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클래식 음악으로 그린 ‘전쟁과 평화’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호국보훈의 달…클래식 음악으로 그린 ‘전쟁과 평화’

작성자 정보

  • 칼럼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인류가 전쟁 없이 살아온 기간은 얼마나 될까? 세계적인 역사학자 윌 듀란트는 3500년의 인류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약 270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2차세계대전 이후 1945년부터 1990년까지 단 3주만이 전쟁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쟁 없는 시대는 인류와 요원한 것인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보다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인류역사에서 7.8%만이 평화로운 시대였다는 것 또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전쟁을 통해 드러난 우리의 폭력성은 머나먼 조상들로부터 이어져온 뿌리깊은 나무와도 같다. 동족을 살해한 사피엔스들의 흔적은 선사시대 유적들을 통해 그 폭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그들의 후손이며 만약 공간과 시대, 목적에 부합한다면 언제든 폭력성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전쟁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을 에너지원으로 잡아먹기 시작한 원시 지구시대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가족이 부족이 되고 부족이 모여 국가가 탄생되면서 우리의 폭력성은 법치주의 안에서 줄어들기 시작됐다. 자원을 뺏는 전쟁에서 이념전쟁으로 탈바꿈된 국가간의 전쟁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지만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스티브 핑거 교수는 “대부분의 인류사에서 전쟁은 자연스러웠고 평화는 짧은 휴식이었다. 그 정점이 2차대전이였지만 이후 전쟁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극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간의 전쟁보다는 내전이 많아졌고 인류역사 전체로 봤을 때 우리의 폭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보았다. 링컨 또한 우리의 선한 면을 강조하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고 밝혔다.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지에서 호국보훈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지에서 호국보훈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음악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일깨울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음악은 하나의 공통언어로서 정신을 연결시켜주고 고취시켜준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은 음악이 당장 전쟁을 멈추진 못해도 평화로 가는 한발자국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음악을 통해 전쟁의 아픔과 평화를 노래하는 작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하이든 - 전쟁 미사(Missa in Tempore Belli)

미사곡은 전례에 쓰이는 음악으로 예전곡 또는 예배곡으로 분류된다. 서양음악의 모태가 종교에서 시작되어 발전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위대한 작곡가들은 여러 미사작품들을 남기고 있다. 

음악가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신실함이 가득한 하이든도 여러 미사곡을 작곡하였다. 그 중 <전쟁미사>는 하이든 후기의 작품으로 당시 시대상과 분위기를 작품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1796년 3월 이탈리아 원정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나폴레옹은 알프스 산맥을 우회하여 이탈리아로 진격하고 있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오스트리아는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이 시기 작곡된 작품이 바로 <전쟁 미사곡>이다. 

전쟁 미사곡은 하이든이 에스터하지 가문의 궁정악장으로 일하던 당시 가문의 왕자인 니콜라스의 부인 마리아 헤르메네길드 공주의 영명 축일인(9월 8일-복된 성모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되었다. 

하지만 작품은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며 팀파니와 트럼펫을 통해 전장의 분위기와 평화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서 특히 팀파니가 극적인 역할을 하며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쟁미사곡이라는 이름 외에 <큰북 미사곡(paukenmesse)>으로도 불리고 있다. 작품은 다른 미사곡 형식과 같은 ‘Kyrie- Gloria- Credo- Sanctus- Benedictus- Agnus Dei’ 순서로 이어지며 장엄한 느낌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 프로코피예프 -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죽음의 공포보다 강한 것은 사랑의 감정이다” 

톨스토이의 명언이다. 그의 소설 <전쟁과 평화>는 평생의 역작으로 전쟁과 인간, 삶에 대한 깊은 혜안과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초 러시아를 배경으로 나폴레옹과의 두 번의 전쟁, 그리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힘,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대서사시를 읽고 영감을 받아 오페라를 작곡하였는데, 차이콥스키의 <예프게니 오네긴>과 무소르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원작의 스케일만 생각하더라도 규모가 상당한 작품일 수 밖에 없다. 프로코피예프와 그의 아내 미라 멘데숀이 대본작업을 하여 전체 13개 장면으로 각색한 <전쟁과 평화 오페라>는 당시 소련 문화부의 검열로 인해 작품을 공연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었다. 

결국 전체 작품공연은 프로코피예프 사망 후에 상연되었다. 프로코피예프와 그의 아내가 오페라작업에 착수한 것은 1942년 2차 세계대전 중이었는데, 그 전해에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과 작품줄거리의 나폴레옹 침공이 서방으로부터의 외침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정치적으로 많은 검열에 시달린 것이다. 

1946년도에 전체 13장면 중 8장면이 공연되었지만, 전곡의 공연은 프로코피예프가 세상을 떠난 2년 뒤인 1955년도 냉전시기에 초연되었다. 

오페라 <전쟁과 평화>는 70년대 이후 미국의 메트로폴리탄과 영국의 코벤트가든 등 서방세계에서도 초연되기 시작하였다. 작품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어떤 공연에서는 의상 1000벌과 4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되기도 하였다.

1988년에는 청중이 오페라의 음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크리스토퍼 팔머가 오페라의 주제를 교향곡 모음형식으로 편곡하였다. 

톨스토이의 원작에는 “삶은 전체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운동한다. 삶이 있는 한 기쁨이 있고 행복은 고통가운데서도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는 구절이 있다. 그의 철학이 소설과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속에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 벤자민 브리튼 - 전쟁 레퀴엠(War Requiem)

1940년 영국 중부의 코번트리 시는 히틀러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이때 14세기 건립된 도시의 심장 성 미카엘 대성당도 파괴되어 당시 시민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주었다. 

이후 코번트리 시는 건축가 베이즐 스펜서 경에게 옛 건축의 뼈대와 함께 현대적 건축을 접목하여 성당을 재건하기로 하였다. 

새롭게 탄생할 성당의 헌당식에 시의 예술가 협회는 브리튼에게 연주할 작품을 의뢰하였고 드디어 1962년 5월30일에 그의 <전쟁 레퀴엠>이 성당에서 연주 되었다. 

브리튼은 헨델과 퍼셀 이후 고전음악가의 명맥을 독일 작곡가들에게 빼앗겼던 영국이 자랑하는 음악가다. 그의 전쟁 레퀴엠은 20세기 최고의 클래식 음악에 선정될 정도로 깊이와 엄숙함에서 당대의 음악 중 손꼽히는 걸작이다. 

평생 반전주의자였던 브리튼은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의 레퀴엠에서 평화를 갈구하고 화합을 뜻하는 의미로 확장한 레퀴엠을 작품을 통해 선보였다. 레퀴엠의 가사는 윌프레드 오웬의 시 9편에서 가져왔으며 영어와 독일어 가사가 아닌 라틴어로 작곡되었다. 

전체 6악장의 <전쟁 레퀴엠>은 오르간과 오케스트라, 혼성합창과 3명의 독창자로 구성되어 장대한 느낌을 주는데, 초연 당시 독창자 3명은 적대국이었던 독일과 영국의 바리톤과 테너 그리고 러시아의 소프라노가 초청되어 의미를 더했다. 

초연 이후 더 타임즈지는 모차르트와 베르디, 포레와 함께 위대한 레퀴엠이라고 호평했고, 당시 독창자였던 피셔 디스카우는 리허설 중 연신 눈물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레퀴엠>은 2차세계대전중 사망한 브리튼의 친구 4명에게 헌정되었다.     

◆ 메시앙 -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Quatuor pour la fin du Temps)

프랑스의 위대한 현대 작곡가중 한 명인 올리비에 메시앙은 한때 전쟁포로로 수감생활을 하였다. 

1939년 지원병으로 참전했다가 붙잡혀 독일령 실레지아의 괴를리츠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31세 메시앙은 중세시대 교황청이었던 아비뇽에서 영문학자 아버지와 시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름다운 중세시대건축과 자연으로부터 들려오는 새소리는 그의 예술세계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작품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그가 포로생활을 할 때 작곡되었으며 같이 포로였던 동료연주자들과 함께 초연된 곡이다. 

당시 동정심 많은 경비원으로부터 종이와 펜을 구할 수 있었던 메시앙은 짧은 3중주 곡을 작곡하였으며 이후 피아노를 추가하며 4중주 작품으로 만들었다. 

초연은 1941년 1월15일 약 400명의 수감자와 경비원이 모인 수용소에서 열렸으며, 몇 개월 뒤 파리음악원의 동료교수의 간청으로 메시앙은 석방되었다. 이후 그는 수용소에서 함께한 동료 첼리스트와 함께 이 작품을 레코딩하였다. 

약 50분 정도의 긴 연주시간을 갖고 있는 4중주 작품은 총 8개 악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4번째 악장을 중심으로 전후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새소리를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특히 1, 3, 4악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비뇽의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에덴동산의 새소리가 연상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1악장부터 7악장까지는 6일간 만물을 창조하고 7일째 안식일을 뜻하는 의미의 창세기와 연결되어 있으며 8번째 악장은 오직 바이올린 솔로와 피아노 반주로 예수 불멸성에 대한 찬미를 뜻하고 있다. 

메시앙은 악보 전문에 이 작품이 킹 제임스 버전의 요한계시록 본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적었다.

☞ 음반추천

하이든의 <전쟁미사>는 아르농쿠르 (Nikolaus Harnoncourt)와 가디너(Sir John Eliot Gardiner)의 음반을 추천한다.

프로코피예프의 <전쟁과 평화>는 키로프극장 오케스트라와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연주 그리고 마르크 에름레르의 지휘와 볼쇼이극장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도 좋다.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은 벤자민 브리튼 지휘와 런던심포니와 합창단이 명반이고, 가디너 지휘의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또는 리차드 힉콕스와 세인트 폴 성당 합창단, 런던심포니의 연주도 꼽고 싶다. 

끝으로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메시앙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한 56년도 역사적 음반과 현대적 레코딩으로는 바이올리스트 야니네 얀센, 클라리넷의 마틴프로스트 등이 함께한 소니 음반을 권해드린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