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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 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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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0대 남성이 병원을 찾았다. 그는 매일 한 갑씩 담배를 30년간 피웠다. 그러다 만 54세가 되니 폐암 발생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난생 처음 건강검진을 받았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고 발생하는 암 중에 가장 많은 것이 폐암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 정도 높기 때문에 흡연자는 폐암 검사를 따로 받는다.
다행히 환자의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환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반색하고 자리를 떠나려는 환자를 붙잡고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폐암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어 폐암 진단을 받는 확률은 150명 중 한 명꼴이다. 그러니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다는 결과를 받아들고 병원 밖으로 나가 다시 입에 담배를 문다. ‘담배를 피워도 괜찮네’라고 생각하면서 담배를 피울 것이다.
담배의 해악은 당장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담배는 20~30년 피워야 비로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담배를 피우는 시점과 담배로 인해 피해가 나타나는 시점의 간격이 너무 길기 때문에 처음에는 인과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때는 미국 의사들이 담배 광고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사망원인 2위인 심혈관 질환에서도 흡연으로 인한 폐해와 마찬가지의 양상이 보인다.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 뇌출혈이나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의 경우 대부분의 원인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에 있다. 그래서 의사는 언제나 금연, 운동, 다이어트를 권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가 당장 통증을 불러오는 질환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낮추고자 ‘예방’을 하자고 권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예방에는 별 관심이 없다.
통증이 없는 질병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들 질병만으로는 방치한다고 해도 오랫동안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나이가 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노화가 찾아오면 사고처럼 질환은 다가온다. 대부분 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은 평소에 ‘건강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살펴보면 상당수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으로 진단받았는데 약을 안 먹거나 관리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건강했다’가 아니라 건강하지 않았는데 ‘아프지 않았던 것’이다.
폐암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온 50대 남성은 금연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으면 금연하거나 운동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진다. 건강보조식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각종 검사 프로그램은 해마다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건강의 기본이다. 건강의 기본은 예방, 예방의 기본은 금연과 운동, 식이조절이다. 언제나 진리는 간단하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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