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분리수거 그만! 뚜껑 열면 저절로 라벨 벗겨지는 페트병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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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환경창업대전 수상
친환경기업 ‘푸른하늘’ 장동민 대표
페트병을 버릴 때 몸체에 붙은 라벨을 따로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라벨 이음새는 손톱으로 긁어도 페트병과 한 몸인 양 붙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분리가 쉽도록 절취선을 만들어놓은 경우는 좀 수월할지 모르지만 뾰족뾰족 절취선에 손가락을 베일 수도 있다. 힘겹게 라벨을 떼냈다고 해도 강력한 접착제 때문에 페트병에 하얀 라벨 속지가 지저분하게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의 2021년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6%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과정에서 ‘라벨 제거’가 가장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불편을 개선할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페트 원터치 제거식 용기 포장지’가 그것이다. 라벨이 병뚜껑과 연결돼 있어 뚜껑을 열 때 저절로 라벨이 분리된다. 즉 음료를 마시는 동시에 라벨이 함께 떨어져나간다.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기 위해 손 아프게 라벨을 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는 친환경기업 푸른하늘의 장동민 대표다. 코미디언으로 대중에 잘 알려진 그는 이 아이디어로 2022년 특허를 등록한 데 이어 2023년 1월 푸른하늘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9월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한 ‘2023 환경창업대전’에서 이 아이디어로 스타기업(신생기업)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268개 기업이 참가해 25개 팀이 수상했다. 특히 그의 아이디어는 시민 심사위원 100명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생활에 곧장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점에서다. 장 대표는 “‘이거 너무 편하겠다’, ‘어서 상용화되면 좋겠다’는 등의 심사위원 평가를 받았다”면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며 20년간 다양한 사업을 병행해왔지만 지금처럼 기쁜 적이 없었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세로 라벨’
장 대표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했던 단순한 생각이 예기치 않은 아이디어로 이어졌다고 했다. 누구나 느끼는 불편,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긴 결과라는 설명이다. ‘공감’이 중요한 코미디를 오래 해온 것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평소 페트병에 붙은 라벨을 떼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리배출에 굉장히 적극적이지만 집 밖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잖아요. 가정 내에서 분리배출되는 쓰레기는 전체의 3% 정도밖에 안 되고요. 재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 그냥 버려지는 거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누구나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의 끈을 놓지 않은 게 아이디어로 이어졌어요. 페트 원터치 제거식 용기 포장지는 음료를 마시는 동시에 라벨이 분리되니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든 재활용에 동참하게 되는 겁니다.”
그가 고안한 아이디어의 핵심은 ‘세로 라벨’에 있다. 대부분 라벨이 긴 가로 형태로 페트병을 감싸고 있는 것과 달리 뚜껑부터 페트병 바닥까지 전체를 잇는 긴 세로 형태로 돼 있다. 이 세로 라벨과 뚜껑이 하나로 연결돼 ‘원터치’로 제거가 가능한 것이다. 세로 라벨은 페트병에 부착할 때 접착제를 쓰지 않고 열을 가해 공기로만 압착시킨다. 이 덕분에 라벨 제거 시 잔해가 페트병에 지저분하게 남아 있을 일도 없다. 투명한 페트병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장 대표는 “세로 라벨은 우리가 세계 최초일 것이다. 세로 라벨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렸다. 그전까지는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해야 했다”면서 “내 아이디어가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물론 사업성까지 인정받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버리는 페트병은 100개에 달한다. 게다가 페트병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250년에서 500년이 걸린다. 작게 쪼개진 페트병은 미세플라스틱이 돼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몸속에 쌓일 수도 있다. 페트병 재활용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다.
투명 폐페트병은 고품질 재생원료
특히 페트병 재활용에서 라벨 제거는 실로 중요한 문제다. 이물질이 완벽히 제거된 투명 폐페트병은 ‘고품질 재생원료’이기 때문이다. 여타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서 점차 질이 떨어지지만 투명 폐페트병은 그렇지 않다.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만드는 장섬유를 만들 수 있는 건 물론 화장품 용기 등 각종 생활용품의 재생원료로 탈바꿈할 수 있다. 심지어 원유를 생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게다가 투명 폐페트병은 이를 다시 페트병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른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이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버려진 페트병을 자른 뒤 세척해 사용하는 물리적 재생 방식을 허용했다. 폐페트로 식품용기를 만들기 위해 화학적 처리를 하거나 가열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던 기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정부가 앞서 2020년·2021년 연이어 전국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시행한 것 역시 가치가 높은 투명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다른 플라스틱과 함께 배출하던 투명 페트병은 별도로 마련된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환경부는 ‘보틀 투 보틀’ 허가와 투명 페트 별도 분리배출을 통해 “연간 최소 10만 톤(약 30%)의 폐페트를 통해 고품질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원순환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 폐페트병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환경부의 ‘환경통계연감 2021’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59.5%로, 이중 플라스틱 재활용은 55.8%에 불과하다. 특히 플라스틱을 소각한 열에너지를 난방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 회수’까지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새 제품을 만드는 엄밀한 의미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는 분리수거에 있어서는 선진국이지만 분리수거의 질이 낮은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분리배출에 대한 의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재활용률은 독일(97%)이나 일본(89%)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분리수거율’보다 중요한 건 ‘재활용률’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페트(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분류되는데 각각 분리배출과 재활용 방법이 다르다. 분리배출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페트병이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완벽하게 이물질이 제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을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재생섬유 등을 생산하기 위해 연간 2만 2000톤의 폐페트병을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재가 다른 뚜껑과 라벨은 반드시 분리하고 음료 등 각종 이물질을 완전히 세척해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고품질의 투명 폐페트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음료 업계에서는 ‘무라벨 페트병’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라벨 대신 페트병에 정보무늬(QR)코드 등을 새겨 음료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푸른하늘의 페트 원터치 제거식 용기 포장지에 대해 ‘음료를 마시는 동시에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따른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무라벨 페트병은 영양성분을 표시할 필요가 없는 생수 등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 이외에는 라벨이 없으면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고 신생기업 등은 제품을 알리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현재로선 제거가 편리한 라벨을 사용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뜻이다.
‘재활용 용이’ 페트병 2% 불과
환경부는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2021년 1월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3단계에서 4단계(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로 세분화했다. ‘최우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라벨이나 접착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접착제를 쓰더라도 라벨 면적의 0.5% 미만으로 도포하거나 절취선을 표시해야 한다. 최우수 등급 제품은 재활용 분담금을 50% 감면받는 반면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분담금을 20% 더 내야 한다. 올해 출시된 푸른하늘의 제품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2021년 기준 최우수 등급을 받은 페트병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있어 소비자들의 노력에만 기댈 수 없는 이유다. 장 대표는 “분리수거에 진심인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거다. 다만 페트병 재활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기업과 정부가 다 함께 노력할 때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윤 기자
박스기사
지구를 구하는 일상 속
플라스틱 분리배출 방법
투명한 플라스틱이면 모두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에 버려도 되나?
투명한 ‘생수와 음료’ 페트병만 전용 수거함에 분리배출해야 한다. 이외에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버려야 한다.
카페 테이크아웃 잔을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도 되나?
카페 등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다양한 재질로 생산되고 직접 인쇄(카페 로고 등)가 많아 재활용 품질이 저하된다.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해야 한다.
재활용 표기에 ‘OTHER’라고 쓰인 제품은 어떻게 버려야 하나?
OTHER는 복합재질로 된 플라스틱이라는 뜻이다. 재활용이 어려우므로 일반 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페트병, 뚜껑, 라벨의 소재가 모두 다른 경우 어떻게 버리나?
많은 제품이 뚜껑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라벨은 폴리프로필렌(PP), 병은 페트(PET)로 생산된다. 모두 분리한 상태에서 배출해야 재활용률이 높아진다. 특히 페트병뿐만 아니라 병뚜껑도 이물질이 없도록 세척해 버려야 한다. 단 맥주병 등에 쓰이는 ‘이중 병뚜껑’은 여러 소재가 혼합돼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세제 용기 등에 ‘스티커’ 형태로 붙어 있는 제품 설명도 제거해야 하나?
대부분 HDPE 소재인 세제 용기는 스티커를 제거해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스티커가 제거되지 않으면 소각장으로 간다.
과일 트레이, 계란판과 같은 ‘페트 용기류’도 플라스틱인가?
페트 용기류는 내용물을 헹궈서 일반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된다.
투명 페트병을 모아 배출하면 돈으로 환급받을 수 있나?
지역에 따라 투명 페트병 무인회수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한 병당 10원이 적립된다.
자료 환경부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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