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으로 떠나는 자의 길동무 꼭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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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살아 있을 때는 아무리 멀고 낯선 곳이라고 해도 돌아올 수 있지만 사후세계로의 여행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누구든지 한 번은 반드시 가야만 하고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할 마지막 여행이다. 가는 사람은 있는데 돌아온 사람은 없는 일방통행식 여행, 그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저승에 대한 두려움은 강력하면서도 끈질기다.
이런 두려움은 어쩌면 산 자들의 몫이다. 죽은 자가 두려움을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남겨진 사람들만이 죽음 앞에서 떠난 자의 혼비백산을 차마 떨쳐내지 못하고 애달파할 뿐이다. 비록 내가 함께 죽을 수는 없지만 망자(亡者)가 편안하게 저승까지 여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상여의 꼭두다. 꼭두는 인형, 허깨비를 뜻한다. ‘꼭두각시 같다’라고 할 때의 그 꼭두다. 상여는 망자의 시신을 빈소에서 묘지까지 옮기는 운반수단이다. 상여를 장식하는 목조각품이 꼭두다. 꼭두는 상여 곳곳에 부착돼 상여의 화려함을 더해준다. 물론 상여에는 꼭두뿐만 아니라 용·봉황 등의 장식판, 그리고 연꽃·모란, 매화 등의 식물과 오리·학·원앙 등의 동식물 문양 등도 부착된다. 특히 봉황은 그 색깔도 화려하거니와 머리깃을 흩날리는 봉황, 꽁지깃을 펼친 봉황, 날아가는 봉황 등 굉장히 다채롭고 현대적이다. 이 모든 것들은 나무판 위에 채색해서 고리에 끼우거나 받침대에 고정하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인물꼭두라 할 수 있다. 인물꼭두는 그 역할에 따라 안내하고 호위하는 꼭두, 시종을 드는 꼭두, 그리고 광대꼭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여행은 무섭고 두렵다. 안내꼭두와 호위꼭두는 이 험한 여행길을 동행하면서 망자가 저승까지 무사히 도착하도록 지키고 도와준다. 호위꼭두 중에는 말을 탄 무사도 많지만 염라대왕의 사자나 호랑이를 데리고 온 산신처럼 직급이 높은 신들도 등장한다. 시종꼭두는 신선과 선녀, 부처와 승려, 무당 등으로 낯선 여행길에 들어선 망자가 편안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는 ‘나무아미타불’, ‘지장보살’, ‘공수래공수거’ 등 불교적 문구를 들고 있는 시종이 있는가 하면 복숭아를 든 시종과 연꽃을 든 신선처럼 도교의 영향을 받은 시종도 있다. 시종꼭두를 보면 당시 사람들의 종교관이나 내세관 등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장례는 유교의 관습을 따랐지만 상여에 장식된 꼭두에는 당시의 종교가 총집결돼 있다.
광대꼭두는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망자의 슬픔과 외로움을 악기 연주로 위로한다. 때로는 재주를 부리며 놀이판을 열거나 씨름을 하면서 흥을 돋운다. 광대꼭두의 흥겨운 분위기는 마치 과거급제자가 배출됐을 때 화려한 행차를 보는 것 같다. 우울하고 두려운 이별이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망자를 좋은 세상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남겨진 자들의 염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듯 꼭두는 산 사람을 대신해 망자의 저승길을 함께해준 길동무다. 죽음은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상여의 꼭두는 한국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부디 마지막 여행길을 두려워하지 말고 편안하게 가주기를 바라는 산 자들의 안타까움이 반영된 이별의 선물이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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