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에서 나왔지만 진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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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민바리고추장매운탕
▶고흥민물매운탕 장어구이
민/물/고/기
대대로 농경사회에 살았던 한국인은 더운 여름날이면 냇가에 나가 천렵(川獵)해 잡은 물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주로 내륙에 살았으니 물고기 하면 당연히 민물고기였다. 이전 문헌에도 은어 등 담수어(淡水魚) 이야기가 흔하다.
바다에만 물고기가 사는 것은 아니다. 총수량의 3%에 불과한 담수(민물)에도 어류, 갑각류, 패류, 복족류 등이 산다. 중국에선 민물고기가 오히려 고급 식재료다. 민물 갈치인 장강도어(長江刀魚)는 1마리에 1000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주로 튀기거나 쪄 먹는다.
호수가 많은 동유럽에도 민물고기 요리가 많다. 주로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필레 형태로 굽거나 튀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선 송어를 먹는다. 일본 산간지방에선 은어를 최고로 치고 뱀장어도 비싼 값에 팔린다.
우리나라 곳곳에 민물고기 요리가 있다. 경기도 파주·연천, 충청도와 영남 내륙에서 물고기를 잡아 별미로 삼았다. 송어회, 향어회, 잉어회, 가물치회 등 회 종류가 있긴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 때문에 주로 탕이나 어죽을 끓인다.
바다에 비해 유기 퇴적물과 곤충이 풍부한 하천과 호수에 사는 덕에 민물고기는 살에 지방이 많아 매운탕을 끓이면 바닷고기보다 훨씬 기름지다. 흙내도 나서 된장과 고추장 등 주로 진한 양념을 넣고 끓인다. 그래서 매운탕 문화는 어촌보다 농촌에서 더 발달했다.
흔히 ‘민물매운탕’이라 부르는데 민물을 넣고 매운탕을 끓이는 데는 없으니 ‘민물고기매운탕’이라 해야 마땅하다. 지역에 따라 재료는 다양하다. 귀한 은어와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산천어, 연어, 송어 등에서부터 미꾸라지, 참마자, 꺽지, 피라미 등 잡어까지 모두 재료로 쓴다. 궐어(?魚), 금린어(錦鱗魚)라 불리는 쏘가리와 뱀장어는 가장 비싼 축에 든다. 생이와 새뱅이 등 민물새우 역시 매운탕에 빠질 수 없는 재료다.
특유의 흙내와 잔가시 때문에 민물고기를 꺼리는 이들도 적잖은데 뼈까지 녹도록 고아낸 어죽이나 생선국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기에 조금 더 대중적이다. 특히 작은 민물고기를 튀겨 양념에 조린 도리뱅뱅이는 내륙의 별미로 꼽힌다. 이밖에 시래기를 얹은 조림이나 찜, 심지어 불고기까지 가능하다. 여름날 보양에 좋은 민물고기 맛집을 소개한다.
전국의 민물고기 맛집
★고흥민물매운탕
상호는 전남 고흥이지만 서울 영등포에 있다. 메기탕과 빠가사리탕, 잡고기탕에다 쏘가리탕도 있다. 바깥 수조에서 바로 잡은 고기를 손질, 양념해 탕으로 내준다. 된장과 고추장,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이 얼큰해 입맛을 살린다. 대파와 쑥갓, 민물새우를 넣어 깔끔하게 뒷맛을 잡았다. 젓갈과 도토리묵, 나물, 갓김치 등 남도식 반찬은 그저 거들 뿐이다. 뱀장어 구이도 있어 술상 차림으로도 좋다.
★파주 민바리고추장매운탕
고추장을 기본양념으로 한 경기도식 ‘털레기’ 매운탕이다. 털레기란 수제비 등 모든 것을 털어 넣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메기매운탕을 기본으로 빠가사리를 섞을 수 있으며 아예 잡어로 주문해도 된다. 기본적으로 참게가 들어가며 따로 참게장을 주문할 수도 있다. 수제비와 미나리는 계속 더할 수 있도록 아예 옆에 따로 놓아준다. 미나리를 건져 먹다 국물이 자작해지면 수제비를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된다. 메기 살 토막도 투실하고 이것저것 많이 넣어 양도 넉넉하다. 털레기란 원래 그런 음식이다.
★의성식당
1963년 개업했다. 경북 청도역 앞에 자리한 50년 역사를 지닌 추어탕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이름은 추어탕이지만 메기, 피라미 등 민물고기를 함께 넣고 끓인다. 미꾸라지는 넣을 때도 있고 없으면 아예 안 넣을 때도 있다. 배추와 얼갈이, 우거지 등을 듬뿍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다. 살짝 간을 했지만 전반적으로 맑은 국물이다. 미리 초피 가루를 넣어 국물 맛 자체가 얼얼하다. 입맛을 살리는 시원한 국물 맛이 요즘처럼 무더울 때 딱 맞다.
★오두막집
요즘 가물치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올랐다. 보양의 상징이다. 영어로는 뱀머리 믈고기(Snakehead fish).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육식 담수어종이다. 오두막집은 매운탕으로 유명한 연천군에서 가물치로 불고기를 하는 집이다. 복불고기처럼 살점을 발라내 양파와 함께 칼칼한 양념에 재웠다가 불판에 볶아 먹는다. 살집이 단단해 쉽사리 부서지지 않는다. 양식 가물치는 흙내도 없다. 키조개관자처럼 존득한 식감에 감칠맛도 품었다. 민물새우탕도 곁들이면 좋다.
★옥천 선광집
1962년부터 충북 옥천군 청산면 생선국수 거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다. 매운탕의 대중적 버전 생선국수로 유명하다. 도리뱅뱅이도 꼭 맛봐야 한다. 작은 민물고기를 프라이팬에 뱅뱅 튀긴 뒤 매콤한 양념에 조린 음식이다. 놀라울 정도로 바삭하고 고소하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맛이자 이름이다. 통째로 먹으니 영양가는 물론, 흙내나 비린 맛도 하나 없다. 생선국수와도 잘 어울린다. 오후면 모두 팔고 영업을 끝낸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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