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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아니라 기운으로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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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이일수록 가벼운 행동이나 예의 없는 말투가 화근이 돼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상담실을 찾아온 50대의 여성 내담자는 대학생이 된 딸의 마음을 알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녀는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하는 딸을 위해 모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지방에서 올라와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주고 수북이 쌓인 빨래를 해줬다. 하지만 딸은 이런 상황을 귀찮아했다. 일부러 친구와 약속을 잡고 엄마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적도 있었고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딸의 냉랭한 말과 태도에 상처받은 내담자는 자신에 대한 딸의 사랑마저 의심하고 있었다.
상대의 진심을 아는 방법이 있을까? 고대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소리는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나아가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운으로 들어라. 기운으로 듣는 것은 마음을 비워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귀로 듣는 소리는 필연적으로 듣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하게 된다. 그러니 귀가 아닌 마음으로 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마음 또한 의심해야 한다. 마음에는 살면서 쌓아온 습관적 판단과 편견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운으로 듣는다는 건 어떻게 듣는 것일까?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방식으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서른 살 초반, 차(茶)의 진정한 맛을 알기 위해 차보다 강한 맛이 나는 모든 음식을 먹지 않을 때였다. 대략 1년 동안 온종일 차를 마시며 밥과 물, 죽염이 먹는 음식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민감해진 미각과 후각으로 구분되는 미세한 차의 맛과 향에 심취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맛과 향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한계를 인정하고 나서는 맛과 상관없이 마음으로 차를 즐겼다. 좋은 향과 나쁜 맛을 구분하지 않고 찻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며 만족했다. 내가 차를 통해 갈구했던 마음의 안정감, 풍요로움, 따뜻하게 몸이 데워지는 훈훈함이 느껴질 때마다 이런 것이 마음으로 차를 마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한 순간들이 반복되자 더 이상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권태기가 찾아왔다. 고요함과 평온함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때부터 즐겁기 위해 차를 마셔야 한다는 마음도 버렸다. 마음을 버린 뒤에는 차가 품고 있던 ‘차의 목소리’를 ‘기운’으로 공명할 수 있었다. 차의 기운을 느낀다는 건, 차가 품고 있던 원래의 성품을 느끼는 것이다. 차는 내 기분이나 미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걷어내니 그때야 비로소 차가 가진 원래 성품이 보였다. 4월 초봄에 딴 찻잎에서는 봄의 아우성이, 6월 초여름에 딴 찻잎에서는 여름의 설렘이 기운으로 느껴졌다. 원하는 것이 사라지니 본래의 모습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체험을 한 뒤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차를 대하듯 기운을 느끼려고 노력하게 됐다.
우리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주관적 느낌과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하며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식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오해와 왜곡된 확신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상대를 보이는 대로 판단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말은 관계에서도 통용된다. 편견으로 가득찬 마음을 먼저 비워야 상대의 진실한 모습이 마음속에 채워질 수 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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