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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다들 모이고 정리하고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저장공간이 꽉 찬 사진과 메모, ‘카톡’을 지우느라 눈과 손이 바쁘다. 디지털이다 보니 하루에 수백 장씩 찍어댄 사진들이 수만 장이다. ‘다음에 지우지 뭐’한 사진들이 쌓이고 쌓여 엄청난 디지털 쓰레기가 돼버렸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 지금은 짐이 되어 나를 짓누른다. 그땐 옳았던 것들이 지금은 틀린 것들이 되어 나를 혼란케 한다.
어디 사진뿐이랴. 이 옷만 입으면 날아갈 것 같았는데 몇 달만 지나면 유효기간 지난 연애마냥 거추장스러워지고, 냉동고 속에 넣어두면 쏙쏙 빼내 먹을 것 같아 쟁여놓은 것들은 얼음덩이가 되어 내 발등을 찧는다. 이것만 살 수 있다면 내 인생이 필 것 같아 할부로 들여놓은 물건들도 행복감은 잠시, 매달 심장을 지그시 누르곤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도움받을 것 같아서, 유명한 사람이어서, 돈 많아 보여서, 좋은 사람 같아서, 내 곁의 호위병이 돼줄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누군가를 전화번호부에 저장해놓지만 그 쓸모는 영원히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을 셋으로 나눈다고 한다. 친구, 지인, 동창. 친구였다가 지인으로 내려가고 지인이었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세상 쓸데없는 게 동창이라고 했다. 모여서 건배만 외치고 돈 자랑 하고 돈 버는 얘기만 하다 건강 얘기로 끝나는 귀 시끄러운 동창 모임은 그저 괴로운 시간이라고.
나 역시 올 한 해 친구였다가 지인으로, 혹은 모르는 사람보다도 못한 관계로 전락한 사람이 여럿이다. 반면 지인이었다가 친구처럼 가까워진 이들도 물론 있다.
인간관계도 생물이고 유효기간이 있어 그 관계의 상함을 속상해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그리 단순치만은 않다. 감정을 쏟아넣은 만큼의 아픔도 큰 법이니까.
그러나 감정도 물감처럼 옅어지니 조용히 먼 데 바라보면 그 언젠가 바람처럼 사라질 게다.
강물처럼 흐르고 지나는 게 감정이다.
연말이다. 쓸데없는 것들을 지우자. 모두 나의 짐이다.
사진도, 물건도, 관계도, 감정도.
모든 잉여의 것들을 덜어내자.
일단 내 몸속의 지방부터.


윤영미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다. 현재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산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주 무모한집을 소개하며 뉴미디어를 향해 순항 중인 열정의 소유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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