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화’ 밝히고 14일간 우정의 축제 메달은 있지만 종합 순위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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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개막한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이하 강원2024)의 열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네 번째 개최되는 겨울 청소년올림픽으로, 아시아 국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이후 6년 만에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개최한 강원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78개국 선수, 1800여 명이 참가해 7개 경기, 15개 종목에서 2월 1일까지 14일간의 열전을 펼친다.
1초에 1만 장 찍는 카메라 등 동원 첨단 올림픽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빛나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첫 금메달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1월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주재희(16·한광고)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초반에는 중국 선수들이 선두를 치고 나갔으나, 결승선을 두 바퀴 앞두고 속도를 끌어올린 주재희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소재환(18·상지대관령고)은 아시아 썰매 역사상 처음으로 청소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1월 23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1인승) 경기에서 1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나온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피겨 기대주 신지아(16?영동중)에게 쏟아진 관심도 뜨겁다. 202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우리나라 선수로는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후 16년 만에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신지아는 1월 28일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30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친다. 대회 폐막인 2월 1일에는 스노보드 이채운(18·수리고)이 출격한다. 이채운은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2023년 3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성인 대회에서도 실력을 입증했다.
강원2024에는 성인 대회에 쓰이는 첨단기술?장비가 활용돼 눈길을 끌었다. 초당 1만 장의 디지털 이미지를 찍을 수 있는 포토 피니시 카메라, 실시간 경기기록을 볼 수 있는 스코어보드, 스타팅 게이트와 출발 신호용 전자 피스톨 등을 경기장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평창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열려 계측에 익숙한 환경을 제공하는 만큼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공정하게 기록하고 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은 성인올림픽과 마찬가지로 금·은·동메달을 수여하지만 메달 집계를 통한 국가별 종합 순위는 매기지 않는다. 승패를 가르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는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 청소년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데 대회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화·고다이라 재회 “경쟁의 가치 배우길”
세계적인 동계 스포츠 선수들이 재회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고다이라 나오 전 일본 국가대표 선수와 이상화 강원2024 공동위원장이 다시 마주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롤모델로 초청된 고다이라와 이 위원장은 1월 2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만나 남녀 500m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이 경기장은 두 사람이 경쟁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당시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려 경쟁을 넘어선 우정을 보여줬다. 이 위원장은 “고다이라와 함께 서니 다시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청소년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벽을 허물고 우정과 경쟁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다이라는 “내가 어렸을 때는 청소년올림픽이 없었다. 평창올림픽 때 사용됐던 시설들이 버려지지 않고 젊은 선수들에게 활용되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도 펼쳐지고 있다. 대회 기간 동안 개최지 4개 시·군(평창·강릉·정선·횡성)에서는 K-팝 콘서트 및 트로트 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K-컬처의 저력을 선보였다. 또 4개 시·군 내 5개 페스티벌 사이트에서는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4 문화올림픽 전시프로그램 ‘지구를 구하는 멋진 이야기들’은 2월 1일까지 평창 대관령트레이닝센터와 강릉 경포해변 일대에서 펼쳐져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지속가능성 등의 세부 주제를 토대로 한 5개국 26개 팀의 28개 작품이 전시 중이다. 또 강원 지역의 유·무형 문화유산을 체험형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 등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해외 인플루언서도 찾는 ‘한국 관광 홍보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월 24일부터 강릉하키센터 문화체험구역 일대에서 한국 관광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한류스타가 제주와 부산 등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상현실(VR) 콘텐츠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또 한국 전통 소품을 활용해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돼 관람객에게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이밖에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관광지와 한류 콘텐츠를 소개하는 다양한 홍보영상도 상영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해외 유명인들도 홍보관을 찾고 있다. 핀란드의 아가타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선수는 “한류스타가 소개해주는 한국 관광 VR 콘텐츠 체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회 폐막 후 한국을 여행할 계획인데 미리 한국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강원2024를 계기로 강릉을 찾은 말레이시아의 여행·한류 콘텐츠 관련 인플루언서 비비안 리우시우도 홍보관을 방문했다. 그는 “올림픽 개회식, 얼음낚시 등 한국의 겨울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또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소감을 누리소통망에 공유하는 등 올림픽 현장과 한국 겨울의 매력을 전했다.
홍보관에서는 외국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관광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1330관광안내전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관광 다국어 정보 누리집 비짓코리아(visitkorea.or.kr) 등을 통해 관광 편의 서비스를 안내하고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가능자를 안내요원으로 배치했다.
난방텐트 쉼터?난방버스… 폭설?한파 대응에 총력
대회 초반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지만 청소년들의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직위원회도 경기 초반부터 추위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슬라이딩센터와 같은 설상 경기장 등을 중심으로 난방버스를 운영하고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장과 축제장에는 난방텐트 쉼터도 설치했다. 또 기상 악화 등으로 경기 티켓을 예매하고도 현장에 오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현장 발권도 확대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컬링,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등 강릉에서 열리는 빙상 경기는 현장에서 티켓 구매가 가능하고 스키, 바이애슬론 등 설상 경기는 예매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강원2024의 모든 경기는 공식 누리집(tickets.gangwon2024.org)에서 사전 예매 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성화’로 환경보존·비용절감 동시에
이번 대회에는 ‘디지털 성화’가 최초로 등장했다. 개막식 점화 후 램프에 담겨 밖으로 옮겨진 성화는 대회 기간 내내 실제 불이 아닌 디지털 발광다이오드(LED) 불을 빛낸다. 가까이 가면 입체적으로 보이는 아나모픽 기술이 쓰였다. 특수효과를 통해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씨 변화도 즉각 표현해낸다. 개막식을 연출한 양정웅 총감독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세계적인 화두에 맞춰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 기술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성화를 계속 피우려면 많은 연료가 들어가는 만큼 환경을 고려했다는 얘기다. 디지털 성화는 대형 가스 성화대를 쓰지 않아 비용절감 효과도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개막식 리셉션 환영사를 통해 강원2024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강원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 모두 강원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과 스포츠는 갈등을 치유하고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준다. 미래세대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세계스키연맹 위원장이
기상청 예보관에 선물한 이유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에 마련된 강원2024 스키점프 본부. 1월 20일 스키점프 남자부 경기가 끝난 뒤 베르니 세계스키연맹(FIS) 위원장이 한국 기상청 원효성 예보관에게 스위스에서 직접 가져온 목도리를 선물했다. “정확한 날씨 분석 덕에 시합을 잘 마칠 수 있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관들이 강한 눈보라가 예상된다며 경기를 1시간씩 앞당길 것을 조언한 덕에 경기가 차질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설상 경기가 많은 동계올림픽에서는 날씨가 큰 변수다. 올림픽 개최국이 자국 기상청 예보관들을 현장에 파견하는 이유다. 강원2024에는 우리나라 기상청 예보관 23명이 파견됐다. 예보관들은 참가국 요청에 따라 각 경기장에 맞춤 예보를 내놓는다. 일반적인 기상 예보와 달리 ‘스키 출발점’, ‘스키 도착점’ 등으로 예보 지점도 세분화된다.
이번 대회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경험한 예보관들이 다수 파견됐다. 덩달아 예보 기술도 발전했다. 평창올림픽 때 3시간 단위로 생산됐던 정보는 1시간 단위로 더 세밀해졌고 참가국에서 특정 시간대 예보를 원할 경우 수동으로 송출했던 데이터도 자동화됐다. 기상청은 “2018년에는 우리 분석을 믿지 못하고 날씨를 자체 분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당시 예보가 정확했던 덕에 강원2024에선 참가국들이 우리를 전적으로 믿고 경기 전략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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