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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산성시장에서 매일 오후 2시 울려퍼지는 노래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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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충남 공주시 산성동의 공주산성시장(이하 산성시장). 매달 1일, 6일 열리는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 시장은 입구부터 골목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오후 2시 무렵 시장이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조금 전까지 생선을 다듬고 이불을 정리하던 상인들이 노란 앞치마에 빨간 장갑을 끼고 시장 통로로 나오기 시작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줄 지어 선 상인들은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 준비 자세를 취했다. 오후 2시 정각이 되자 시장에 신나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산성시장 라디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음악에 맞춰 상인들은 익숙한 듯 율동을 시작했다.

“믿어두 돼유 청소했슈 고마워유 마음을 다했슈 미소고마 미소고마 정다운 그 미소 산성시장 먹자골목 기분 정말 짱이야!”



‘믿어도 돼유, 청소했슈, 고마워유, 마음을 다했슈’라는 뜻의 ‘미소고마’ 캠페인송이었다. 상인들은 어깨와 무릎, 팔을 흔들며 4분간 율동을 이어갔다. 산성시장 상인들이 친절하고 기본을 잘 지키는 시장을 만들겠다며 365일 진행하는 친절 응대 캠페인의 일환인 ‘미소고마 플래시몹’이다. 매일 시장 상인 230명이 참여한다. 이날 열심히 율동을 하던 형제닭집 김경화 대표는 “율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웃게 되고 상인들과 유대도 좋아졌다”며 “손님들도 좋아한다. 정말 잘한 일 같다”고 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주부 최성희 씨는 “다른 전통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볼거리”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1937년 문을 연 산성시장은 공주 최대 전통시장이다. 5만 8880㎡에 500개가 넘는 점포가 모여 있다. 백제 왕궁터인 공산성 성곽 아래 자리 잡은 데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떡집과 국숫집이 있어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일대가 북적인다. 산성시장도 여느 전통시장처럼 상권과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과 상인들의 노력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산성시장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그 비결을 알아봤다.



볼거리·즐길거리 넘치는 전통시장
산성시장은 2006년부터 꾸준히 시장 개선 사업을 펼쳐왔다. 주차시설을 만들고 문화공원을 개장하는 등 편의시설과 볼거리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통시장에 가려다 발길을 돌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주차 문제다. 산성시장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시장 입구에 고객들을 위한 공영주차장(1시간 1000원)이 마련돼 있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다양한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고객지원센터가 있다.
시장은 총 5구역으로 나뉜다. 구역마다 다양한 먹거리,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 내부는 아케이드 형식으로 돼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쾌적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휴그린 미니식물원’은 산성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휴식처다. 키 큰 야자나무와 이국적인 열대식물 100여 종, 미니 분수가 있다. 전통시장 한가운데에서 만나기 힘든 풍경에 당황한 것도 잠시, 벤치에 앉아 푸른 식물들을 보고 있자니 힐링이 따로 없다.
2012년 당시 중소기업청 주관 특성화시장 육성을 위한 문화관광형시장 공모에 선정된 후 산성시장은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했다.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매년 5~10월 공주산성상인회가 주관하는 ‘밤마실 야시장’이 대표적이다. 야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어둡고 인적이 드물었던 문화공원은 밝고 활기찬 공간으로 변신했다. 공주의 특산물인 밤을 활용한 군밤, 밤 컵케이크, 밤 샌드위치, 알밤 야채순대, 밤 탕수육 등 먹거리 가득한 야시장은 공주 밖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넓은 광장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 행사가 열린다. 야시장은 산성시장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상인들이 마음을 모아 야시장을 열면서 시장에 유입되는 사람도 많아지고 주변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산성시장 야시장은 매년 20만 명이 다녀가는 등 충남 최대의 야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선 ‘인절미축제’도 열린다. 인절미는 1624년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에 머물렀을 당시 임 씨 성을 가진 백성이 콩고물에 무친 떡을 진상한 데서 유래했다. 인조가 떡의 맛이 좋아 이름을 물었으나 아는 사람이 없어 ‘임 씨가 만든 기막힌 맛’이란 뜻의 임절미(任絶味)라 불렀고 이후 발음하기 쉬운 인절미로 바뀌었다고 한다. 인절미의 도시답게 산성시장에는 40여 곳의 떡집이 모여 있다. 이런 특성을 살려 산성시장은 인절미를 관광상품화해 매년 축제를 열고 있다.
문화공원 한 켠에는 산성시장 상인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이곳에선 매주 화·금요일 오후 2시, 시장 상인들이 DJ로 변신해 방송을 진행한다. 상인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와 경쾌한 음악은 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최고의 시장 비결? 상인의 변화가 가장 중요”
이런 변화와 노력으로 산성시장은 2020년 전국 1500여 개 전통시장 중 가장 우수한 시장으로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한 ‘2020 전국 우수시장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최근 산성시장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시장과 함께 주변 상권 전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이란 개별시장 또는 상점가만 지원하던 방식을 확장해 전통시장 및 주변 상권 전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주시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2025년까지 80억 원을 투입해 산성시장과 인근 중동 먹자골목 일대의 공주산성상권을 낮과 밤이 즐거운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에는 공주산성상권을 알리기 위해 ‘공주산성상권 여행자센터’도 문을 열었다. 공주산성상권활성화사업단 김관기 단장은 “산성시장을 중심으로 공주산성상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산성시장상인회 이상욱 회장은 이 모든 성과와 변화의 비결을 “상인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라고 했다. “큰 상을 받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상인들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요. 정부 사업이나 지원금 없이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인들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힘썼습니다.”
2013년 이 회장은 상인들과 함께 공주산성시장협동조합을 결성했다. 공주의 특산품인 인절미와 밤을 활용한 ‘인절미밤찰떡’ 등을 개발해 전국 대형마트와 온라인마켓에 판매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다시 산성시장 발전을 위해 쓰인다. 앞으로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 시장 내 상인들에게 공급하고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밖에도 미소고마 플래시몹을 기반으로 한 상인친절교육과 세무·노무 등 전문분야 무료컨설팅을 통해 상인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상인커뮤니티 운영지원을 통해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상인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인들도 고객편의를 위해 지역화폐인 공주페이 가맹점 가입과 원산지 및 가격표시제 참여 등에 앞장서는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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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산성시장상인회 이상욱 회장



40년 시장 지키며 변화 주도
“역사와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으로”
공주산성시장상인회 이상욱 회장은 40년간 산성시장의 변화를 지켜봤다. 1981년 시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1986년 종묘사를 개업해 운영하고 있다. 2006년 처음 상인회 회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상인회를 이끌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산성시장이 과거에도 큰 시장이었다고.
산성시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엔 차는 둘째 치고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어려울 만큼 붐비는 큰 시장이었다. 공주와 충남 일대 물자와 사람이 이곳으로 모였다. 덕분에 무난하게 사업을 운영하며 애들 셋을 잘 키웠다. 오랜 세월을 시장에서 보내면서 자연스레 우리 시장, 우리 동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곳이 다시 활성화되길 바라며 상인들을 모으고 힘을 합쳐 시설물도 개선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많은 사람이 찾는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산성시장만의 차별화 전략이라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결국 상인들이 변해야 한다. 상인들이 스스로 시장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각 점포를 찾아 상인들과 만나 열심히 소통했다. 시장이 잘돼야 우리도 잘된다. 상인들이 일심동체로 움직이니 많은 것이 변했다. 미소고마 플래시몹도 매일 200명이 넘는 상인이 참여하며 친절하고 깨끗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인들끼리 소통을 늘리기 위해 댄스스포츠, 사물놀이, DJ 등의 동아리 활동을 장려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정부 사업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한계가 있다. 그 후가 문제다. 정부 지원 없이도 우리 시장만이 할 수 있는 사업, 볼거리, 즐길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야시장, 인절미축제 등을 만들었다. 협동조합에서 떡 사업을 하면서 20명 정도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었다. 상인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도 힘쓸 계획이다.

앞으로 어떤 시장을 만들고 싶나?
산성시장 주변에 있는 공산성, 무령왕릉 등 공주의 문화유적과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역사와 문화가 있는 전통시장으로 한걸음 나아갈 생각이다. 또 산성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더욱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싶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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