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에 어울리는 막걸리? 캠핑 분위기 띄우는 탁주? MZ세대 취하게 한 전통주 이젠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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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에 가다
이맘때면 매년 애주가들이 기다리는 행사가 있다. ‘2023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이하 우리술 대축제)’가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렸다. 11월 25일, 30대 직장인 김성경·이주환 씨도 행사장을 찾았다. 술을 좋아하는 두 사람 모두 올해 ‘우리술 대축제’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마음껏 우리술을 맛보고 저렴한 값에 구매까지 할 수 있어서다. 과실주를 좋아하는 김 씨와 탁주를 좋아하는 이 씨는 각자 취향에 맞춰 업체별로 마련된 부스를 찾아다니며 술을 맛봤다. 김 씨는 “술집에 가면 늘 먹는 술만 마시게 되는데 이곳에 와 다양한 전통술을 접한 덕에 취향의 저변이 넓어졌다”면서 “애주가 커플이 데이트를 즐기거나 친구, 가족과 함께 찾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13회째를 맞는 우리술 대축제는 매년 1만여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행사다. 전국 각지의 특색있는 전통주의 가치를 알리고 우리술 소비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하고 있다.
사흘 내내 행사장은 우리술을 맛보기 위해 모인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농식품부는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2022년 대비 36% 증가하는 등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우리술 품평회 시상식 ▲우리술 양조장·먹거리관 ▲막걸리·누룩 빚기 ▲전통주 소믈리에 체험 ▲우리술 페어링쇼 ▲향음주례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울러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전통주를 구매하거나 시음할 수 있는 특별 경매쇼·시음회도 올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113개 국내 전통주 양조장 참여
이번 행사에는 전국의 다양한 전통주 양조장이 참여해 우리술의 진수를 선보였다. 참여 양조장은 탁주 43곳, 약·청주 25곳, 증류주 23곳, 과실주 15곳, 기타주류 7곳 등 총 113곳에 이르렀다. 특히 전통주 축제답게 사과, 꿀, 쑥, 인삼, 말차, 잣, 고구마, 옥수수 등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밖에 커피나 요구르트, 바질 등 외국 식재료나 가공식품과 결합해 현대인 입맛에 맞게 탈바꿈한 전통주도 눈에 띄었다. 또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 막걸리’, ‘캠핑갈 때 마시면 분위기 업(up) 시켜주는 탁주’ 등 부스마다 독특한 구호로 방문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영화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 이미지를 패키지에 새긴 ‘스톰탁주(밀양 클래식술도가)’, 경기 고양시의 대표 캐릭터 고양이에서 이름을 딴 ‘냥이 탁주(행주산성주가)’, 음료수처럼 편리하게 마실 수 있도록 캔으로 제작한 ‘말이야 막걸이야(시향가)’ 등 패키지와 이름에 양조장의 정체성을 담으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방문객들은 각 양조장에서 제공하는 시음행사를 즐기며 전통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우리술을 찾아다녔다. 방문객 최나영 씨는 “스무 곳 이상 양조장의 전통주를 시음했는데도 아직 맛보지 못한 술이 많다”면서 “국내에 이렇게 다양한 양조장과 전통주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소원성 씨는 “매년 오는 행사지만 늘 새롭고 개성 있는 술이 등장한다. 전통주의 세계는 정말 다채롭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술MBTI’… ‘MZ세대’ 위한 참여행사 풍성
특히 올해 행사장에는 2030 젊은 방문객이 많이 몰렸다. ‘우리술은 기성세대가 즐기는 문화’, ‘전통주는 일부 애호가들을 위한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풍경이었다. 실제로 최근 전통주 산업은 젊은 세대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21년 941억 원에서 2022년 1629억 원으로 73% 증가했다. 수출액도 2018년 1766만 달러에서 2022년 2466만 달러로 최근 5년간 39.6%나 늘었다. 업계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증가한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유행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등의 문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꼽고 있다. 또 전통주 보틀숍이 활성화하는 등 소비·유통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국전통민속주협회에 따르면 전통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틀숍은 전국 120여 곳에 달한다.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혼자 집에서도 다양한 전통주를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막걸리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막걸리 등의 수요 다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증류식 소주는 젊은층의 소비 증가로 2007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사장 곳곳에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참여행사가 마련됐다. 와인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칠링백 만들기’, 자신의 성격유형(MBTI)에 맞는 전통술을 추천해주는 ‘우리술MBTI 테스트’, 내 사진으로 술병에 붙일 라벨을 제작하는 ‘나만의 라벨 만들기’ 등이다. 현장에서 직접 누룩과 쌀로 자신만의 막걸리를 만들어보는 ‘수제 막걸리 원데이클래스’도 큰 인기를 끌었다. 클래스에 참여한 김수원 씨는 “막걸리는 누룩과 쌀, 물 등 간단한 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 뒤로 오랜 시간 섬세하게 신경 쓰며 관리해줘야만 완성되는 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술 품평회’… 올해 최고의 전통술은?
이번 행사에서는 전국 최고의 전통술을 가리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도 개최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는 농식품부와 aT가 우리술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우수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가 공인 주류 품평회다. 탁주, 약·청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주류로 총 5개 부문에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3점씩 총 15점을 선발하고 부문별 대상 중 심사를 거쳐 대통령상 1점을 선정한다.
올해 우리술 품평회에서는 다도참주가가 만든 ‘라봉’과 ㈜수블가의 ‘두두물물 약주’가 각각 탁주와 약·청주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증류주 부문에서는 아리랑주조㈜의 ‘겨울소주 45’가, 기타주류에서는 ㈜두레양조의 ‘두레앙 브랜디’가 각각 대상을 받았다. 영예의 대통령상은 과실주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수도산와이너리의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가 차지했다. 백승현 대표가 경북 김천시의 해발 500m 청정환경에서 유기농 방식으로 직접 재배한 산머루를 활용해 만든 와인으로, 우수한 맛과 품질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인정받았다. 농식품부는 이번 수상작을 대상으로 판촉 지원과 바이어 초청 시음행사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우리술 대축제는 전국의 다양한 전통주를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특별한 행사인 만큼 전통주 소비층을 확대하고 우리술을 즐기는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인 축제 개최를 약속했다. 김춘진 aT 사장은 “최근 전통주는 젊은 세대가 찾는 매력적인 술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우리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 전통술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명품주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2023 우리술 품평회 대통령상 수상 수도산와이너리 백승현 대표
“2030 반응 뜨거웠다… 우리 와인의 세계화 가능성 확인”
‘2023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가 열린 사흘간 수도산와이너리 부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올해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를 시음하려는 관람객들 때문이다. 수도산와이너리 백승현 대표는 “산머루로 만든 와인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도산와이너리는 경북 김천시 증산면 금곡리 해발 500m 수도산 깊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다. 백 대표는 이곳에서 직접 산머루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든다. 산머루는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부족하다. 산머루 수확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 수분은 날아가고 당도는 올라간다. 향미도 깊어진다. 이렇게 수확한 산머루로 만든 와인은 오크통에서 3년, 병입해 6개월 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온다.
대통령상을 받은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는 산머루로 만든 레드와인으로 진한 풍미와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크라테(Kraté)라는 브랜드는 ‘화산 분화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크라테(Cratèr)에서 착안했다. 양조장이 있는 증산면의 지형이 분화구를 닮았기 때문이다. ‘C’ 대신 한국(KOREA)의 ‘K’를 써 한국 와인이라는 정체성을 더했다.
행사 기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흘 내내 개장부터 폐장 시간까지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다. 부스 앞에 줄이 끊이지 않았다. 정말 많은 분이 찾아줬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부스를 찾은 대다수가 20~30대라는 게 놀라웠다. 우리 와인은 물론 전통주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젊은층이 우리술을 찾는 이유는?
우리술이 그만큼 다양해졌다. 맛도 종류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20~30대가 취향껏 즐기는 술이 된 것 같다.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들도 젊어졌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양조장 대표 중에도 20~30대가 정말 많이 보였다. 산업 자체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도 커진 것 같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행사 관계자들이 내년에는 행사 규모를 더 키워야겠다고 하더라.
와인을 맛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우리나라 와인을 맛볼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와인을 시음해보고 ‘한국에 이런 와인이 있어?’, ‘이런 맛이 난다고?’라며 신기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크 같은 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들도 한국 와인에 놀라고 맛을 보고 또 한 번 놀라더라. 우리 와인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와인을 글로벌 와인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와인을 찾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양조장이 많다. 홍보나 유통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와인뿐만 아니라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보다 먼저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도 품종 개량이나 와인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통령상 수상과 이번 행사 기간 받은 관심을 계기로 좋은 와인을 만들어 우리나라 와인도 세계적인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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