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국민음악가, 드보르작의 영화 속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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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통치를 받았으며 굴곡진 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체코는 동유럽의 보석과도 같은 나라다.
수도 프라하를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강과 아름다운 호수와 동굴, 그리고 굽이치는 협곡과 넓은 평원은 체코의 자연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여러 체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이는 국민음악가라 할 수 있는 드보르작일 것이다.
물론 그가 살았던 당시에는 체코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보헤미아인이라는 민족성과 자신들의 언어를 갖고 있었다.
드보르작의 음악은 풍부한 화성과 보헤미아의 자연을 닮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서정성이 있다.
또한 그의 음악 속 단순함에는 민족성과 자연, 그리고 인간미가 녹아있다. 음악을 통해 모두와 소통하고 싶어했던 드보르작의 언어는 심각하고 어둡기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영화에서도 아름답게 빛나며 스토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성실했던 드보르작은 9개의 오페라와 교향곡을 포함해 많은 장르의 작품들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의 어떤 음악들이 영상과 함께 우리 마음을 움직이고 있을까.
◆ Concerto
드보르작은 많은 수의 협주곡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오직 피아노와 바이올린, 그리고 첼로 협주곡만 작곡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곡도 종종 연주되지만 그 중 가장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연주되는 것으로 알려진 작품은 첼로 협주곡 다.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은 와 가 있는데
하지만 첼로 협주곡 는 그의 전성기 작품으로 대중적이며 첼로협주곡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54세의 드보르작이 미국 뉴욕의 국립음악원 원장으로 재직할 시절에 작곡한 첼로 협주곡 는 보헤미아의 정서 위에 미국 토속의 인디언, 흑인영가 등의 멜로디가 융합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94년 3월 뉴욕필하모닉의 연주회장에서 동료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빅터 허버트가 작곡한 첼로 협주곡2번을 듣고 영감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전체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악장은 엄격한 소나타 형식으로 이국적인 1주제가 목가 풍의 주제로 발전하며 에너지 넘치는 첼로의 선율이 흐르고 있다.
2악장은 마치 엄마의 품속 같은 따스함과 고향의 아련한 정서가 느껴지며 드보르작의 타지생활에서 오는 고독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악장이다.
마지막 3악장은 넘치는 에너지 감정을 보헤미아의 무곡과 민요, 그리고 미국 토속음악의 리듬을 잘 융합하여 녹여내었다.
첼로협주곡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몇몇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힐러리와 재키>, 거장 키에슬로프키의 마지막 작품 <랑페르(L’enfer)>, 잭 니콜슨과 미쉘 파이퍼등 할리우드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이스트윅의 마녀들(The Witches Of Eastwick)>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티모시 달튼이 주연한 007 시리즈에서도 드보르작의 첼로협주곡을 들을 수 있는데 영화의 장르와 상관없이 많은 작품에 삽입될 정도로 음악감독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Opera
총 9개의 오페라 작품을 남긴 드보르작은 독일어로 쓰여진 첫 작품 <알프레드>를 제외하고 이후 작품들은 모두 체코어로 작곡되었다.
이들은 민족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지만 대중적으로 그의 유일한 성공작은 <루살카> 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페라 <루살카>는 체코 판 인어공주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물의 요정이며 인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루살카가 인간인 왕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스토리의 줄거리다.
루살카를 작곡할 당시 유럽은 바그너와 리스트, 드뷔시 등 새로운 음악적 조류와 스타일이 휩쓸고 있었는데, 드보르작은 진보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인 음악적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드보르작이 브람스와 교류하며 그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기 때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루살카는 연속성 있는 오케스트레이션과 복잡한 화성, 그리고 모티브의 활용 등을 통해 바그너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미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바그너와 이탈리아 오페라 그리고 자신의 민족적 정서와 음악들이 서로 적절히 어우러진 작품이 바로 루살카라고 할 수 있겠다.
루살카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라면 <달의 노래(Song to the Moon)>다. <달의 노래>는 왕자와 사랑에 빠진 루살카가 달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해달라고 부르는 아리아다.
하프연주로 시작되는 이 아리아는 소프라노가 부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이다. 여러 기악곡들로 편곡됐으며 매혹적인 선율 때문에 많은 영화에 삽입되었다.
제시카 텐디와 모건 프리먼 주연의 아름다운 영화 <드라이빙 미스데이지>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영화화 한 <바이센테니얼 맨> 그리고 윌리엄 데포 주연의 <헌터>가 대표적이다.
◆ Humoresques
가장 대중적이며 널리 연주되고 사랑 받는 드보르작의 작품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유모레스크(Humoresques)>일 것이다.
피아노 소품곡으로 베토벤의 <엘레제를 위하여> 이후 가장 유명하며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바이올리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 편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
유모레스크는 바이올린 이외에도 오케스트라버전, 각종 현악기와 목관악기 등으로 연주되는데, 이렇게 다양한 편곡으로도 연주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멜로디와 대중성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박자 형식의 유모레스크는 우아한 기품이 있으며 유머러스한 매력을 품고 있다.
또한 때때로 서정적인 선율과 되돌아 오는 밝은 분위기는 우리의 인생처럼 해학적인 느낌 또한 주고 있다. 마치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처럼 말이다.
드보르작은 총 8개의 유모레스크를 남겼는데, 보통 그의 유모레스크를 지칭하면 7번째 작품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국립음악원 원장시절에 많은 명작을 남긴 드보르작은 휴가시즌에 고향에 들러서 그 동안 수집한 다양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엮어서 유모레스크를 작곡했다.
그의 유모레스크는 단순하지만 유럽의 전통과 민족성을 바탕으로 미국적인 열린 사고가 융합되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대중성은 유모레스크를 드보르작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영화음악에 활용하게 만들었다.
유모레스크가 삽입된 작품은 1929년도 디즈니사의 를 비롯하여 게리쿠퍼 주연의 , 셜리 존스가 출연한 , 영화 <조이럭클럽>과 키스 헤링턴 주연의 까지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영화의 OST로 활용되었다.
◆ Symphony
작곡가에게 교향곡은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쏟아 붓는 작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작곡가의 긴 사이클 중에서 교향곡은 하나의 이정표와도 같은 표식이며 발자국이라 할 수 있다.
드보르작은 일생 동안 총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모든 작곡가들이 그렇듯 마지막 작품에 이르러서 사고의 확장과 통찰력이 음악을 통해 드러나듯이 그의 9번교향곡은 명작이자 그를 상징하는 작품과도 같다.
<신세계로부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은 드보르작이 3년간의 미국생활 중에 완성한 교향곡으로 미국의 토속적 멜로디와 국민악파의 전통적인 색채를 아름답게 융합했다.
전체 4악장의 구성으로 되어있는 9번 교향곡은 모든 악장이 완성도가 높고 음악적 개성이 뚜렷하지만 그 중 2악장과 4악장은 대중들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2악장의 오보에와 클라리넷, 잉글리쉬 호른의 멜로디는 고향의 향수와 그리움을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내고 있으며, 기관차의 소리를 도입부에 배치한 4악장은 여러 영화의 모티브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테마이다.
9번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특히 3악장은 드보르작의 로맨티시즘을 엿볼 수 있다.
교향곡 9번을 OST로 사용한 영화 작품은 무성영화 시대부터 캐서린 햅번의 1935년작 , 1937년작 가 있다.
또한 해리슨 포드의 <긴급명령>, 글렌 클로즈의 ,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등이 대표적이다. 8번 또한 와 등 여러 영화에 삽입되었다.
◆ Coda
드보르작의 작품은 이외에도 대표작인 현악사중주 <아메리카>, 현악합주곡 <세레나데>, , 가곡 등이 영화에 자주 쓰였다.
드보르작의 음악은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서정성으로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곤 하며 때때로 긴장감 넘치는 거대한 자연의 모습 또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음악이 드라마틱하며 서정적인 이유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사고와 조국과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 음반추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를 추천한다. 피에르 푸르니에의 첼로 연주 또한 개인적으로 선호한다. 오페라 루살카의 <달의 노래(Song to the Moon)>는 루치아 포프와 르네 플레밍의 목소리가 아름답다.
유모레스크는 개인적으로 바이올리스트 크라이슬러가 직접 연주한 음반과 조슈아 벨의 연주도 좋다.
교향곡8번은 조지 셸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를 선호하고 9번은 카라얀과 라파엘 쿠벨릭을 명반으로 꼽고, 구스타보 두다멜이 교황 베네딕토16세의 80세 생일 콘서트에서 연주한 영상 또한 인상 깊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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