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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건강 모두 지키는 식탁 위 환경운동 “못난이 채소로도 미쉐린 요리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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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요리’ 도전 미쉐린 1스타 성시우 셰프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주스에 들어간 오렌지의 모양을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음식을 먹을 때는 맛을 따지지만 장을 볼 때는 겉모양을 먼저 본다. 같은 값이면 모양 좋은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이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이 상당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9년 매년 전 세계적으로 13억 톤의 농산물이 버려진다고 발표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예쁘지 않은 모양 탓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헐값에 팔리는 농산물의 규모가 연간 최대 5조 원에 달했다.
이 문제는 비단 농부들이 흘린 땀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버려진 식품이 썩거나 폐기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 등이 방출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8~36배 강한 온난화 효과를 일으킨다. 버려진 농작물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못난이 농작물의 가치와 환경적 의미에 주목하는 셰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요리를 추구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요리란 지구에 가급적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생산한 재료를 활용하고 조리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요리다. ‘맛의 전쟁터’ 주방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움직임을 비건 레스토랑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레귬의 성시우(35) 총괄셰프에게 들어봤다.
성 셰프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채소는 물론 직접 농가를 찾아 버려지는 농산물들을 구해 요리에 활용한다. 그릇과 앞치마도 곡물 껍질과 폐플라스틱 섬유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명함에도 바질 씨앗을 넣어 직접 길러볼 수 있도록 했다. 메뉴판 한편에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지속가능한 외식문화를 만들어간다’, ‘신선한 식사 경험과 함께 환경 친화적인 움직임에 동참해보라’는 메시지를 적어 환경을 생각하는 식사문화가 레스토랑 밖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요리를 시작한 배경이 궁금하다.
코로나19 당시 배달 음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환경 문제가 대두됐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내가 독립해 레스토랑을 차린다면 지구와 사람 모두에게 건강한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더불어 어머니가 고기를 전혀 못 드셔서 외식 때마다 늘 채소요리와 밑반찬만 드셨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머니를 모시고 갈 식당이 없더라. 건강한 땅에서 자란 신선한 작물만으로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시장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고기와 버터, 계란, 우유를 쓰지 않는 비건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말렸다. 손님이 있겠냐는 걱정이었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지 않으면 계속 못할 것 같아 오픈했다. 처음에는 정말 손님이 없었다. 그럼에도 기다렸다는 듯 찾아주는 손님도 있고 호텔 소개를 받고 오는 외국인들도 하나둘 늘어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채소만 가지고 매력적인 맛을 낼 수 있나?
좋은 재료 본연의 맛도 좋지만 다양하게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버섯은 굽기 전에 버섯으로만 끓인 육수를 오랜 시간 졸여 진한 맛을 낸 다음 겉에 발라 굽는다. 짭조름한 간도 가미하면 버섯의 맛이 입안에서 더 풍부하게 퍼진다. 미쉐린도 우리 레스토랑을 1스타로 선정하면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사다. 단지 식물만 이용할 뿐’이라고 썼더라.

요리 이외에도 환경을 생각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식당은 밥만 먹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식사 이상의 경험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얻어가거나 느끼는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러한 태도나 생각을 밖에서도 이어나가는 문화를 식탁에 녹여내고 싶었다.

농가도 직접 찾아간다고.
농부마다 잘 키우는 작물들이 있다. 어느 날 감자를 키우는 곳에 갔는데 콩만큼 작은 감자들이 밭에 널려 있더라. 요리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다 사겠다고 했는데 안 팔고 버릴 거라고 했다. 작은 건 들이는 노고에 비해 수입이 좋지 않아 안 줍는 게 낫다고 했다. 쓰고 싶으면 주워가라기에 팀원들과 하루 종일 주웠는데 직접 해보니 정말 힘들더라. 이후로 1년에 한 번씩 수확기에 가서 주워온다. 안 쓰면 버려지는데 아깝지 않나. 작은 감자도 맛있다는 걸 알면 손님들도 이 크기의 감자를 찾을 것이고 그러면 수요가 생기니 농부들도 이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버려지는 감자가 줄어든다면 좋은 일 아닌가.



그렇게 버려지는 농작물들이 많나?
굉장히 많다. 마트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 아니면 팔 수가 없기 때문에 농가들은 그 기준에 맞춰 키우려고 한다. 자연히 비료나 물을 많이 쓰는데 그러다 보면 채소가 맛이 없어진다. 오히려 모양이 제각각인 경우가 맛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땅에 개미집이 있으면 당근은 이를 피해 휘어서 자란다. 꼬불꼬불 모양이 나오는 거다. 먹어보면 맛이 진하다. 그 모양도 하나의 미학이고 예술인데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사서 장식용 재료로 쓰거나 소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려고 한다.

친환경 재료들을 쓰면 재료 값이 더 많이 들어가지 않나?
확실히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하지만 이건 우리의 철학이기에 레스토랑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고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야 영향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수요가 많아지니 비용 문제도 점차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속가능한 요리를 추구하는 셰프들이 많은가?
아직까지 외국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기후위기로 무더위는 더 심해질 거고 멸종하는 작물들도 늘어날 것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 우리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 등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을 실천하고 전기 자동차를 만든다. 결국 하나로 연결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요리를 함으로써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그의 말처럼 지속가능한 요리를 추구하는 셰프들은 국내에도 있다. 미쉐린 3스타 강민구·안성재 셰프를 비롯해 수많은 셰프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한국 미식계의 큰 산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도 같은 철학을 가졌다. 그는 식재료를 최대한 버리는 부분 없이 알뜰히 활용해 낭비를 막는다. 요리사 한 명이 하루에도 수십 장씩 쓰는 라텍스 장갑도 그의 주방에선 볼 수 없다.
지속가능한 미식연구소 아워플래닛의 김태윤 셰프도 식탁에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달에 한두 차례씩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것. 청결한 동물인 돼지가 과잉 생산을 목적으로 좁은 우리에서 뒤엉켜 살다 억지로 살찌워진 채 도축되고 작디작은 닭장에서 알만 낳다 죽는 닭들의 현실을 알리는 등 식품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위한 워크숍과 캠페인도 진행한다.

집에서도 지속가능한 요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1차적으로는 재료를 직접 사서 해먹는 방법이다. 음식 배달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선 좋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키운 돼지고기를 쓴다거나 유정란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재료를 하나씩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자투리 재료로 육수를 내고 남은 채소로 카레를 만들거나 밀가루와 반죽해 쿠키를 구울 수도 있다. 우리 메뉴에도 활용한 실제 레시피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요리를 어느 정도 해야 한다. 실력이 없는데 바로 지속가능한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겠다고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돈과 시간을 썼는데 결과가 만족이 안되면 이어나갈 수가 없다. 요리가 어렵다면 일회용품을 최대한 줄인 친환경적인 포장 음식을 찾아 먹는 걸 추천한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먹을 수 있는데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하며 이는 항공 부문 총배출량의 5배에 달하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 달러, 한화로 1385조 원 정도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밭을 구매해서 재료를 직접 키워 조달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 레스토랑이 조금 더 커지면 미생물 퇴비화 시스템을 설치해서 비료를 만들고 밭에 다시 거름으로 뿌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싶다.

고유선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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