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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딸과 매주 여행 떠나는 40대 아빠 “아이는 생각보다 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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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가 있으면 가까운 곳만 나가도 챙길 게 한 짐이다. 기저귀와 물티슈, 손수건은 기본이고 여벌 옷에 아직 수유를 한다면 젖병부터 분유, 따뜻한 물까지 챙겨야 한다. 외출만 해도 이정도니 여행은 언감생심이지만 매주 세 살 딸과 단둘이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아빠가 있다. 여행작가이자 ‘전업 파파(아이를 전담해 키우는 아빠)’인 홍석남(42) 씨다.
그는 딸 하라가 두 돌 무렵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해 35개월이 된 현재까지 전국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대만을 다녀왔다. 그보다 앞서 딸이 14개월 때는 아내와 함께 배낭여행의 ‘끝판왕’인 4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다.
부녀는 대부분의 여행 계획을 무작위로 결정한다. 예를 들면 지도를 잘게 자른 후 하라가 집은 조각에 적힌 장소로 떠난다거나 끈끈이 인형 여러 개를 테이블에 붙인 뒤 가장 늦게 떨어지는 인형에 적힌 곳을 선택하는 식이다. 숙소도 마찬가지다. 호텔, 펜션, 민박 가운데 하나를 하라가 선택해 묵는다.
평소에도 먹고 자고 씻는 모든 것을 아빠와 함께하는 하라는 여행을 다니면서 완전한 ‘아빠 껌딱지’가 됐다. 울 때도 엄마 대신 아빠를 찾고 결혼은 아빠와 하겠다고 선언했다. 특별히 엄마와 둘만 떠난 1박 2일 여행 때도 밤에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우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아빠 홍 씨는 하라와 여행을 다녀오면 이를 2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누리소통망(SNS)에 기록한다. 부녀가 경기 여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난 영상은 시장에서 모자를 사고 곤충박물관에 갔다가 도자기 체험을 하는 평범한 내용이지만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했다. 그의 SNS에선 부녀의 영상을 자신의 남편이 보도록 ‘태그’하는 엄마 팔로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빠들에게는 불편한 ‘옆집 남편’이 된 그는 왜 아이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을까. 그것도 한창 손 많이 가는 아이를 데리고 매주 짐을 싸는 그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6월 18일 하라와 일본 다카마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다카마쓰 여행은 어땠나?
하라가 랜덤으로 골라서 다녀온 곳인데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시골 마을이더라.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다녔는데 요즘 하라가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시기라서 조금 힘들었다.

아이와 여행하려면 체력이 많이 필요하겠다.
육아도 마찬가지지만 아이와 여행을 다니려면 운동은 필수다. 체력을 키우려고 1주일에 두세 번씩 헬스를 한다. 오늘도 하라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을 하고 왔다.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에 두려움은 없었나?
이유식도 다 만들어 먹였을 정도로 원래도 육아와 살림을 전담했기에 집에 있으나 나가나 어차피 큰 차이가 없었다(웃음). ‘밖에 나가서 아이가 힘들어하면 어떡하나’라고 대부분 엄마들은 걱정할 텐데 아내가 전적으로 나를 믿어줘서 여행을 시작하는 데 큰 걱정은 없었다.

세 살 즈음이 함께 여행하기 좋은 때인가?
두 돌 전후가 제일 편했다. 그때는 어느 정도 걷기도 하고 막 안아달라고 하지도 않고 말도 잘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대부분 유아차에 앉아 있고 한 번씩 내려주면 너무 재미있어 했다. 떼도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기주장이 강해졌다(웃음). 서너 살 즈음이 제일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예전에 서울 광화문에서 마주친 여성이 “하라 아빠 덕분에 남편이 딸을 데리고 1박 2일 여행을 갔다”고 하더라.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서 아주 뿌듯했다. 특히 엄마들이 우리 콘텐츠를 좋아한다. 남편들이 볼 수 있게 태그를 하면서 보고 배우라고 하기도 한다. 아내도 내가 여행 가면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 없이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지 않나.

걱정하는 사람들은 없나?
돌 전에 아이, 아내와 함께 여행한 영상을 올렸는데 이때는 안 좋은 반응이 엄청 많았다. ‘아이를 왜 등산 캐리어에 메고 다니냐’, ‘본인들 행복하려고 애 고생시킨다’ 등의 내용이었다. 외국에선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그랬는지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순례길 영상 댓글에도 ‘아이가 아프면 어쩌려고’라는 걱정 글이 많았다. 이해는 하지만 결혼 후 1년 동안 아내와 아프리카를 포함해 세계를 여행했는데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아이를 데리고 멀리까지 나설 수 있었다.



여행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어릴 때부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어떤 음식이든 잘 먹고 강하게 자라는 것 같다. 하라가 14개월 때 스페인에서 처음 먹은 음식이 ‘먹물 빠에야’였다. 입 주변이 까맣게 변한 하라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참 잘 먹는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르신들과도 스스럼이 없다. 우리는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도 산과 바다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추위, 더위에 노출되며 그게 일상이 된 아이라 예민하지 않은 성격으로 자라는 것 같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을 걸을 때나 눈보라 치는 겨울산에 오를 땐 ‘과연 아이가 견딜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면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아이와 여행하려면 짐 꾸리는 것도 일 아닌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짐 싸는 데에 도가 터서 하라와 1박 2일 여행을 갈 때도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저귀와 갈아입을 옷 한 벌씩, 그리고 워낙 자주 가다 보니 늘 준비된 체온계를 비롯한 상비약 꾸러미와 세안 용품만 챙겨넣으면 된다. 아, 하라가 쓰는 휴대용 좌변기까지 챙기면 끝이다. 18리터짜리 가방 하나면 2박 3일도 너끈하다.

한 번 여행갈 때 경비는 어느 정도 쓰는지.
하라와 국내로 한 번 여행 갈 때 보통 10만~15만 원을 쓴다. 숙소비 5만 원, 교통비 3만~4만 원, 식비 2만~3만 원 정도다. 수영장을 갖춘 숙소, 크고 좋은 식당에 간다면 한 번 여행 갈 때 보통 4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도 드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숙소도 식사도 크게 욕심내지 않으면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다.

하라 할아버지까지 3대가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어릴 때 아버지와 여행을 많이 다녔다. 아버지는 퇴근하면 항상 같이 놀아줬다. 출장 때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 덕에 추억이 많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은 없지만 아버지와 함께한 좋은 감정이 많아 본능적으로 내 아이에게 그걸 물려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아이와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었을까.



하라와 여행하면서 당황스러운 적은 없었나?
하라가 튼튼하기도 하고 기질적으로도 돌발 행동 같은 걸 잘 하지 않는다. 손잡고 걷지 않아도 내 뒤를 잘 따라온다. 멀리 벗어나질 않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밤에 열이 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가져간 상비약을 먹이니 괜찮아졌다. 하라가 잘 해줘서 함께 여행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하라가 29개월 때 여행을 마치고 자려는데 “아빠! 오늘 행복했어”라고 하더라.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대만 여행 때는 비가 계속 와서 배낭을 메고 아이는 목마를 태우며 다녔다. 우산은 하라가 들었다. 정말 힘들었는데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와 전우애 같은 것이 싹텄다.

언제까지 하라와 여행할 생각인지.
하라가 그만하고 싶을 때까지. 초등학교 들어가서 친구들 좋아하기 시작하면 아빠랑 안 가려고 하지 않을까. 하라가 아빠와의 여행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하라야 양꼬치?” 하면 “칭따오!”라고 하고 “이 신발 어디에서 산 거야?” 물으면 “대만에서!”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한두 개의 재미있었던 기억만 가지고 있어주면 뿌듯할 것 같다. 영상이 훗날 사춘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 지금도 하라가 여행 영상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기억을 더 잘하는 것 같다.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니 부녀 관계도 남다를 것 같다.
다른 집 아이들은 불편한 게 있으면 보통 엄마에게 이야기하는데 하라에게는 아빠가 1순위다. 항상 내 품에 있고 아프거나 졸릴때면 내게 먼저 말한다. 함께 많은 경험을 하면서 더 끈끈해졌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큰 계획을 세워서 멀리 가는 것보다 당일치기로 근교에 다녀오거나 평일에 반차를 써서 1박 2일로 짧게 다녀오는 것부터 하면서 경험 쌓는 걸 추천한다. 아빠들은 아이가 밤에 엄마를 찾으니까 그게 걱정스러워서 못가는 경우가 많은데 짧게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충북 제천이나 단양도 짧은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자연 풍경도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게 즐길거리들이 많다.

고유선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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