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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적은 성공 아닌 성장 늘봄학교에서 성장 위한 경험 다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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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홍보 나선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와 딸 나은
4월 26일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와 딸 나은이를 만났다. 부녀의 인기는 몇 걸음 채 걷기 전에 확인할 수 있었다. 부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 “어쩜 아이를 이렇게 잘 길렀냐”며 칭찬하는 사람,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누군가 “무슨 촬영 중이냐”라고 묻자 박주호는 “늘봄학교를 알리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답했다.
스위스인 아내와 결혼해 세 자녀, 나은·건후·진우를 키우는 박주호는 2019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그해 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박주호는 이날 새벽, 축구 해설위원으로 국가대표팀 경기를 해설하느라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는데도 시간을 내 ‘늘봄학교’의 홍보를 위해 나선 이유가 있다. “늘봄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박주호와 나은이는 ‘늘봄학교 홍보대사’를 자청해 교육부 유튜브 채널에서 홍보영상도 찍었다.
늘봄학교는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의 역할을 통합·개선한 교육·돌봄 프로그램이다. 2024년 2학기부터 희망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누구나 다닐 수 있게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전면 도입 전에도 늘봄학교를 도입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은이와 건후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도 1학기부터 늘봄학교가 생겼다. 초등학교 3학년인 나은이는 늘봄학교 대상이 아니라 다니지 못하고 있지만 1학년인 건후는 늘봄학교에 푹 빠져 있다.
박주호는 “늘봄학교에 아이를 보내보니 이 제도가 부디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은이가 옆에서 “저도 늘봄학교에 다니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주호는 “나은이는 성취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최근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나은이는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것이 재미있다”면서 얼마 전 익힌 기술에 대해 신이 나서 설명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신나고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는 박주호와 늘봄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가진 육아관, 가치관과 앞으로의 인생 계획까지 알 수 있었다. 유명인은 으레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자녀들을 모두 공립초등학교에 보내는 이유, 늘봄학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등을 듣다 보면 저절로 ‘학교 교육의 목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가서게 된다. 피겨스케이팅 수업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뜬 나은이를 뒤로하고 박주호 가족의 교육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자녀를 늘봄학교에 보내는 이유가 있나?
공립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늘봄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왔으면 하는지, 어떤 어른으로 크길 바라는지 등 전체적인 교육관과 관련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늘봄학교에서 아이들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라는 데 중요한 것은 경험인데 늘봄학교에서 아이들은 원하는 만큼 경험할 수 있다.

늘봄학교에 다니는 건후는 어떤 경험을 하고 있나?
예체능 수업을 많이 듣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기의 예체능 수업은 기술적인 것보다 방향성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을 예로 들면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리는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적 감각이 있는지,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 더 나아가 미술을 계속 배워도 될지 같은 것들이다. 꼭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취미활동으로 미술을 할 수도 있다. 건후가 그런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학생이 학교에서 얻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성장이기 때문이다. 성적은 목표다. 정해진 목표가 있고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은 방향성이다. 어떻게 살지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장에 필요한 것이 경험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으려면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놓치기 쉬운 사실이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긴 시간 동안 방법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놓은 곳이 있다. 바로 학교다.



우리는 종종 학교의 중요성을 잊어버린다.
나는 언제나 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칠 계획도 있는데 그때 아마 가장 중요하게 가르칠 것이 ‘인성’이 될 것이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인성, 가치관, 삶의 방향성 같은 것들이다.

경쟁하고 다투는 축구선수가 되는 데 인성이 중요한가?
물론 축구선수로서 나도 경쟁심이 있고 승부욕이 있다. 축구선수로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경쟁심과 승부욕 같은 것이 인성과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축구선수 이외의 삶을 생각해야 한다.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인성을 갖추는 것은 꼭 필요하다.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팀을 위하고 자신을 갈고닦는 어려운 길을 가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바르고 근본이 단단해야 한다. 인성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다.

‘축구선수 박주호’가 아니라 ‘일반인 박주호’가 되면 다른 삶이 펼쳐질 것 같다.
그렇다. 은퇴를 하고 나서 보니 더 잘 보인다. 나는 평생 축구와 이어진 삶을 살겠지만 ‘축구선수’로서의 삶은 이제 마무리가 됐다.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축구선수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만 집중적으로 배운다. 그건 길어봤자 10년, 20년이다. 삶의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누구에게나 이런 때가 오기 때문이다. 진학이나 취업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열심히 달성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녀들에게도 ‘어떻게’를 강조하나?
물론이다. 나은이도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은이에게 나는 “1등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너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나은이가 시험 점수를 잘 못 받아도 같은 얘기를 할 것이다. 70점을 받으면 80점을 위해, 100점을 위해 천천히 나의 목표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100점을 받았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부모의 역할은 도와주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녀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이뤄내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성장하는 자녀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아이가 무엇을 하면 더 행복해질까?’, 나는 항상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부모의 욕심을 버리면 된다. ‘아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판단해버리지 말고 아이의 눈과 표정을 봐야 한다. 나는 나은이, 건후, 진우의 표정을 제일 유심히 본다. 아이들은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건후를 보면 늘봄학교를 다닌 후 좋은 표정이 자주 나오더라.

요즘 육아 트렌드가 ‘마음을 읽어주는 것’인데 표정을 통해 마음을 읽어줄 수 있다는 얘기가 인상 깊다.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아이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아빠가 아이의 기분을 헤아려주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아이들도 다 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이라면 나는 잠깐이라도 아이들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둘이서만 마트에 가는 식이다. 그러면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생긴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을 느끼는지 부모도 ‘방향’을 찾을 수 있다.

나은이와 건후는 학교에서 행복해 보이나?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조잘조잘 이야기하면서 신이 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부모도 힘이 난다. 부모가 신이 나고 힘이 있어야 아이들을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입장을 떠나서 늘봄학교는 부모를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건후를 보내보니 확실히 그렇다. 늘봄학교가 없다면 부모는 돌봄 문제를 고민하느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러나 늘봄학교가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일을 대신 해주니 부모 입장에서도 시간이 확보된다.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행복한 표정으로 힘차게 맞아줄 수 있다.

나은이와 건후, 진우가 어떻게 컸으면 좋겠나?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고 기본이 단단한,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페어런츠 케어’에서 ‘퍼블릭 케어’로



“배움과 돌봄 모두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방과후·돌봄체제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기존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이 분리돼 운영됐다. 학생들은 둘 중 하나밖에 이용할 수 없었고 그마저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23년 3월을 기준으로 돌봄 대기자만 1만 5000여 명에 이르렀다.
‘돌봄공백’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다. 초등 방과후·돌봄 이용률은 각각 50.3%, 11.5%에 그쳐 많은 학부모가 초등학교 이후 돌봄공백을 경험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력단절이 일어나기도 하고 ‘학원 뺑뺑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학부모는 학교에서 돌봄이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월 5일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라는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돌봄과 교육만큼은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마음껏 경제·사회활동을 하려면 학교돌봄이 꼭 필요하다”며 “‘페어런츠 케어(parents care)’에서 ‘퍼블릭 케어(public care)’, 즉 국가돌봄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전국 459개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늘봄학교 시범사업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83.6%의 예비학부모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얘기하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원하면 누구나 늘봄학교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2학기부터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누구나 원하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2025년에는 그 대상이 초등학교 2학년까지 확대되고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과 연결해 양질의 교육·돌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역대학, 기업 등이 협력하는 다양한 교육·돌봄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박스기사2
늘봄학교 어떻게 운영되나



2024년 늘봄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매일 2개씩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체육, 문화·예술, 사회·정서, 창의·과학, 기후·환경 분야로 나뉘어 학교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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