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는 기술이 아닌 공감 간병비 줄이고 환자 더 위하려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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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없는 병동’ 이끄는 인하대병원 최화숙 간호본부장
우리나라에서 간병은 아직 사적 영역이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가족의 돌봄을 받거나 돈을 주고 간병인을 고용한다. 간병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간병비는 2022년에 비해 9.3% 올랐다. 한 달 간병비가 300만~400만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간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2015년부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가 도입된 것이 그중 하나다. 통합서비스는 사적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인력이 간호·간병 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는 제도다.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간병비 부담이 하루 2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그러나 여전히 간병은 문제다. 아직까지 통합서비스 제공 병상이 전체의 40%에 못 미쳐 이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경증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간병 부담이 큰 중증환자의 서비스 이용률은 15%도 되지 않는다.
이에 윤석열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간병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정과제에 간병 문제 해결을 포함시켜 방안을 마련해왔다. 그 결과로 도출된 것이 2023년 12월 21일 발표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이다. 통합서비스를 확대·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이번 대책의 목표는 현재 230만 명인 통합서비스 연 이용 인원을 2027년까지 40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간병비 부담을 크게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통합서비스를 개선하면 간병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까? 인하대병원 최화숙 간호본부장은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했다. 최 본부장과 인하대병원은 통합서비스가 법제화되기 전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서부터 ‘보호자 없는 병동’을 운영해왔다. 상급종합병원으로는 최초로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이다. 최 본부장은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정부의 실무협의체에 간호인력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시범사업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시범사업이 ‘포괄간호서비스’로 본격 시작되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명칭을 바꿔 진행될 때도 인하대병원은 꾸준히 서비스 운영 병상을 늘려 나갔다. 지금은 전체 병상의 86%가 통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통합서비스 운영이 어려운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를 제외하면 거의 전 병상에서 통합서비스가 운영 중이라는 것이 최 본부장의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통합서비스를 잘 운영하면 환자와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확실히 줄이면서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선도병원으로 62개 기관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7년 동안 운영하면서 얻은 확신이다. “단지 간병비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만이 아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더 빨리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통합서비스”라는 것이 최 본부장의 말이다.
통합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간병 부담이 더욱 큰 사회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호자가 없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 1인가구 증가 같은 사회현상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도 통합서비스는 필요하다. 입원 환자의 보호자들은 대부분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간병에 서툴 수밖에 없다. 통합서비스가 없는 병원에서 60일 동안 머리를 못 감았다는 환자도 있다. 전문 간호인력이라면 좀 더 안정적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간병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나?
예를 들어 정형외과에서 무릎 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다면 이동이 불편해 간병을 받아야 한다. 환자 보호자가 직장에 다니거나 할 일이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써야 한다.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장점이다.
물론 병원의 간호인력은 개인 간병인만큼 환자나 보호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도 많이 개발돼 있다. 그중 하나는 ‘포커스 라운딩’이다. 30분마다 환자를 찾아가 상태를 확인하고 간호요구를 해결해주고 나오면서 “30분 후에 직원이 오니 불편한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상기시켜주는 일이다. 환자가 일정을 예측하고 필요 사항을 요구할 수 있게 해준다.
30분마다 환자를 보나?
통합서비스에서는 규칙적인 간호순회가 중요하다. 인하대병원은 간호사가 정각에, 간호조무사가 30분에 환자를 보는 식이다. 통합서비스에서 가장 강조돼야 하는 부분이 안전이다. 환자는 안전하게 치료 받고 건강하게 퇴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30분에 한 번씩 환자가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지, 필요한 것은 더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 다른 규칙이 있나?
통합서비스를 시범사업 때부터 10여 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시스템화됐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통합서비스 개선안에서도 강조된 부분이 간호인력이 팀을 이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동 지원인력이 팀을 이뤄서 업무를 분담하고 협업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걸 위해 처음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해야 하는 업무를 모두 나열해 나누고 매뉴얼로 고정시켰다.
팀 체제로 움직이면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 것 같다.
그렇다. 또 통합서비스 병동에 책임간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환자나 신규환자를 간호·간병할 때처럼 손이 많이 필요한 것을 간호필요도가 높다고 표현하는데 책임간호사가 간호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지원한다. 경력이 미숙한 간호사를 보조하거나 간호필요도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환자를 함께 돌보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면 업무 부담은 물론 환자 보호에 대한 공백도 줄어든다.
그래도 안심하지 못하는 보호자도 있을 것 같다.
병원에서 환자의 중요한 일정을 보호자에게 알려주지만 간혹 환자의 안전이 염려돼 계속 연락을 하는 보호자도 있다. 병원마다 보호자를 안심시키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인하대병원에서는 외부 업체와 얼마 전 공동 개발한 ‘낙상 인공지능(AI) 모니터’를 도입했다. 환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위험한 동작을 하거나 낙상할 것 같은 위험이 생기면 간호사실에서 감지할 수 있는 일종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같은 것이다. 위험이 감지되면 간호사가 환자에게 원격으로 말을 걸 수 있다. “환자분, 침대에서 움직이고 싶다면 지금 저희가 갈 테니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이다.
중증환자를 돌보는 일은 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통합서비스 참여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병원들이 중증환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통합서비스 개선안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간병 부담을 줄일 수 있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중증환자에 대해서 통합서비스를 적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간호필요도가 더 높아 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부 개선안에서도 제시됐고 인하대병원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두 가지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 가지 방안이 통합서비스를 경증·중증 구분하지 않고 모든 병동에 적용하되 병동별로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인하대병원은 간호인력을 배치할 때 직접 개발한 12가지 지표를 참고한다. 환자의 중증도, 병상 가동률, 업무의 바쁜 정도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상황에 맞게 인력을 배치한다.
두 번째 방안은 무엇인가?
중증 전담병실이다. 이번 개선안에서도 강조되는 부분 중 하나가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만들어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8명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별도로 운영 중에 있다. ‘관찰실’이라고 부르는데 중증환자 5명을 간호사 1명이 전담하고 병실에 모니터 두 대를 놓고 상주한다. 간호사실을 오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병실에 있으면서 간호업무를 도맡아서 하는 것이다.
간호사에게는 쉽지 않은 업무일 텐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효율성과 결과적인 부분을 놓고 본다면 관찰실 운영이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며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것 같다.
인하대병원에서는 간병 부담 없는 통합서비스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환자와 보호자도 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70대 노부부 환자의 보호자가 간호사실에 감사장 모양의 떡케이크를 선물했다. 섬에 살고 있어 오가기도 멀고 상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간병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떡케이크에 ‘24시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줘서 고맙다’는 글귀가 써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목적을 잘 알아준 것 같아 정말 기뻤다.
매뉴얼도 없던 통합서비스를 도입하고 운영하기 쉽지 않았겠다. 개인적으로 통합서비스 정착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나?
1989년부터 간호업무를 해왔다. 신입일 때는 간호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인 줄 알았다. 어떻게 하면 더 전문적으로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간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와 공명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야 업무도 원활해지고 환자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환자를 사람으로 보게 되면 환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게 된다. 환자의 걱정, 근심을 덜어주는 일이 통합서비스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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