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간 1500회 장례 지원 “영웅의 마지막 길 지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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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처럼 잘살 수 있는 건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의 마지막 길, 기꺼이 예우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장례식장. 이곳을 운영하는 이보은 대표는 10년 전부터 국가유공자에게 장례식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원한 횟수는 1500회가 넘는다. 국가유공자를 위해 아예 180㎡ 규모의 빈소를 마련했다. 생계가 곤란하거나 연고가 없는 국가유공자 경우에는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6월 27일 열린 ‘2024년도 호국보훈의 달 정부포상식’에서 이처럼 영웅에 대한 마지막 예우와 보훈문화 확산에 솔선수범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경찰·소방공무원, 100세 이상 어르신, 장기기증자 가족에게도 장례식장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에게 장례식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15년 전 장례업을 시작했다. 이 일을 하면서 6·25전쟁이나 월남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인데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무연고자이거나 생계가 곤란해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분들을 종종 봤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영웅의 마지막 길이 너무 쓸쓸해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나서 장례를 치러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러 명이 동업하던 시절에는 마음처럼 쉽지 않았지만 11년 전 혼자 장례식장 운영에 나서면서 국가유공자의 장례를 무료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가보훈부에서도 국가유공자 장례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 예산은 정해져 있지 않나. 그와 별개로 국가유공자를 지원하고 싶었다. 인천보훈지청에 연락해 우리가 장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장례식장에도 국가유공자를 위한 빈소를 마련해놓고 있다.
가족 중에 국가유공자가 있나?
없다. 가족이나 주변에 국가유공자가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다.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 김포시 애기봉 근처가 고향이다. 나라를 지키고 희생하는 분들을 보며 자랐고 그래서인지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감사하고 예우를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나.
비용이 많이 들 텐데.
180㎡ 규모 빈소에서 삼일장을 치르는데 장례식장 대여료만 기본 200만~300만 원은 든다. 비용을 따지거나 부담이 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내가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쓸 돈을 아끼면 충분히 가능하다. 바빠서 여행갈 시간도 없고 흥미도 없다. 그럴 시간에 국가유공자나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도움을 주는 게 더 보람 있다.
국가유공자 장례는 자주 있나?
인천, 시흥 등에서 장례식장을 모두 4곳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한 해 평균 130~140건 정도다. 안타깝게도 국가유공자 대부분이 80~90대 고령이라 해가 갈수록 점점 늘고 있다.
최근 고독사하는 국가유공자도 많아졌다는데.
고령인 국가유공자 중에는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가족과 교류 없이 홀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주위와 교류도 많지 않다보니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독사한 국가유공자의 장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고독사·생계 곤란·무연고 국가유공자만 지원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국가유공자라면 똑같이 지원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어떠하든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건 모두가 똑같으니까. 다만 가족이 없거나 도움이 더 필요한 경우 직원들이 상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장례가 다른 게 있다면.
2017년부터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인천지부 소속 선양단이 장례의전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선양단은 국가유공자 장례가 있을 때마다 장례식장을 찾아 태극기와 대통령 근조기를 설치하고 태극기 관포 등의 조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양단원들도 고령이지만 단복을 갖춰 입고 이른 새벽, 추운 날 더운 날 가리지 않고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이런 의전 행사와 무료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보니 일부러 찾아오는 국가유공자 가족도 늘고 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생각인가?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 없이 쓸쓸히 마지막 길을 떠나는 국가유공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럴 때마다 더 잘해야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국가유공자를 위해 나라가 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다.
‘국민훈장 동백장’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직원들이 기꺼이 함께해줬기에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직원들에게 고맙다. 값진 상을 받은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더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국가유공자 외에도 사회를 위해, 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돕고 있다. 독거노인이나 기초수급자 등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한 나눔, 행사도 열고 있다. 딸도 내가 하는 일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 내가 해온 활동이 대를 이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생계곤란·무연고 국가유공자 장례 국가가 도와줍니다
국가유공자 장례지원 관련법 개정 8월 시행
8월부터는 생계가 곤란하거나 연고가 없는 국가유공자가 숨지면 국가가 장례를 지원한다. 국가보훈부는 2월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유공자법 등 관련 5개 개정법률안이 공포돼 8월 14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보훈부 장례서비스 지원사업은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환자(수당지급대상자) 중 연고자가 없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 경우다. 장례지도사 등 인력지원을 비롯해 고인·빈소·상주 용품 등 물품 지원과 장의차량 등 최소한의 장례서비스를 지원한다. 2018년 기초수급권자 중 생계급여 대상자에게 적용된 후 2021년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 전체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총 5000여 명, 연평균 840여 명의 국가유공자 등이 지원받았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이번 장례서비스 지원 사업의 법률적 근거 마련으로 그동안 자체 예산사업으로 진행됐던 장례서비스를 앞으로도 변함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하신 분들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혹시 모를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률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예우받을 수 있는 국가유공자 범위를 명확히 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7월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국가유공자 등의 범위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국가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환자 중 수당지급대상자로 정했다.
앞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정보시스템을 통해 국가유공자 등의 여부를 확인하고 국가유공자 등으로 확인되면 공문으로 지방보훈청에 통보한 후 공영 장례를 지원한다. 지방보훈청은 대통령 명의 근조기, 국립묘지 안장 등을 지원한다. 지자체가 공영장례를 지원하기 어려우면 보훈부가 계약한 상조업체를 통해 고인·빈소 용품과 인력, 운구 차량 등을 지원하게 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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