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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물가 비상…고물가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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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섰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1%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란 약 450개 품목의 가중치를 적용한 평균적 물가상승률이다. 언론에 많이 보도돼 주유소 기름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 같지만, 실제 전 품목 중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열무(58.5%)다. 물론 등유(47.1%), 경유(37.9%), 휘발유(27.4%)도 상승률 기준 상위 10위 안에 있지만 소파, 시금치, 부추, 소금, 수입쇠고기 등도 10위 안에 위치한다. 즉 지금은 전방위적으로 서민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최근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약 100달러로 1년 전보다 58% 상승했다. 그런데 2월 수입물가 상승률을 보면,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234개 품목 중 원유는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한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이 요소이다. 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51.5%가 높아져 있다. 이외 유연탄(102.3%), LNG(91.4%) 등 상위 10대 품목 대부분이 에너지 및 광물 원자재이다. 

문제는 이러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훼손된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은 거의 없다. 흔히들 많이 풀려진 통화 유동성을 언급하지만, 단순히 시중에 공급된 화폐량의 크기만으로 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돈이 움직이는 속도, 즉 화폐유통속도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소비와 투자의 미약한 회복과 여전한 자산시장으로 쏠림 현상 등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빠르지 않다. 다만, 앞으로는 유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내수 경기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분명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또 하나는 재정지출의 확대로 돈이 풀리는 것이다. 여전히 팬데믹 충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그런데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1년 2.5%에서 2022년 4% 내외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폐해는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는 시기에는 임금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즉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로 표현되는데 그렇게 되면 향후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기에 가계는 저축과 소비 구조를, 기업은 부채와 자산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될지 혼란이 온다. 따라서 소비와 투자는 위축된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가뜩이나 코로나로 고통받는 서민경제에 시름을 안겨준다. 실제 서민의 장바구니물가라고 일컬어지는 생활물가 상승률이 3월에 전년동월대비 5.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을 훨씬 넘어서는 충격이다. 이렇게 되면 식료품, 주거 등 생존에 필수적인 소비를 제외한 외식, 문화 등 비필수적 소비는 줄일 수밖에 없기에 소비의 질이 악화된다. 

밖에서 수입되는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다만, 최근 유류세 인하 조치와 같이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원자재에 대한 관세나 소비세 등의 감세 정책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농축수산물의 경우 국내 요인으로 가격이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일 경우 신속한 수입물량 확대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하겠다. 

한편, 인플레이션 쇼크는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에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준다. 최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소가 식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전반적인 물가 안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취약 계층의 삶의 질이 급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계획되어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에 이러한 내용들이 담길 수 있다면, 한국 사회가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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