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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믹스’와 ‘리메이크’…어떻게 새롭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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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최근 가요계의 신보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갑자기 흥미로운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두 아이돌 그룹이 발표한 새 음악 때문이었다. 뉴진스와 에스파, 에스파와 뉴진스의 새 음악이 이 글을 쓰게 했다.

뉴진스는 작년 말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완전히 새로운 노래를 담은 건 아니었다. 뉴진스의 새 앨범 [NJWMX]는 ‘리믹스’ 앨범이었다. 한편 에스파는 며칠 전 새 노래를 발표했다. ‘SM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시리즈로 기획된 에스파의 새 노래는 ‘시대유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대유감 (時代遺憾) (2024 aespa Remake Ver.)’이었다.

한 팀은 ‘리믹스’고 한 팀은 ‘리메이크’다. 문득 원론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리믹스와 리메이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질문이었다. 리믹스와 리메이크의 차이는 무엇인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먼저 리믹스는 말 그대로 다시 ‘믹스’를 한다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원본의 특정 부분은 유지한 채로 수정을 가하거나 새로움을 첨가하는 작업을 뜻한다. 원본의 어떤 부분을 유지할지는 리믹스를 하는 사람의 선택이다. 멜로디를 유지한 채 비트를 바꿔버릴 수도 있고 비트를 유지한 채 멜로디를 해체할 수도 있다. 속도는 유지한 채 장르를 바꿀 수도 있고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장르는 유지할 수도 있다.

뉴진스의 새 앨범을 예로 들어보자. ‘Attention - 250 Remix’는 원곡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리믹스 트랙이다. 원곡의 속도와 사운드를 꽤 많이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곡에 없는 여러 자잘한 사운드를 가미해서 원곡과는 또 다른 재미를 더했다.

그런가 하면 ‘Hype Boy - 250 Remix’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흥미로운 리믹스다. 가사와 멜로디를 유지했지만 댄스였던 원곡을 90년대 알앤비 느낌으로 바꿨다. 때문에 장르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이 리믹스를 들으며 우리는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 대신에 더 느려진 템포에 맞춰 어깨를 조금씩 들썩인다.

지난해 8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뉴진스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지난해 8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뉴진스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리믹스 이야기를 꺼낸 김에 역사를 좀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92년에 발매된 이현우의 앨범 [꿈 Remix]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리믹스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당시 음악계에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야말로 리믹스의 정석이라면 정석이다. 1991년에 발표한 데뷔앨범 [Black Rainbow]의 수록곡 ‘꿈’을 다양한 방식으로 리믹스했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들은 유지한 채 비트만 록으로 재편곡한 ‘꿈 (Rock ver.)’, 가사만 영어로 바꿔 다시 부른 ‘꿈 (English ver.)’, 사운드를 클럽 풍으로 다시 만들고 이현우의 보컬을 재편집한 ‘꿈 (Club Mix)’ 등 이 앨범은 [꿈 Remix]라는 타이틀대로 마치 리믹스의 교과서 같다.

이렇듯 리믹스란 수정, 보완, 혹은 부분적 재창조에 가까운 개념이다. 원곡의 특정 부분을 유지한 채 자신이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을 바꾸어 다시 만드는 것이 바로 리믹스다. 때문에 리믹스의 주체도 아티스트 자신인 경우가 많다. 더 정확히 말하면 리믹스는 아티스트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 뉴진스도, 이현우도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리믹스 앨범을 발표했다.

한편 리메이크란 말 그대로 다시 만든다는 개념이다. 리믹스보다 더 크고 더 본격적인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리믹스가 원본의 부분적 보수공사라면 리메이크는 완전히 새롭게 모두 다시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리믹스와 달리 리메이크를 할 때는 원본의 소스(음악파일)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본의 비트, 혹은 원본의 보컬 파일을 토대로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는 리믹스와 달리 리메이크는 제로에서부터 모든 걸 새롭게 다 다시 만든다.

에스파의 ‘시대유감 (時代遺憾) (2024 aespa Remake Ver.)’는 제목 그대로 리메이크 작품이다. 물론 이 노래를 들으면 서태지의 오리지널 버전이 당연히 떠오른다. 리메이크이기에 원본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원곡에 담겨 있던 소스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원곡에 담긴 서태지의 보컬 파일이나 기타연주 파일이 이 노래에는 필요가 없다. 모두 다시 새롭게 연주하고 불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원곡과 얼마나 유사하게 다 다시 만들 건지는 리메이크를 하는 주체의 선택이다. 최대한 원본을 존중할 수도 있고 정반대로 파격적으로 원본과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노래로 완성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게 된다. 누군가는 원곡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리메이크를 좋아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원곡을 뒤엎고 완전히 다른 곡으로 만드는 리메이크를 선호할 수도 있다.

리믹스와 달리 리메이크는 주로 원곡을 부른 아티스트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이문세나 유재하의 노래를 후대의 가수들이 얼마나 많이 리메이크 했는지, 아이유가 김창완과 양희은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앨범에 수록한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또한 MBC의 경연 프로그램 ‘나는가수다’에서 우리가 봤던 무대의 대부분도 리메이크였다.

재미있는 것은 리메이크와 ‘커버’의 차이다. 만약 어떤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를 다시 불렀는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바뀐 것 외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 리메이크가 아니라 ‘커버’라고 한다. 그리고 요즘 우리는 유튜브에서 이런 커버 콘텐츠를 흔히 볼 수 있다. 다시 부르는 것에 의의를 두는, 다시 부르는 것 외에는 큰 의의를 찾기 어려운 작업이라면 작업이다.

개인적으로는 리믹스와 리메이크 작업에 제법 관심이 있는 편이다. 순수창작도 좋지만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어떻게 새롭게 만드냐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리믹스 혹은 리메이크 노래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음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김봉현

◆ 김봉현 음악저널리스트/작가

힙합에 관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케이팝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음악과 예술에 대해 가르치고 있고, 최근에는 제이팝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의 시학>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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