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의료붕괴 막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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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제도는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과 병상을 포함한 의료기관을 적절히 제공하고, 국민이 이를 통해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아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특히 의사를 중심으로 짜여있다. 의사가 처방을 내려야 간호가 제공되고, 의약품이 조제되고, 물리치료가 개시된다.
의사의 역할이 중요해서 그렇게 짜진 것도 있지만, 의료법이 그리 규정하고 있어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측면도 있다. 그만큼 양질의 의사가 적정한 규모로 교육 받고 배출되는 것은 의료제도의 출발점이 된다.
개도국은 대체로 의사 수가 적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를 뒷받침할 의사수가 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와 90년대 의과대학이 급속히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이 되면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의사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진다. 최근 OECD 각국이 의사 수를 대폭 증원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수요에 대한 대응이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2000년대 초입에 의약분업과 건강보험통합이라는 거대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의사들이 전국적 집단행동을 이어가자, 정부는 편입학 포함해서 3600명 가깝던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줄이는 밀실합의를 해준 것이다.
의료제도 왜곡의 시작이었다. 의사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제도로 운영되는만큼, 늘어도 부족할 의사 인력을 줄인 결과는 불 보듯 했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의사 과소 공급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학계로부터 터져 나왔다. 최소한 줄어든 인원이라도 복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에도 ‘인구 대비 임상의사수’는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었다. ‘인구 대비 의대생수’ 역시 하위권이어서 앞으로 의사 수의 격차는 더 커질 것임을 예측케 했다. 그런데도 의사단체의 대대적인 공세 앞에 이러한 전문가들의 경고는 묻혔다.
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부족한 의사공급이 초래한 결과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오벽지의 의료를 책임지던 공중보건의사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역의료는 무너져갔고,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은 일상이 되었다.
정책당국도 급해졌다. 2020년에는 400명씩 10년간 증원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그러자 다시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파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코로나 상황으로 핵심 의료인력의 일탈에 맞서기 힘들었던 정부는 다시 두 손을 들었다.
코로나 상황이 해소되자, 정부는 의대 정원의 확대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의사협회는 아예 증원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했지만, 결국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의대 증원은 20년 만에 채택된 정책이다. 현상에 안주해 논의 자체를 거부하던 의사들에게는 이것이 정부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압박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의사 부족에 따른 의료제도의 붕괴를 막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오랜 노력의 결과요 결실이다.
의사 증원은 진보정부에서 추진하던 것이고 보수정부가 실행을 하는 것이니 정치권도 반대를 못할 것이다. 앞으로 5000여명의 신규 의사가 매년 배출되면, 짧으면 6년 길게는 10년 후부터 의료 현장의 의사 부족 문제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필수의료, 지역의료가 해결된다는 것은 아니다. 해결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앞으로 여러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해결의 가능성이 생긴다.
배출된 의사들 중에서 일부는 계속 수입이 좋은 비필수의료 쪽으로 가려할 것이다.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고 강제로 못 가게 할 권한도 없다. 이들의 필수의료 선택을 쉽게 하려면, 비필수의료가 주는 보상과의 차이가 줄어야 한다.
차이가 있더라도 의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데 따른 비금전적 보상이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으면 남게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매년 일률적으로 올려주는 방식을 계속해서는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의 격차는 줄지 않는다.
현행 ‘환산지수 계약방식’을 폐기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에 집중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도 의사에 대한 보상의 절대적 수준은 충분히 높다. 의사들 사이의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는 것이 답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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