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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라’ ‘배려해라’ 질리도록 듣고 자라 아버지 돌아가신 후 걸핏하면 화가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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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0대 들어 쉽게 화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착하고 순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동네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틈틈이 봉사활동에도 헌신적이었는데, 특히 인내심과 이타심을 강조하셨습니다. 싫은 일이 있어도, 불쾌한 감정이 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참아야 한다고 항상 가르치셨어요. 또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짜증이 나거나 화나는 상황이 생겨도 속으로 삭이며 지낼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저를 칭찬해 주셨고 칭찬받는 게 좋아 점점 더 그런 태도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성격에 변화가 생긴 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입니다. 유독 화가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상대가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화가 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거 아닌 일에도 욱하며 성질을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말투나 표정도 공격적으로 변했고요. 이러다가 나도 모르게 사람을 때리거나 그 이상의 폭력을 쓰게 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임철우(가명, 47)-

A. 상대를 배려하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은 나쁜 태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나 공감이 없다면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한 철우 씨는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챙기고 보살필 줄 아는 이타적인 성품을 가지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칭찬받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이 됐고 마치 타고난 성격처럼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은 마음속에는 무조건적 이타성에 대한 부담과 저항이 잠재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철우 씨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상대보다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을 것이고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많았겠지요. 이런 당연한 감정이 외면당하고 무시당할 때마다 마음에는 작은 상처들이 하나씩 늘어났을 겁니다. 현재 상태는 마치 화산이 터지기 직전과 같습니다. 화산은 조금씩 연기를 내뿜는 전조증상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대폭발을 일으키며 주위를 화산재로 뒤덮어 버립니다. 철우 씨의 마음도 대폭발 전의 징조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전에 억눌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치유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일입니다. 아버지의 가치관이 꼭 나의 가치관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아버지에게 인내심과 헌신이 중요한 가치였다면 철우 씨에게는 자율성이나 독립성이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습니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동안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미처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철우 씨만의 중요한 삶의 지표들을 찾아보세요. 그 지표들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거예요. 그런 시도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첫 손짓이 될 겁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이 될 겁니다.
다음은 화를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는 겁니다.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쌓여 있는 분노를 조금씩 희석해 나가는 겁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그 감정을 표현하는 습관을 만들거나, 취미나 즐거운 활동을 통해 활력을 충전해 놓는 것, 또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교감하며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을 때도 마음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들은 불특정한 스트레스 상황이 와도 마음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마음 근력을 만들어 줍니다.
다음은 ‘선택적 주의’를 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느끼거나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상 중에 특정한 대상을 선택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집중할 대상은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담담하게 만들면서 부정적인 기억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하고 효과를 인정받은 대상은 ‘호흡’입니다. 호흡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해를 끼치거나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부정적인 기억을 일으키거나 불행한 생각을 떠오르게 하지도 않습니다.
실천 방법도 간단합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눈을 감고 코끝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면 됩니다. 집중이 어려우면 호흡에 번호를 매기는 것도 좋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한 호흡이 끝나는 순간 ‘하나’라고 숫자를 붙이며 횟수를 세는 것입니다. 열 번까지 세고 나면 아홉부터 거꾸로 수를 세며 관찰을 이어가면 집중에 도움이 됩니다. 화가 아닌 호흡에 선택적 주의를 기울이면 화라는 감정으로부터 멀어지는 정서적 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거칠어진 호흡을 천천히 이완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 몸속에서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되는데 세로토닌은 화를 누르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이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분노를 다스리는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철우 씨는 삶의 가치와 방향을 찾아가게 될 겁니다. 그것이 바로 철우 씨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될 거예요. 철우 씨가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 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독자 여러분의 상담 신청을 받습니다. 신청은 giyultv@gmail.com으로 보내면 됩니다. 채택된 사연은 ‘신기율의 마음 상담소’ 지면을 통해 상담해드립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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