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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육아가 가르쳐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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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왔어? 잘됐다. 애들 분유 200㎜ 빨리 부탁해요.”
비행을 끝내고 오자마자 유니폼도 갈아입지 못한 채 헐레벌떡 부엌으로 달려간다. 쌍둥이들이 우렁차게 울자 아내의 목소리가 커진다. 쌍둥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스테레오로 울어대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분유 제조의 생명은 신속함과 정확성이다. 후다닥 흔들어대니 한 번 먹을 분유가 완성됐다. 이제 이걸 먹이고 달래고 트림시키고 놀아줘야 한다. 언제까지? 아이들이 만족할 때까지.
지난 1월 쌍둥이 아빠가 되고 나서 나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좋고 나쁨을 논하기 전에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즐겨 하던 게임도 완전히 끊었다. ‘몬스터’ 때려잡고 ‘던전’ 안에서 밤을 새우며 레벨을 올리던 시절이 까마득하다.
육아는 인공지능(AI) 시대와는 맞지 않는 ‘아주 노동집약적’인 영역이다. 최첨단 AI가 세상을 곧 지배할 것처럼 떠들지만 그렇다고 ‘챗GPT’가 나 대신 육아를 해주진 않는다. 엄마 아빠가 24시간 내내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육아만 하나? 분유 값 벌려면 돈도 벌어야 한다. 아이들이 ‘오늘은 엄마 아빠가 피곤해보이니 안 울어야지’라며 배려하지도 않는다. 이러니 엄마 아빠의 체력은 항상 방전 상태다. 쌍둥이 육아는 그중에서도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하나면 지금보다 훨씬 편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수백 번은 한 것 같다. 엄마 아빠 중 한 명만 나서서는 안된다. 두 사람 모두 출동해야 한다. 사실 둘로도 부족하다.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하나씩 맡는 동안 집안일은 쌓여만 간다.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를 할 사람이 없다. 젖병도 삶아야 하고 손수건도 빨아야 하는데 말이다. 하나를 재워도 하나가 울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더 문제는 둘 다 목이 터져라 우는 상황이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절대 멈출 생각이 없다. 그렇게 힘겹게 재우다 보면 그날 잠은 다 잔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건 이런 상황 속에서 내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밤잠을 설쳐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부부 사이도 더 끈끈해졌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어지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
물론 여전히 어려움은 많다. 반복되는 분유 제조와 기저귀 갈기, 너무나 부족한 시간, 뜬눈으로 밤새우기 등.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힘든 시간들이 쌓여가면서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더 큰 사랑과 기쁨을 주고받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이 모든 경험들이 부모로, 한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생각해보니 아이들도 처음 낳았을 때보다 훨씬 컸다. 세상에 나온 지 넉 달 만에 서너 배 가까이 무거워졌다. 죽순같이 쑥쑥 크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도 힘을 내서 나아가야지. 이 또한 즐겁게 지나가리라.


원요환
프로N잡러 중동 파일럿. 국내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민항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가, 리포터, 콘텐츠PD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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