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욕 7시간’ 초음속 여객기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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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이동이 갈수록 빈번해지는 가운데 초음속(음속 340m/s보다 빠른 속도) 여객기가 부활을 앞두고 있다. 여행시간 단축에 대한 대중적 욕구가 크고 그만큼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이다. 선봉에 선 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시험비행체 ‘X-59’로 수년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함께 개발해왔다. X-59를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평균 14시간 걸리던 비행시간을 7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소닉붐을 없애라’ 조용한 초음속 여객기 시험 중
초음속 여객기의 목적은 대륙과 대륙 사이의 이동시간을 짧게 줄이는 게 핵심이다. NASA는 올해 안에 미국 도시 상공에서 X-59의 첫 시험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한동안 꺼져 있던 초음속 여객기의 불씨를 X-59가 되살리고 있는 셈이다.
초음속 항공기는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했던 콩코드(Concorde. 프랑스어로 조화·화합)가 그것이다. 콩코드는 1969년 10월 1일 수평 시험비행에서 음속을 돌파한 뒤 7년 만인 1976년 1월에 대서양 항로를 오가는 상업비행을 시작했다. 해발 1만 8000m의 성층권을 마하 2(시속 2165㎞, 최고 2180㎞)의 속도로 날아 7시간 이상 걸리던 파리~뉴욕 간 비행시간을 3시간대로 앞당기는 개가를 이뤘다.
문제는 음속을 돌파할 때 공기와 부딪히는 저항력이 일반 여객기보다 4배나 커서 소닉붐(음속폭음)이 운항에 큰 걸림돌이었다.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굉음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불러일으켰고 창문이 깨지는 등 건물 피해도 속출했다. 이 때문에 지상과 가까운 거주지에서는 초음속 비행이 금지됐고 운항노선도 대서양 상공 비행으로 제한됐다. 요금도 너무 비싸 결국 2003년 4월 운항 중단이 발표됐고 그해 10월 24일 완전 퇴역했다.
이 때문에 다시 추진되는 초음속 여객기 X-59의 가장 큰 화두는 저소음이다. 소닉붐으로 인한 음속 장벽 ‘제한’을 넘어설 수 있도록 X-59는 조용한 초음속 여객기로 설계됐다. 마하 2로 운항했던 콩코드의 비행 소음이 천둥소리 수준인 105데시벨(㏈)이었다면 X-59는 75㏈까지 줄여 소닉붐 현상을 최소화했다.
X-59는 음속을 돌파할 때 공기 입자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충격파를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문이 닫힐 때의 “쿵” 소리나 농구공을 바닥에 튀기는 소리 정도의 소음만 발생한다.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X-59의 목표 속도는 마하 2~4 수준이다. 마하 2의 속도면 뉴욕~런던 구간을 3시간 이내, 마하 4의 속도면 1시간 반 안에 비행할 수 있다. NASA는 이미 마하 2의 속도를 실현하고 있고 최대 마하 4의 속도로 상업용 비행이 가능한지를 조사하고 있다.
초음속 여객기 부활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 개발의 중심이 고성능에서 고효율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안전성과 경제성, 편의성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X-59는 길이 30m, 최대 폭 8.8m로 작고 가는 긴 유선형 몸체에 일반 여객기와 달리 조종석에 유리창을 없애고 대신 ‘외부 비전 시스템’이라 불리는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조종사는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보면서 기체를 조종한다.
전 세계 50개 노선 운항 가능
NASA는 X-59에 적용된 ‘조용한 초음속’ 기술이 기본 설계대로 성능을 발휘하는지 시험비행에서 제대로 검증할 예정이다. 시험비행은 2026년까지 이어진다. 또 시험비행 지역을 ‘지역사회 상공 비행 단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은 현재 지상 초음속 비행을 금지하고 있어 대서양, 태평양 등 대양만 횡단할 수 있다.
X-59가 (아직 선택되지 않은) 지역사회 상공을 시험비행할 때 지상 주민들의 소음 반응을 수집하고 시험비행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반응을 정리할 방침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2027년엔 초음속 여객기가 육지에서도 비행할 수 있도록 미 정부 당국과 ‘초음속 비행 금지 규정’ 개정에 관해 논의하고 새 규정을 만들 계획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항공여행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게 NASA의 설명이다.
X-59의 상용화는 2030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비행에 앞서 이뤄진 NASA의 사전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50개 정도의 도시 간 노선에서 초음속 여객기 도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양을 횡단하는 항로만을 조사한 결과다.
초음속 항공기 개발에는 미 공군도 나서고 있다. 물론 특수작전, 정찰용, 물류용, 고위층 이송 등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이뤄지는 개발 작업이다. 미 공군은 2022년 1월 초음속 항공기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민간기업 붐슈퍼소닉과 3년 계약을 체결했다. 100% ‘지속가능한’ 연료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운항 첫날부터 ‘넷제로(탄소중립)’가 될 친환경 항공기다. 붐슈퍼소닉은 2025년 소닉붐이 없는 항공기를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군용 초음속 항공기는 마하 5의 극단적 속도를 지향한다.
우리나라 공군도 초음속 항공기 ‘KF-21 보라매’를 독자개발해 국산 항공기 개발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2022년 7월 19일 시제기 1호기가 음속의 벽을 뚫고 시험비행에 처음 성공한 데 이어 2023년 6월 28일 6호기까지 성공을 이뤄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2026년까지 공대공(空對空), 2028년까지 공대지(空對地) 무장 능력을 갖춰 2026~2028년까지 40대를 초도 배치할 계획이다.
저소음 초음속 여객기와 군사 목적 항공기가 향후 항공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제 곧 우리는 초음속 여객기에 몸을 싣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비용과 편익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초음속 여객기가 어떤 가성비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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