~8구간)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어요. 비판 여론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처음엔 재산·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9구간까지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자녀가구인데도 9구간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대학생의 얘기를 들어보니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구간까지는 450만 원 또는 전액이 지원되는데 9구간은 혜택이 전혀 없으니 ‘혜택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죠. 8·9구간 간에 재산·소득이 큰 차이가 없는데 혜택의 격차는 너무 커서 조금이라도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민생토론회에서는 기숙사비 지원에 대한 요청도 있었죠.
전북대에도 타지에서 온 친구들이 무척 많아요. 기숙사에 사는 친구가 많은데 카드로 기숙사비 결제가 안 되고 일시납부를 해야 하는 게 큰 부담이라고 들었어요. 정부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어요. 저 같은 자취 청년에 대한 지원도 더 늘면 좋겠어요. 12개월간 20만 원을 지급하는 정부의 청년월세지원 사업이 있지만 액수나 기간이 한정적이라 좀더 지원이 확대되길 바라요.

취업을 준비하며 느끼는 어려움도 많을 텐데요.
취업준비는 정신력 싸움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좌절하기도 하고 졸업 전에 취업하지 못하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이 될까봐 불안해요. 취업을 위해서는 인턴 경력이 중요한데 취업보다 인턴이 더 어렵다고 할 만큼 자리가 부족해요. ‘인턴이 금(金)턴’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예요.

민생토론회를 통해 청년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고 느끼나요?
친구들은 ‘네가 뭐라고 대통령을 만났냐’며 농담도 하지만 저같이 평범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정부의 역할이잖아요. 민생토론회에서는 교육정책 외에도 문화, 복지, 출산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청년들과 정부의 이야기가 오갔어요. 이전에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런 자리가 생기니 관심을 갖게 되고 제 목소리도 내게 됐어요. 정부와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농업 관련 공기업이나 은행권에 취업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복지가 좋은 곳이면 좋겠어요. 결혼도 일찍 하고 자녀도 많이 낳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이 키우면서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갖춰진 곳이어야겠죠. 결혼을 미루거나 자녀를 안 낳겠다는 친구도 많지만 저는 대가족을 이루고 싶어요. 형제가 많아 무척 행복했거든요. 더욱이 정부 지원 덕에 학비 걱정 않고 공부도 맘껏 했고요. 국가장학금이 이런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거죠. ‘갓생’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청년정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조윤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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