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향해 하루 500발 “나를 다스리는 법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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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도전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
“파이팅~!”
힘찬 기합 소리가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아침을 깨웠다. 수은주가 영하 13℃를 가리킨 1월의 막바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은 태극전사들의 훈련 열기로 뜨거웠다. 그 가운데서도 양궁 국가대표팀 김제덕 선수의 기세는 단연 눈에 띄었다. 올 7월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남자 단체·혼성)를 거머쥐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당시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파이팅”을 외쳐대 ‘파이팅 궁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패기는 여전했다. 새벽 6시에 시작해 꼬박 12시간을 채우고야 끝나는 선수촌의 고된 일정에도 그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선수촌의 모든 선수가 참여하는 야외 에어로빅과 러닝으로 시작되는 훈련은 근력 운동으로 이어진다. 양궁은 마냥 정적으로 보이지만, 오랜 시간 선 채로 무거운 활을 계속 들어올리기 위해선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강한 체력이 필수다. 매일 300~400번씩 시위를 당기는 일도 일상이다. 당장 3월에 펼쳐지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앞두고선 더욱 피치를 올려야 한다. 이미 1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수촌에 입성했지만 또 한 번의 시험이 남아 있다. 24명 가운데 3명만이 파리에 최종 입성한다.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게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어렵다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요. 선발전에 임박해서는 하루 500발 정도 쏴요. 활 무게는 3㎏, 시위를 당기는 힘을 무게로 환산하면 20㎏에 달해요. 아무리 추워도 선발전에 임박해서는 무조건 야외에서 훈련하는데 그땐 손이 얼 것 같아요. ‘국대’ 되려면 얼어 죽어도 해야죠!”
“날 키운 건 고향 사람들”
김 선수는 2004년생으로 올해 만 20세다.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많으련만 그는 양궁이 가장 재밌다고 말한다. 4년 전에도 지금도 대표팀 막내지만 30대인 김우진 선수와 가장 친하고 40대인 오진혁 선수에게는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선수촌에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 그나마 양궁 외에 즐기는 취미는 축구와 게임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록과 K-팝. 요즘엔 아이돌그룹 엔믹스(NMIXX)의 ‘소냐르’를 즐겨 듣는다. 스페인어로 ‘꿈을 꾸다’라는 뜻이 담긴 이 노래는 조바심이 날 때마다 그를 다시 과녁 앞으로 돌려세운다. “저기 보이죠? 여기서부터 과녁까지 딱 70m 거리예요. 사선에 서 쏜 화살이 날아가 10점에 ‘팍’ 꽂힐 때 엄청난 쾌감이 있어요. 그게 제 삶의 최고 즐거움이에요.”
중요한 대회를 앞뒀지만 설에는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할 생각이다.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를 찾아뵙고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보살필 참이다. 경북 예천군은 그에겐 고향 이상의 의미다. 부모의 이혼으로 일찌감치 어머니와는 떨어져 지냈고 아버지는 외지에 나가 생계를 책임졌다. 천방지축 꼬마 궁사를 보살핀 건 조부모와 주위 사람들이었다. 10세에 활을 잡은 김 선수의 훈련을 아낌없이 지원했고 그가 장학금을 탈 수 있도록 물밑에서 도왔다. 공부엔 관심이 없었지만 양궁을 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는 이웃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일취월장했다. 김 선수는 “어릴 때 TV방송에 출연한 탓에 타고난 천재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200명이 출전한 경기에서 180등을 하기도 했다. 나를 성장시킨 건 고향이 베푼 사랑이다. 덕분에 누구보다 부족함 없이 자랐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제는 받은 사랑을 되갚는 중이다. 2023년엔 예천군민장학회에 기부도 했다. 자신을 키워준 고향에서 ‘제2의 김제덕’이 계속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팬들이 지어준 별명 가운데 ‘제덕쿵야’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주먹밥쿵야’라는 게임 캐릭터를 패러디한 것이다. 경기 때 벙거지를 쓴 모습과 진한 눈썹이 쿵야와 똑 닮았다. 하지만 팬들의 애정이 담긴 만큼 ‘파이팅 궁사’도 ‘아기맹수’도 그저 고마운 별명이다. 다만 앞으로 경기장에서 포효는 자제할 생각도 있다.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기합을 넣은 건 긴장을 풀기 위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불안을 다스리는 다양한 방법을 익혔어요. 역으로 긴장을 활용하는 법도 알았고요. 물론 제 안의 파이팅은 변함없습니다. 김제덕이 아닌 양궁이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달려야죠!”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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