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그린벨트 대폭 해제 전략산업 추진 시 1·2등급지 개발 허용 농지 내 수직농장 설치 허용

대한민국 국가대표 산업 허브 울산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년 만에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대폭 해제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농지에 수직농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농업진흥지역의 자투리 농지를 정비하는 등 농지이용규제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2월 21일 정부는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산업 허브 울산’을 주제로 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토지규제 개선 방향을 밝혔다. 국민의 토지이용 자유를 확대하고 울산이 산업 허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첨단산업과 미래산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아 울산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기회를 만들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을 전개할 수 있는 입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이용규제 혁신을 통해 노동과 자본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이 불편을 겪을 수 있는 토지이용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폭넓게 해제하도록 허용,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이라면 해제 가능한 총량의 제한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게 한다. 지역전략사업의 범위는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국무회의 등 심의를 통해 지역별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환경평가 1·2등급지는 그린벨트 해제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의 경우엔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하도록 한다. 다만 환경가치 보전을 목적으로 해제되는 1·2등급지 면적만큼의 대체부지를 신규 그린벨트로 지정해야 한다.



그린벨트 환경 평가체계 유연화
아울러 환경등급 평가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 현재 환경평가 지표 6개(표고, 경사도, 식물상, 임업적성도, 농업적성도, 수질) 중 한 개만 1·2등급이어도 전부 해제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별 특성에 따라 환경등급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민생토론회가 열린 울산의 경우 전체 행정구역의 25.4%가 그린벨트이며 그중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 비율이 81.2%에 달한다. 총량 제외, 환경등급 완화 등 이번 규제완화가 적용되면 울산권 그린벨트 내 해제 가능한 지역사업이 확대돼 최대 10조 원 수준의 직접투자 효과가 전망된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 남발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제관리시스템도 마련했다. 매년 국토교통부 주관의 토지이용규제평가를 통해 과도한 토지규제 신설 방지를 추진 중이나 규제 지역·지구 수는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다. 토지이용규제기본법에 등록된 모든 규제지역은 일몰제를 도입해 5년마다 존속 여부를 결정하고 불필요한 규제가 중복됐다면 신속하게 일괄 해제할 수 있도록 통합심의 절차를 도입한다.
토지이용규제 혁파를 토대로 정주여건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부는 계획관리지역 중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확보된 개발진흥지구는 공장 건폐율을 현행 40%에서 70%까지 완화하고 생산관리지역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적은 경우에는 300㎡ 미만의 소규모 카페 등 휴게음식점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농림지역 내 보전산지에 세워진 공장은 해당 부지가 보전산지에서 해제될 경우 증·개축이 금지돼왔는데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농림지역을 공장입지가 허용되는 계획관리지역 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공장 준공 이후 용도 지역이 변경되거나 법령이 개정되는 등 예상치 못한 이유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10년간은 준공 당시의 허가 기준대로 증축을 허용한다.
녹지·관리지역에는 대안학교(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정규학력을 인정받는 학교) 건립을 허용하고 숙박시설을 도로에서 50m를 떨어뜨려 짓도록 제한한 계획관리지역 입지규제를 폐지한다.

자투리 농지 정비, 농촌 체류형 쉼터 도입
정부는 농지이용규제 합리화 방안도 내놓았다. 과소화·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소멸 위기를 타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대책이다.
우선 농지에 수직농장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한다. 수직농장은 고도의 환경조절과 생산공정 자동화로 작물 생산량 및 품질을 높이는 차세대 식물생산 시스템이다. 대부분 컨테이너형 또는 건물형의 건축물이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과 달리 농지전용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정 기간에만 설치할 수 있다. 특히 컨테이너형은 최대 사용기간이 8년으로 수직농장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7월부터 수직농장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수직농장이 일정 지역 내에서 별도 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수익 상승으로 이어져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더불어 수직농장 수출 확대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의 소규모(3헥타르 이하) 자투리 농지를 정비한다. 자투리 농지는 농업진흥지역을 도로, 택지, 산단 등으로 개발한 뒤 남은 농지로 전국에 2만 1000헥타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진흥지역 내 자투리 농지는 집단화된 농지보다 농업 생산성이 떨어져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산업단지 편의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나 그간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이용에 제약이 있었다. 정부는 자투리 농지를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상반기 내 소규모 농업진흥지역 정비 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로부터 개발 수요 신청을 받아 타당성을 검토한 뒤 농촌진흥지역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나 주말체험영농인 등이 농촌 지역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인 ‘농촌 체류형 쉼터(가칭)’도 도입한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생활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농촌에 굳이 집을 사지 않더라도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농촌 소멸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부는 ‘농지 보전과 효율적 이용’이라는 농지법의 기본 이념을 준수하되 농촌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련법령 개정을 신속히 이어나간다.
윤 대통령은 “12개 부처와 지자체의 토지이용 규제 종류가 무려 336가지에 달한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신속히 개혁하겠다”며 “울산이 국가대표 산업 허브로서 확실하게 재도약하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의 도약을 이끄는 지름길이고 저와 정부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 울산의 전통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의 국제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근하 기자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