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베트남·말레이시아… K-편의점 아시아를 사로잡다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K-파워의 확장세가 놀랍다. K-팝, K-드라마로 불붙은 한류 바람이 K-푸드를 띄우더니 이번엔 그 열기가 편의점까지 옮겨붙었다. CU, GS25를 필두로 K-편의점이 아시아 곳곳에 깃발을 꽂고 있다.
직장인 김수진(가명) 씨는 2023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시로 여행을 갔다 의외의 풍경을 목격했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 편의점인 GS25를 발견한 것이다. 호기심에 들어가본 편의점은 베트남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편의점 내 진열장에는 한국어로 쓰인 상품들이 즐비했다.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편의점 한쪽 간이 테이블에서는 베트남인들이 한국 간편조리식을 먹고 있었다.
김 씨는 “베트남에 한국 편의점이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로 많을 줄 몰랐다. 즉석떡볶이도 팔고 마치 한국 분식점에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GS25는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2024년 1월 현재 GS25 베트남 매장 수는 245곳이다. 남부 베트남에서는 경쟁업체인 미국계 편의점 서클케이(Circle K), 일본의 훼미리마트(Family Mart) 등을 제치고 매장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처음 진출한 이후 6년 만의 성과다. GS25의 점포 확장은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CU도 GS25도 이마트24도 동남아 시장 진격
베트남뿐만이 아니다. 몽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한국 편의점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몽골에 편의점이라는 신세계를 소개한 것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다. CU는 2018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1호점을 열었다. 몽골 최초의 편의점이자 K-편의점의 해외 진출 첫 사례였다.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이 이점으로 꼽혔다. 예상은 적중했다. 몽골 진출 첫해 점포 수 21곳을 시작으로 2023년 11월 말 몽골 내 CU는 370곳으로 늘었다. 울란바토르 외에 다르항올, 오르홍, 셀렝그, 투브 등 다른 도시로도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CU에 이어 몽골 시장에 뛰어든 GS25도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GS25는 2021년 5월 몽골 재계 2위 기업인 숀콜라이그룹과 손잡고 울란바토르에 3곳을 동시에 오픈한 이후 273곳까지 매장을 늘렸다.
신세계 계열 이마트24도 뒤늦게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내며 시장 반전을 노리고 있다. 2021년 8월 동남아 전초기지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마트24는 쿠알라룸푸르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방사사우스에 1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알렸다. 2022년에는 싱가포르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캄보디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마트24는 2023년 12월 21일 캄보디아 현지 합작법인 사이한 파트너스(SAIHAN Partners)와 마스터 프랜차이즈(해외진출 시 현지 사정에 밝은 업체와 협약을 맺어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편의점의 캄보디아 진출은 이마트24가 처음이다. 이마트24와 계약을 체결한 사이한 파트너스는 2024년 상반기 중 1호점을 오픈하고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맞춰 5년 내 100개 매장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CU, GS25, 이마트24 등 편의점 3사의 해외 점포 수는 1000곳을 넘어 무섭게 확장 중이다. GS25는 베트남 245곳, 몽골 273곳 등 500곳을 진즉 돌파했다. 일반인 대상 가맹점 사업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1000호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CU도 2023년 11월 글로벌 500호점을 찍었다. 몽골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CU는 양 국가의 이용객이 연 1억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CU는 몽골의 성공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카자흐스탄에 진출할 계획이다.
K-편의점서 K-팝 들으며 K-푸드를
동남아 시장을 접수한 K-편의점 성공의 일등 공신은 한류이다. K-팝, K-드라마의 인기가 K-푸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 식문화가 집합된 편의점의 인기를 견인한 것이다.
GS25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연예인들이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상품명에 한국어가 적힌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K-과자가 인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말레이시아 내에서는 K-컬처의 흥행 덕분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과자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K-과자의 인기는 누리소통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틱톡 등에서는 말레이시아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한국 간식을 먹는 리뷰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인 유학생 아마드 로크만(27)씨는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문화는 화려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며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제품을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2020년 6월 한국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방영된 이후 한국 편의점 숫자가 빠르게 늘었다. 당시 드라마 배경으로 GS25가 등장하면서 베트남 내에 있는 GS25 앞에는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베트남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베트남에서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GS25 베트남 점포들의 매출은 30% 급등했다.
한국 즉석조리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 해외 점포의 전체 매출 중 한국 상품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그중 핫 닭강정, 로제떡볶이, 치즈 콘도그 등은 특히 인기다.
현지화로 현지 입맛 저격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몽골의 경우 CU와 GS25는 추운 날씨로 인해 길거리 음식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점, 35세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64%를 차지하는 점 등을 겨냥해 상품을 구성했다. 또 편의점 매장을 몽골 내 부족한 공공시설을 대체할 수 있도록 꾸몄다. 휴게공간과 화장실 등을 갖춰 몽골 소비자가 편의점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또 한국식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보다 즉석조리식품과 간편식을 현지화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몽골 내 CU에서는 김치를 활용한 보즈(찐만두), 피로슈키(튀김빵), 호쇼르(튀김만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GS25는 육식문화에 익숙한 몽골의 특성을 반영해 몽골인들이 좋아하는 생우유 카페라테를 즉석커피로 선보이고 있다.
24시간 내내 어느 편의점에 가도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하고 무료 충전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즉석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으니 고객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몽골에서 CU와 GS25 두 편의점은 몽골 시장의 94%를 점유하고 있다. 두 편의점은 몽골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몽골 젊은이들이 지금은 앞다퉈 한국 편의점의 매운 라면을 찾고 있다.
K-편의점의 인기는 우리 중소기업의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자체브랜드(PB) 상품 중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마트24의 PB 상품인 노브랜드의 경우 제품의 약 70%를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다. CU의 PB 상품인 헤이루(HEYROO)는 국내 40여 개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K-편의점의 인기 덕분에 중소기업도 간접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게 된 것이다. 국내 편의점 시장 포화로 인한 한계를 해외 시장 진출로 풀고 있는 편의점들의 도전을 국내 유통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