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크리스마스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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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이 축제기간으로 접어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가톨릭과 기독교가 국교인 국가들에게 연말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행사 외에도 여러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역사는 십자군전쟁과 30년 전쟁 등 종교와 관련된 사건들로 얽혀있다. 그들에게 종교가 하나의 통치수단이며 이데올로기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문화예술도 종교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특히 음악은 종교의식과도 밀접하다. 클래식 작곡가들이 남긴 수많은 미사곡과 오라토리오만 보더라도 종교와 음악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특히 예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소재로 쓰였다. 흔히 이 기간에 즐겨 듣는 캐롤이 아니더라도, 여러 클래식 작품들이 성당과 교회, 시청 등의 장소에서 연주된다.
이번 곡들은 캐롤을 엮어서 재해석한 작품도 있지만 우리 귀에 익숙하지는 않은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 시기 유럽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작품들로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 게오르그 무파트 - Florilegium Secundum
게오르그 무파트(Georg Muffat)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로 바흐나 헨델 이전 세대 작곡가이며 오르가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바로크시대는 비발디, 헨델, 바흐의 업적이 워낙 비중이 컸고 현대적 관점에서 이들이 시대를 선도한 작곡가들이었기 때문에 사실 작곡가 게오르그 무파트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바로크시대 당시 그는 널리 알려진 음악가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었으며 큰 교회의 음악감독이기도 했다.
지금의 프랑스인 사보이 공국에서 태어난 게오르그 무파트는 파리에서 유학하며 륄리(Jean Baptiste Lully)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륄리는 프랑스 궁정 최고의 음악가로써 루이14세를 모티브로 한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게오르그 무파트의 작품에는 륄리의 영향력과 스타일이 느껴지는 작품이 많다. 그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오케스트라 모음곡인 와 로 현재도 고음악 전문단체에 의해 종종 연주되고 있다. 작품의 이름을 번역하자면 ‘첫 번째 부케(꽃다발)’, ‘두 번째 부케’ 정도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작품인 은 첫 번째 작품이 쓰여진 이후 3년뒤인 1698년도에 쓰여졌다. 작품은 서곡을 포함해서 크게 4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여러 춤곡들도 포함되어 있다.
2박자계열의 바로크시대 춤곡들인 사라방드(Sarabande), 부레(Bourree) 등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다. 은 고악기 합주단체의 연주로도 들을 수 있지만, 관악기들의 구성으로도 연말에 종종 연주되기도 한다.
◆ 모차르트 - Coronation Mass K. 317 - Agnus Dei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역시 연말에 종종 들을 수 있다.
대관식 미사곡은 그의 19곡의 미사곡 중 16번째 작품으로 모차르트 나이 23살에 완성된 작품이다.
약관의 나이에 이런 작품을 작곡하였다는 것은 그가 음악적으로 이미 성숙해 있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 시기 모차르트는 짤스부르크 대사교 궁정음악가로 봉직했기 때문에 많은 교회음악들을 작곡했다.
대관식 미사곡은 총 6개 곡으로 4부 합창과 4부 솔로로 구성되어 있다. 미사곡에 대관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황제 레오폴드 2세가 보헤미아의 왕으로 등극하던 대관식 때 작품이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6개의 곡은 각각 ‘키리에(Kyrie)’로 시작하여 ‘Gloria’, ‘Credo’, ‘Sanctus’, ‘Benedictus’, 마지막 ‘Agnus Dei’로 마무리된다. 그 중 마지막 ‘Agnus Dei’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주님의 고난을 표현하고 있다.
곡의 처음부분 나오는 느린 멜로디의 소프라노 노래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소프라노의 멜로디는 마치 오페라 피가로 결혼에 등장하는 백작부인의 아리아와도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후반부 합창은 곡의 처음부분에 등장하는 키리에의 멜로디에서 다시 가져왔다.
이 작품은 축일에 연주되는 미사곡답게 전반적으로 밝고 화려하며 우아한 매력을 보여준다.
◆ 프란츠 슈미트 - Notre Dame(Intermezzo)
프란츠 슈미트(Franz Schmidt)는 20세기초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시절 비엔나에서 활동한 저명한 작곡가다.
그는 작곡 이외에도 첼로와 피아노를 아주 잘 다뤘고 첼로단원으로는 말러(G.Mahler)가 지휘하는 비엔나 오페라 극장에서 일하였다. 이후 비엔나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 교수로 생활하였는데, 당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도 칭송 받았었다.
다재 다능했던 그는 음악적 지향성에서만큼은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 친구였던 쉰 베르크와는 다르게 실험적이지 않으며 바그너와 브람스를 계승하는 후기낭만파적 성향을 따르고 있다.
프란츠 슈미트의 두 개 오페라 중 <노틀담(Notre Dame)>은 1914년 비엔나에서 초연되었으며 1920년대에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틀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오페라 <노틀담>은 화학자이자 아마추어 시인인 레오폴드 윌크(Leopold Wilk)가 대본 작업했다.
이 오페라의 인터메조(intermezzo)는 아름답고 감성적인 멜로디로 따로 별도 연주되기도 하는데 ‘인터메조’란 악장과 악장 사이, 극과 극 사이에 들어가는 간주곡이다.
특히 연말에 자주 연주되기도 하는 노틀담의 인터메조는 다채로운 화성과 중간의 아름다운 하프의 연주 등으로 현재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율리우스 클렌겔 - Hymnus, Andante Cantabile
‘Hymnus’는 찬송가를 뜻한다. 독일 출신 첼리스트 율리우스 클렌겔(Julius Klengel)은 12명의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찬송가를 작곡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첼로수석으로 40년 넘게 활동한 그는 첼리스트들의 합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의 ‘Hymnus’는 이런 그의 경험과 개인적 신앙심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활동했던 클렌겔은 사실 첼리스트들에게 연습곡(etude)작곡가로도 유명하다.
192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라는 악상기호처럼 여유 있으며 노래하듯이 연주된다. 전체길이는 5~6분정도로 길지 않지만 첼로가 가진 아름다움을 여러 성부로 나눠 들려주고 있으며 중간의 피치카토를 삽입하여 리듬감을 주고 있다.
인간 목소리와 가장 닮은 현악기로 꼽히는 첼로의 연주는 마치 멋진 합창을 연상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클렌겔의 ‘Hymnus’는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마저 주는 매력적인 곡이다.
이 작품은 다른 악기로도 편곡되어 연주되는데 플루트를 비롯한 몇몇 악기들의 편곡이 있지만, 원곡인 첼로 합주로 연주할 때가 가장 작품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준다.
◆ 르로이 앤더슨 - A Christmas Festival
르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의 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인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다. 보통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연주되며 관악기들로 이루어진 윈드 앙상블로도 자주 연주된다.
르로이 앤더슨은 미국태생으로 전통적인 클래식 작곡가라기보다는 팝스오케스트라를 위한, 즉 가볍게 듣는 경음악 작곡가라 할 수 있다.
미국은 팝스오케스트라가 유명한데 특히 보스톤 팝스오케스트라는 보스톤 심포니 단원들이 연주하고 있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이다. 이 오케스트라의 상징과도 같은 지휘자인 아서 피들러(Arthur Fiedler)는 르로이 앤더슨의 곡을 주로 연주했다.
9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하버드대학에서 문학사를 전공한 앤더슨은 학문적 진지함과는 다르게, 음악에서는 즐겁고 유머러스한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음악적으로 새롭고 재미있는 시도도 했는데, 악기대신 타자기를 사용한다거나 사포를 이용한 연주 또는 알람시계 등을 등장시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특히 그의 작품 <블루 탱고(Blue Tango)>는 1952년도 빌보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작품 은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아서 피들러가 편곡 담당자였던 르로이 앤더슨에게 크리스마스때 연주할 작품을 요청하면서 작곡되었다.
메들리 작품인 은 첫 곡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시작으로 ‘고요한밤 거룩한 밤’과 ‘징글벨’을 지나 마지막 ‘참 반가운 시도여’까지 총 8곡을 엮었다.
물론 초연은 아서 피들러의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가 했고 음반사 데카에서 나온 첫 레이블은 초연 된지 2년 후인 1952년 르로이 앤더슨이 직접지휘를 맡아 녹음하였다.
☞ 음반추천
게오르그 무파트의 는 고음악 단체인 ‘Academy of Ancient Music’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의 지휘,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브라스 연주자들이 연주한 음반을 추천한다.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중 ‘Agnus Dei’는 실비아 맥네어의 목소리가 아름답다. 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는 캐슬린 베틀 또한 추천 드린다.
프란츠 슈미트의 ‘Notre Dame(Intermezzo)’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카라얀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율리우스 클렌겔의 찬송가는 베를린 필하모닉 12명의 첼리스트가 연주한 음반을, 르로이 앤더슨의 크리스마스 앨범은 앤더슨의 지휘와 보스톤 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권한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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