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단념 청년을 취업 전선으로 심리 상담부터 일경험 제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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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월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약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직단념청년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단계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구직단념청년이란 경제활동이나 구직활동 등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을 말한다. 2023년 1월에서 10월 사이 ‘쉬었음’ 청년은 전체 청년인구의 4.9%인 41만 명에 달한다.
이들을 노동시장에 유입하기 위해 정부는 청년이 취업 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양질의 일경험 기회를 확대 제공하고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늘린다. 재직 중에는 직장문화 개선을 통해 직장 적응을 돕기로 했다. 노동시장을 이탈한 청년을 상대로는 구직단념을 예방하고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집단·심리상담을 지원한다. 취약청년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고립은둔청년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자립준비청년과 가족돌봄청년 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이같이 단계적 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구직단념청년 집단이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구직단념청년이라면 직장경험이 없고 구직의사도 없는 은둔형 외톨이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모든 구직단념청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경험도 없고 구직의욕도 낮은 유형은 전체 구직단념청년의 일부에 불과하다. 직장경험은 있으나 퇴직, 재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일을 잠시 그만뒀다가 쉬고 있는 청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구직단념청년의 유형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직장경험은 없지만 구직의욕이 높은 ‘취준-적극형’과 직장경험도 없고 구직의욕도 없는 ‘취준-소극형’이 있다. 직장경험은 있는데 사정상 잠시 일을 쉬고 있을 뿐 구직의욕도 높은 ‘이직-적극형’도 있고 직장경험은 있는데 구직의욕을 잃어버린 ‘이직-소극형’이 있다. 그리고 고립은둔청년이나 자립준비청년 등 ‘취약형’이 있다.
취업역량 강화하고 일경험 쌓고
정부는 구직단념청년 유형에 맞게 단계별로 정책을 마련해 이들의 노동시장 유입을 돕기로 했다. 먼저 아직 직장경험이 없는 ‘취준-적극형’과 ‘취준-소극형’을 위해 재학 단계에서 조기 개입해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게 돕는 방안이 제시됐다. 청년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그중 하나다.
대학생인 청년을 위해서는 대학 저학년 때부터 체계화된 경력을 설계하고 체계적인 훈련이나 일경험을 제공하는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확대한다. 이 서비스는 2023년 12개 대학에서 제공되고 있었지만 2024년에는 50개 대학으로 늘려 제공될 예정이다. 고용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던 직업계고와 일반계고 비진학 학생을 대상으로는 진로지도 및 취업지원 서비스가 신설된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와 인근 고등학교를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진로·직업체험을 제공하고 경력개발과 장기 성장경로를 마련해준다.
한편으로는 지역 내 미취업 청년을 위한 맞춤형 고용서비스도 확대된다. 전북 익산의 원광대에서는 식품전문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식품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직무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마치면 채용까지 이어지도록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지역청년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는 지역·산업 특화 프로그램은 2023년 전국 49개 거점형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운영 중이다. 이를 2024년 60개 대학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양질의 일경험 기회도 확대한다. 민·관 협업을 통해 청년이 민간기업에서도 다양한 일경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을 방문해 직무를 탐색하는 기업탐방형이나 직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젝트형, 직접 기업에서 일하는 인턴형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일경험·직무교육 등에 참여하는 ESG지원형 등을 통해 2023년 2만 6000여 명의 청년이 일경험 기회를 쌓았는데 2024년에는 이를 4만 8000명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도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청년인턴 규모를 2023년 2만 2000명에서 2024년 2만 6000명으로 늘려 일경험 기회를 확대한다. 대학 재학 중에 일경험을 할 수 있는 위밋(WE-Meet)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을 2024년 18곳으로 늘린다. 종합적으로는 일경험통합플랫폼을 2024년 구축해 다양한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취업역량을 기르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해 국가기술자격 응시료를 50% 할인 지원해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청년성장프로젝트 신설해 구직의욕 고취
직장을 다니다가 일을 그만두고 구직단념청년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직장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한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청년이 적을수록 구직단념청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취업 초기 청년의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에게는 직장 적응에 필요한 소통과 협업 교육을 제공하고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인사 담당자에게는 청년친화적 조직문화를 교육한다.
무엇보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직장 선택 기준이 ‘워라밸’, 즉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직장생활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직장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는 물론 시차·선택근무 등의 유연근무 방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업장 전반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최대 1년 간 1인당 단축 장려금을 30만 원 지원하는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사업’도 신설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임금체불 등 부당행위가 없어질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구직의욕이 없는 청년에게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초기 ‘쉬었음’ 청년이 장기 구직단념청년이 되지 않게 지방자치단체 협업으로 ‘청년성장프로젝트(가칭)’를 신설한다. 청년성장프로젝트는 ‘쉬었음’ 청년이 부담 없이 지역사회로 나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조모임이나 집단·심리상담 등을 제공하고 청년정책과 연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24년 전국 10곳에서 문을 열 청년카페(가칭)를 통해 지역 내 대학이나 대학일자리센터와 협업해 참여자를 발굴하고 맞춤형 취업역량 프로그램 제공 및 심리상담 등을 지원한다.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구직단념청년 등을 대상으로 구직의욕을 높이고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으로, 정부는 사업 참여 인원과 관련 예산을 2024년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상담을 받거나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심리지원 프로그램과 더불어 프로그램 참여 수당을 제공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해주는 사업인데 기존에는 5주 혹은 5개월로 진행되던 것을 3개월 중기 프로그램도 신설한다는 것이다. 참여청년이 받는 수당이 실질적인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직노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급되고 사후관리도 강화된다.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청년이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직업훈련을 수강할 때 지원하는 훈련비도 확대한다.
또 정부는 구직단념청년이 저임금이라도 일단 취업하면 ‘쉬었음’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이 한결 쉬워진다는 점을 고려해 취업시장에 우선 진입하게 한 다음 직업훈련과 경력관리 등을 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로 결정에 어려움이 있거나 이직을 위해 쉬고 있는 청년에게는 직업 상담과 경력 재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약청년 발굴하고 인프라 구축
한편으로 고립은둔청년,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을 비롯해 장애인, 학교 밖 청소년 등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정부는 이들 취약청년을 특성에 맞게 지원을 강화해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계획이다. 이 중 사회적 관계를 끊은 채 한정된 장소에만 머물러 있는 고립은둔청년에게는 사회복귀가 시급하다. 이들을 위해 사회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자조모임 등을 지원하는 사례별 맞춤형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가족을 돌보느라 구직을 단념한 가족돌봄청년에게는 자기돌봄비를 지원하고 가사·식사 등을 지원하는 일상돌봄서비스를 확대한다. 자립준비청년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자립수당을 인상하고 전담인력을 늘린다. 장애를 가진 청년도 노동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장애인 자활근로 등 고용서비스를 강화하고 장애인에게 적합한 생산·편의시설을 마련해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한 표준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학교 밖 청소년이 낙오하지 않도록 심리·사회적 관계를 조기 회복하는 데에도 지원을 늘린다.
이런 지원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 2023년 12월부터 국무조정실·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관계기관이 협의하는 정례협의회를 개설한다. 2024년에는 취약청년을 발굴하고 전담 전달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청년미래센터’가 4곳 개설될 예정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1
중소기업 취업 지원 확대
‘참 괜찮은’ 중소기업을 아십니까?
선정기준 강화하고 전용채용관 개설
구직단념청년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쓸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근로환경과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청년을 중소기업으로 유인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중소기업의 근로환경을 개선한다. 공장 중심이던 산업단지가 청년 친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도록 근로·정주여건을 개선한다. 기숙사형 오피스텔이나 카페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청년문화센터 등을 건립하도록 한다. 2024년에는 150개 중소기업의 노후화된 환경을 개선하도록 지원하고 스마트공장 지원도 확대한다. 스마트공장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설계·개발, 제조·유통 등 생산과정을 수행하는 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의 청년고용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정책금융, 정부보조 등을 통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을 촉진한다.
청년이 선호할 만한 중소기업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참 괜찮은 기업’ 선정기준도 강화한다. 참 괜찮은 기업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 중 재무안정성, 수익성 등 6개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잡코리아, 사람인 등 구인구직 플랫폼에 전용 채용관을 개설해 청년이 채용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는 청년취업지원금이 지급된다. 2024년 빈일자리 청년취업지원금이 신설돼 2만 4000여 명에게 483억 원이 주어질 예정이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도 확대돼 중소기업이 취약청년을 채용할 때 2년간 최대 1200만 원을 지원한다.
원청이 출연해 협력사 근로복지를 지원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 지원도 확대하고 원청이 2·3차 협력사에 복지기금을 출연할 때 지원하는 상생연대형성 지원 제도도 생긴다.
박스기사2
제1회 ‘미래내일 일경험 콘퍼런스’
모범사례 공유하고
취업 희망 키우고
12월 6일 서울에서 제1회 ‘미래내일 일경험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2023년 신설된 ‘미래내일 일경험사업’의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제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일경험사업은 청년에게 기업에서 직접 과업을 수행하거나 실전형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직무경험이 있는 청년을 선호하고 있고 청년 역시 직무역량을 키워 취업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많은 청년과 기업이 사업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우수한 프로그램과 우수사례 등이 소개됐다. 최우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선정된 항공우주산학융합원의 ‘항공분야 특화 일경험 프로그램’은 항공 정비(MRO) 및 공항서비스 분야의 일경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말레이시아항공 등 국내외 4개 항공사에서 해당 직무를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8주간 진행된 교육 중에는 말레이시아항공 현지에서 항공 MRO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항공업계의 특성상 업무역량을 길러주려는 목적으로 진행됐는데 실제로 일경험 참여자가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등에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프로젝트 작품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우리는 전부’ 팀은 KT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로등 정비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대구시의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역시 최우수상을 받은 ‘라운더’ 팀은 ‘스마트컵 IOT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내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청년 수기 우수사례로 꼽힌 박성민 씨는 참여했던 ‘청년 장애인 일경험 프로그램’이 “나만의 항해를 향하는 길에서 나침반이 돼준 프로그램”이라며 글로벌 제약회사, 현직자 직무 멘토링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롭게 시작한 일경험 사업이 이렇게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청년과 기업, 운영기관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라며 “더 좋은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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