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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이 일상 회복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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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이택후 소장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만 건 이상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 성폭력 사건이 매일 80건 이상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성폭력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피해자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힘이 돼주는 곳이 있다.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지원, 법률·수사, 심리치료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와 가족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2차 피해도 방지하고 있다. 전국에 39곳이 운영 중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에만 2만 4909명이 해바라기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68명 이상의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를 찾았다. 이 중 여성은 2만 401명(81.9%), 남성은 4190명(16.8%)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모두 2038명이었는데 그중 1597명(78.4%)이 성폭력 피해자였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1만 2311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49.4%였고 이 중 13세 미만 아동이 7594명에 달했다.
피해자 중에서도 아동·청소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힘들고 마음의 상처 때문에 학교생활과 가족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정상적인 성장 과정도 위협받는다. 피해아동의 가족과 지인 역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형 해바라기센터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다. 대구 중구에 있는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는 2005년부터 여가부가 경북대학교병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전담센터 중 한 곳이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지적장애인과 가족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법의간호사, 임상심리전문가, 놀이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통합지원과 함께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택후(63) 소장은 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2005년 6월 개소 후부터 현재까지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의 운영·자문위원을 맡아왔으며 2012년부터는 센터 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아동·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학적 치료와 폭력 방지 및 피해 지원을 위한 연구 사업에도 기여해왔다. 이런 공로로 11월 24일 열린 ‘2023년 여성폭력 추방주간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여성폭력 추방주간은 여성폭력이 없는 사회를 위해 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운영되고 있다.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앞두고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11월 20일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를 찾기도 했다. 김 장관은 “아동·청소년 등 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자 지원기관을 확충하고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를 위해선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센터를 떠나지 않도록 충분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바라기센터를 찾는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정말 많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피해 아동·청소년 273명이 우리 센터를 찾았다. 아동·청소년 및 지적장애인의 경우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다. 그래서 피해를 밝히지 못하거나 반복적인 피해를 입은 후 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학교와 경찰, 가족, 주변의 도움으로 센터를 찾거나 스스로 용기를 내 센터를 찾은 모든 피해자가 상처를 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뭔가?
아동·청소년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렵다. 아동의 진술이 증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피해 사실 및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 및 의견서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피해 아동의 심리검사와 치료 등 외상 회복을 위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문가가 필요하겠다.
우리 센터에는 법의간호사가 근무 중이다. 법의학적 면담과 신체검사, 의견서 제출 및 법정증언 등의 업무를 한다. 이를 통해 범죄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사기관에 적절한 증거를 제공해 범죄사건의 기소나 처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센터를 찾는 피해자들은 아동·청소년 및 지적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상담부터 지원까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설명하는 것도 힘들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분리된 공간에서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증거 수집, 피해 입증을 하도록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놀이치료, 미술치료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피해자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상담 시간도 조절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뭔가?
센터를 찾아왔다고 해서 우리에게 모든 걸 얘기해라, 모든 걸 다 들어주겠다고 하면 피해자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피해자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또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가해자들의 형사처벌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처벌만으로 피해 아이들의 삶이 회복되고 치유되는 건 아니다. 센터는 궁극적으로 성폭력 피해로 인한 심리적 외상 회복에 좀 더 집중한다. 피해자 가족이 함께 피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과 심리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지적장애인 특성에 맞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과 재발 방지 노력도 하고 있다.

2005년 개소 때부터 지금까지 센터 일을 맡고 있다.
2005년 센터 설립 준비 단계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산부인과 진료와 외상 확인 등 의료자문을 부탁받았다. 그 후 자문위원 및 운영위원으로 센터와 일을 하다 2012년 소장을 맡았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피해 아동에 대한 의료적 지원과 치료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 일을 할수록 그만둘 수가 없었다. 지역사회 내 유관기관 및 전문가와 협력해 피해자 지원과 폭력 방지를 위해서도 힘쓸 생각이다.

이 소장은 아동·여성 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과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주기적으로 개최해왔다. 또 아동·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예방교육 관련 매뉴얼을 개발하고 관련 학술연구를 통해 아동·여성 폭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전문 책자를 제작해 피해자, 의료인, 학교 등에도 배포했다. 최근 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20년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
센터 종사자들이 열악한 환경 아래서 묵묵히 맡은 일을 다 해줬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힘든 내색 없이 견뎌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산부인과 의사이자 센터 소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생각이다.

여가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현장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들었다.
센터를 찾는 피해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기 위해선 숙련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폭력 피해자를 마주하며 현장 종사자들도 상당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등을 겪는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보상이나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현장을 떠나는 전문가가 많다. 사명감만 갖고 일할 수는 없다. 피해자를 위한 지원만큼이나 피해자를 위해 일하는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보상,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 지원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성폭력 관련 기관을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아동·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기관을 거치지 않고 해바라기센터(아동)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공적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하는 게 현장의 바람이다. 학교폭력위원회나 아동학대사례판정위원회,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성폭력 피해 아동을 발견했을 때도 의무적으로 해바라기센터와 연계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여가부는 성폭력 피해자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해바라기센터를 확충하고 안정적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11월 29일 밝혔다.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202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증인신문 사업’을 원활하게 시행하도록 올해 25개 센터에 인력을 배치했고 2024년 정부 예산안에 13개 센터에 추가 인력 배치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또한 2024년 상반기 충남에 1곳, 하반기 전남에 1곳 등 해바라기센터 2곳을 확충할 계획이다.

2022년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증인신문 사업’이 시행됐다. 효과가 있나?
2022년부터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나오지 않고 피해 사실을 진술할 수 있는 영상증인신문이 시행됐다. 영상증인신문 희망자는 법정에 나가지 않고 해바라기센터에서 비디오 등 중계 장치를 활용해 증언할 수 있다. 피해자는 법정에 나가는 부담을 덜 수 있고 피고인 측은 피해자 진술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 센터에선 현재까지 16명이 영상증인신문을 했다. 법원에 가서 바로 증언하는 것보다 피해자들이 심리적·물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영상증인신문을 원하는 피해자를 위해 센터는 재판 단계와 흐름도를 설명하고 증인 출석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피해자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센터가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과 예방·보호가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회가 바뀌고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
피해자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변하는 걸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센터 구성원이 모여 사례 발표를 한다. 새로운 피해 신고 사례, 치료 계획 등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번주는 사례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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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는?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는 2005년 6월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피해 아동에게 보다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하고자 경북대병원에 운영을 위탁하면서 문을 열었다. 센터는 성폭력 피해 아동의 초기 상담부터 사후 관리까지 지원한다. 가장 먼저 상담과 법의학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신체검사와 증거 채취도 한다. 이후 심리학·정신의학적 평가를 통해 아동의 진술 능력 등을 파악하고 수사와 법률·의료 및 가족·아동 개별 치료 등을 지원한다. 스스로 센터를 찾기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 ‘찾아가는 동행서비스’도 제공한다.
해바라기센터는 위기지원형, 통합형, 아동형으로 나뉜다. 전국에 통합형 16곳, 아동형 7곳, 위기지원형 16곳이 있다. 위기지원형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및 그 가족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모든 연령 및 성별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시간은 365일 24시간이다. 위기상황 상담과 의료·법률·수사 지원 등을 제공한다. 통합형은 위기지원형과 마찬가지로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및 그 가족을 지원한다. 위기상황 상담과 의료·법률·수사 지원 서비스와 더불어 일반 상담과 심리평가 및 치료를 지원한다. 아동형은 만19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 및 그 가족, 그리고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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