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입맛 사로잡은 K-김밥 깜짝 스타 아닌 준비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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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에 있는 한 한식체험교실. 외국인 70여 명이 열심히 김밥을 말고 있다. 튀르키예, 그리스 등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이다. 서툰 솜씨로 난생 처음 김밥을 만드느라 시끌벅적했다. 김밥을 제대로 말지 못해 옆구리가 터지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자신의 첫 김밥 작품에 스스로 감탄하며 사진을 찍느라 바쁜 참가자도 있었다. 실력 차이는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세계적으로 핫한 음식인 김밥을 직접 만든다는 생각에 다들 들떠 보였다. 이들은 한식체험교실에 참가하기 전 주최 측에 김밥 메뉴를 꼭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전역서 냉동김밥 오픈런
‘K-김밥’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누리소통망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Kimbap(김밥)’을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이 40만 8000개에 달한다. 게시물을 올린 장소 마커가 남미, 북미,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를 가리키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김밥 관련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보장한다. 그야말로 김밥이 누리소통망의 셀럽(유명인)으로 떠올랐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김밥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인마트 운영기를 다룬 tvN ‘어쩌다 사장3’에서도 김밥이 불티나게 팔려 하루 판매가 300~400개에 달했다.
김밥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은 ‘냉동김밥’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김밥은 한식당이나 한국 전문 식품점 등에서 즉석김밥 형태로만 판매돼왔다. 그러다 보니 보존 기간이 짧아 한식 중 접근성이 떨어지는 메뉴였다. 냉동김밥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면서 ‘K-푸드’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식료품 체인점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에서 판매하는 냉동김밥은 오픈런(개장질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트레이더 조스는 2023년 8월부터 한국의 냉동김밥 제조사인 ㈜올곧이 생산한 냉동김밥을 직수입해서 팔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곧이 수출한 냉동김밥은 미국 출시 10일 만에 약 250톤 물량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 42개 주 560여 지점에 깔린 김밥이 순식간에 바닥이 난 것이다. 급기야 트레이더 조스 측은 김밥코너에 ‘한 사람당 한 개씩만 가져가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기에 이르렀다.
미국발 냉동김밥 열풍의 주역은 올곧이다. 올곧이 트레이더 조스에 판매하는 제품의 이름은 김밥의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따서 만든 ‘KIMBAP’이다. 김밥을 영하 45℃에서 급속냉동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자레인지에 2분 10초만 돌리면 즉석김밥과 비슷한 맛이 난다. 2019년 6월 경북 구미시에서 문을 연 올곧은 오로지 냉동김밥만 만든다. 편의식품을 개발하던 중 K-푸드의 인기에 주목해 김밥의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그 공로로 2023년 ‘제1회 케이푸드 플러스(K-Food+) 수출탑 시상식’에서 시장개척상을 수상했다.
올곧은 2022년 4월 급속냉동 기술을 적용한 ‘바바김밥’ 5종(야채, 참치, 제육, 불닭, 미친불닭)을 출시한 뒤 비건김밥, 참치마요김밥 등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바바김밥은 같은 해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미국 바이어를 만나면서 미국 수출길이 열렸다. 초도 물량 250톤을 시작으로 10월에는 500톤을 수출하는 등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시장을 휩쓴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판매도 시작했다. 그야말로 ‘김밥 인기의 역주행’이다. 올곧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코스트코와 입점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전역과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해외 시장을 조사 중이다.
틱톡 영상에서 냉동김밥 인기가 시작되다
김밥의 세계 질주 뒤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미국 냉동김밥의 인기는 누리소통망 ‘틱톡’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시작됐다. 2023년 8월 한국계 미국인 인플루언서(영향력자) 사라 안이 냉동김밥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라 안이 어머니와 함께 냉동김밥을 데워 먹으며 “맛이 나쁘지 않다”는 대화를 나눈 1분 정도의 영상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23년 12월 22일 기준 틱톡에서 1360만 뷰, 인스타그램에서 870만 뷰를 기록하며 사람들이 냉동김밥을 사러 달려나가게 만들었다.
미국 방송사 ‘NBC’는 “사라 안의 영상으로 입소문을 타고 (냉동김밥이) 전국에서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그 후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김밥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김밥을 계란물에 입혀 먹는 영상, 불닭소스에 찍어 먹는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김밥은 세계인에게 소비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한식체험교실을 진행한 외국인 전문 미식관광 기업 온고푸드의 최지아 대표는 “김밥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에 온 외국 관광객들이 김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한식 체험 메뉴로 김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김밥은 사실 ‘깜짝 스타’가 아니라 ‘준비된 스타’라고 했다. “김밥은 속재료만 바꾸면 비건, 할랄 등 특이식단자도 먹을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음식이다. 다른 한식과는 달리 포장이 용이하다. 최근 한류 영향으로 한식에 대한 이미지도 높아져 위생적이고 쿨하다고 생각한다. 또 김은 비선호 식재료였는데 최근 건강식 바람과 함께 감칠맛 나고 건강한 식재료로 인식이 바뀌었다. 비주얼도 좋아 사진 찍어 올리고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면서 김밥의 시대가 온 것”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냉동김밥 시장 공략 나선 기업도 속속
글로벌 냉동김밥 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복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복만사)’이 만든 냉동김밥은 영국, 독일,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일본, 호주 등 세계 1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영국 H-마트에만 냉동김밥 10톤을 수출했다. 복만사가 제조한 김밥은 모두 하동군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다. 식품기업 이노하스도 비건김밥으로 K-김밥 경쟁에 뛰어들었다. 푸드커머스 플랫폼 윙잇은 2023년 9월 직접 개발한 냉동김밥 약 11.4톤을 미국에 수출한 데 이어 12월에는 약 22톤을 수출했다. 윙잇이 만든 냉동김밥은 곤약, 흑미, 귀리 등 건강한 비건 위주의 원재료로 만들어 미국 내 비건 소비자들의 마음을 샀다. CJ제일제당, 대상그룹 등 식품 대기업들도 이미 냉동김밥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23년 3~7월 일본에서 판매된 냉동김밥은 약 60만 개에 달했다. 대상그룹 역시 일본에 냉동김밥을 수출하고 있는데 향후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밥의 인기는 김밥 재료인 김과 밥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1~10월 김과 밥(가공밥) 수출액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김 수출액은 6억 7000만 달러(약 8620억 원)로 전년 대비 20.4%가량 늘었다. 이는 1~10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3년 김 수출액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수산식품 수출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 최고 실적이다. 김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수출시장뿐 아니라 중동, 남미 등 신규 시장에도 진출해 전 세계 김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 수준으로 증가했다. 수출 국가도 2010년 64개국에서 2023년 124개국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밥 수출액은 7900만 달러로 29.9% 증가했다. 밥 수출액은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전년 실적(7600만 달러)을 10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반찬뿐 아니라 간식으로 인기 있는 조미김 수출이 많고 김밥·김과자 등의 재료가 되는 건조김 수출은 2023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코로나19로 저장이 쉽고 조리가 쉬운 즉석밥 수출이 빠르게 성장한 데 이어 2023년에는 냉동김밥 수출이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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