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가 ‘붉은 물고기’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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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글 곤살로 모우레 / 그림 알리시아 바렐라 / 이순영 옮김
북극곰
앗, 이런…. 책장을 다시 넘겨야 했다.
오랜 시간 그림책을 읽고 권하면서 든 못된 습관이 있다. 매일 쏟아지는 그림책들. 표지를 열고 후루룩, 흘려 넘겨보면 어떤 책인지 알겠다는 자만이 그렇다. 그런데 모르겠다. 한 번 더 후루룩, 당혹스럽다. 어떤 책인지 모르겠다. 표지부터 다시 찬찬히 봐야 했다.
나무와 의자, 공원이라는 무대의 어김없는 상징이다. 그런데 붉은 물고기 한 마리가 강하게 시선을 뺏는다. 공원에 물고기라니…. 낯설게 표지를 넘기려다 순간 멈칫했다. 그만 못 볼 뻔했다. 표지에는 물고기가 더 있었다는 걸. 얼핏 눈에 걸려든 투명한 물고기 한 마리, 아니다. 둘, 셋, 넷, 다섯….
그 물고기들이 눈에 들어오자 이 책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확 올라왔다. ‘아,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 표지에 있구나!’ 궁금하고 설레다. 보려 하면 계속 보이는 이 책 속으로, 공원으로 들어가 보자.
공원은 활발하다. 움직인다. 아이들은 축구를 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고, 청년은 나무에 기대어 책을 읽고 누구는 가벼운 운동을 한다.
알리시아 바렐라가 그린 12장의 그림이 한 장씩 넘어가면 그들의 자리도 시선도 달라져 있다. 마치 플립북처럼 움직인다. 다시 보면 공원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시각장애인 오스카의 강아지 글래시스와 이름을 가져본 적 없는 고양이가 뛰며 겨루고, 참새는 플루티스트 율리안의 연주를 들어준다. 공원은 생명 있는 존재들의 무대이다.
그뿐이랴, 공원에는 ‘당연’하게 의자가 있다. 빈 의자는 친구들과 축구하는 아이를 기다리며 그 아이의 옷을 뜨는 모성의 자리, 소년과 소녀의 갈등을 이겨내는 긴장의 자리, 시인이 토해내는 상념의 자리가 되어준다. 때때로 참새의 자리이기도….
이제 공원의 어느 누군가를 따라가 보자. 혼자서만 비구름을 달고 우산 쓴 소녀 옆에 가볼까? 일상의 무료함 탓인지, 무거운 장바구니 탓인지 어깨는 처지고 표정은 맥없어 곧 쓰러질 것 같은 중년 여인의 사연을 물을까?
그림이 끝나면 공원 안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7개의 단편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 곤살로 모우레의 그 짧은 소설을 읽고 앞으로 돌아가 그림을 다시 보면 마치 30년 전 프랑스 영화 , , 와 같은 연작을 만나는 기분이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공원에서 누구를 따라갈 것인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존재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오늘은 누가 ‘붉은 물고기’가 되려나.
김소희·책방 피스북스 대표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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