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만 받으면 아무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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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오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 우리나라처럼 국가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해주는 나라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건강검진 항목에는 당뇨, 고혈압, 간기능 검사가 포함돼 있다. 10년마다 우울증 검사를 실시하고 54세와 66세 여성은 골다공증 검사에 구강검진도 받을 수 있다. 암검진을 받으면 기본적으로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고 고위험군은 간암과 폐암까지 검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건강검진은 아파서 받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건강검진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건강검진을 안 받으면 직장이나 개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 받기 싫어도 받아야한다. 그러다 보니 건강검진 결과 ‘간수치 상승, 당뇨, 폐 결절 등의 다양한 이상이 있어 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라는 통보를 받아 들고서도 의사를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다고 하는데 당장 아프지 않으니까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 상당수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같은 질환이 의심된다고 전해 듣지만 그뿐이다. 그런데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병은 몸에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질병이 아니다. 대신 사망원인에서 가장 많이 꼽히는 질병 중 하나인 뇌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뇌경색이나 뇌출혈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이다. 유일한 예고가 있다면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다.
암검진에서도 마찬가지다. 암은 크기가 상당히 커지거나 특정한 부위에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초기에는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암으로 인해 통증이 나타날 정도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니 암검진 또한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 미리 치료하려고 하는 것이다. 조기 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95%이고 유방암의 경우도 1기는 98.2%, 2기는 91.7%에 이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암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받고도 추가 검사를 하지 않는다. 50대 이상에서 실시하는 대장암검진인 대변잠혈검사의 경우 피가 검출되면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안내하지만 실제로 대장내시경을 받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그친다.
자동차 종합검사는 좀 다르다. 자동차 검사를 받고 나서 엔진이나 바퀴,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괜찮아요, 그냥 탈게요”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다 자동차 종합검사는 이상이 생긴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검진의 경우 검사는 의무지만 상담이나 치료는 의무가 아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검사만 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검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검사를 하고 나서 예방까지 해야 검사한 의미가 있다. 그러니 검사를 받고 이상이 있으면 꼭 의사와 상담하자.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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